밥상머리47중풍을 막아준다고 하여 방풍(防風)이란 이름을 가진 갯기름나물▲ 방풍나물허균은 홍길동전 외에 수많은 작품들을 남긴 작가로 후세에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맛 칼럼리스트라 부르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품평서라 불리는 그의 문집 「성소부부고」 속 <도문대작>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음식의 재료와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의 다양함은 물론이지만 교통이나 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그 시대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곳곳에서 나는 지역 특산물을 잘 분류하였으며 그 자료는 요즘 보아도 결코 녹녹하지 않은 훌륭한 것이기 때문이다. <도문대작>을 통해 알려진 것 중 유명한 것이 강릉지역에서 먹었다는 ‘방풍죽’에 관한 내용인데 방풍죽의 향이 얼마나 좋았으면 사흘이 지나서도 입안에서 방풍의 향이 가시지 않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나는 방풍죽을 끓여 먹어보았지만 향은 좋았으나 사흘을 갈 만큼은 아니어서 아쉬웠으며 해풍을 맞은 것이 아니어서 그런가 하는 추측은 하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다. 해풍을 맞고 자라는 방풍나물이 상품으로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요즘은 제주도나 여수. 태안 등지의 해안가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는 추세이다.▲ 방풍죽방풍죽에 대해서는 <도문대작>뿐만 아니라 <증보산림경제>에도 ‘이른 봄에 나는 방풍의 새싹으로 죽을 쑤면 그 맛이 매우 향미롭다.’고 기록되어 있고 그 외에 여러 고조리서에도 다루고 있으며 육당 최남선의 <조선 상식>에는 강릉의 방풍죽이 평양의 냉면. 진주의 비빔밥. 대구의 육개장 등과 함께 팔도의 대표 음식으로 소개되고 있으니 그 시대에는 꽤 사랑받는 음식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우리가 나물로 먹고 있는 방풍나물은 약재로 쓰이고 있는 중국의 방풍과는 다른 갯기름나물이며 그 뿌리는 중국의 방풍과 구별하여 식방풍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중국의 방풍이나 우리나라의 식방풍 모두 그 이름에 걸맞게 풍(風)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방풍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고 매우며 36가지 풍증을 치료할 뿐 아니라 오장을 좋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 방풍나물 장아찌방풍나물은 고기를 먹을 때 생잎을 쌈으로 먹으면 그 향이 절정에 달하고 식감이 특별하지만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먹으면 은은한 향이 오히려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고추장 양념에 무쳐도 좋고 집간장으로 무쳐도 깊은 맛을 더해 주므로 아주 좋다. 혹 많은 양의 방풍나물이 있어 먹기에 부담스러울 때는 간장양념에 장아찌로 담가 먹어도 훌륭한 밑반찬이 된다. 허균이 잊지 못하는 방풍죽을 느껴보고 싶다면 흰쌀로 죽을 쑤다가 중간에 살짝 데친 방풍나물을 넣고 마무리한 방풍죽을 아침식탁에 올려보면 식구들의 하루가 온통 향기로울 것이다. ▲ 방풍나물 초회1611년에 허균이 쓴 <도문대작>의 서문에는 ‘먹는 것에 너무 사치하고 절약할 줄 모르는 세속을 경계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쓰여 있다. 요즘처럼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 조상들의 건강한 전통 식생활을 버리고 외국에서 가져온 건강하지 못한 빠른 먹을거리에 열광하는 후손들을 우려한 성찰은 아니었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