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복주 시인의 안녕하세요 함양3안녕하세요 함양.오늘 나는 바람에 날리는 미스 김의 머리카락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내가 10년 전 그러니까 2000년 초 이곳 함양에 왔을 때 가장 놀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바람에 날리는 미스 김의 머리카락>입니다. 그 충격에 아직도 '오토바이'나 '여인의 머리카락'이나 '미스 김이예요'라는 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잠시 뿅 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러니까 집을 지을 동안 잠시 한 모텔에 머물렀을 때지요. 여기 저기 있는 사각성냥갑에. 사각휴지통에 박혀 있는 다방 이름과 전화번호를 보던 나는 "아니 이게 좀 너무한..." 하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온통 다방 이름만이 가득 적혀 있었는데 아무리 광고라지만 전부 다방 이름뿐이라니- 심심했던 나는 전화번호부 책을 펴 확인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뭔 다방이 이리 많노?" 놀라면서 세어 보았지요. "한 개 두 개. 어라 궁전다방 딸기다방 양지다방 초원다방... 세 개 네 개 다섯 개..."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는 다방 이름은 스물 여덟 개였습니다. 10년이 지난 2011년 지금은 어떠냐구요? 즉시 전화번호부를 꺼내 세어 보니 놀라지 마시라! 53개다. "아니. 이 작은 군에 무슨 다방이 이리 많노. 온통 다방다방다방 뿐이네. 아이구 무서워라! 이거이거 완전 낙원 천국 동네네" 그 당시 함양에 살면서 읍내에 나오면 그때의 충격에 나는 오토바이 소리만 나면 그 방향으로 휙 쳐다봅니다. 노란색 50cc 오토바이를 타고 하얀 블라우스에 빨간 짧은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한껏 날리며 한 손엔 보온병 보따리를 들고. 한 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새처럼 날아가는 멋진 아가씨를 보면서 나는 침을 질질 흘립니다. 가던 길을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봅니다. 와! 멋지네. 도시 번화가가 아닌 시골 읍내에서 최첨단 유행을 달리고 있는 아가씨. 멋진 아가씨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황홀이고 젊음의 힘이 솟아나는 일입니다. 작은 읍내에 왜 이렇게 다방이 많은 것일까요? 어느 날인가 아내와 함께 횟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현관문이 열리더니 늘씬한 아가씨 한 명이 들어 왔어요. 음식을 다 먹고 곧 가려고 하던 7∼8명 사람들 자리로 아가씨가 갔지요. 익숙하게 보자기를 풀고 커피. 녹차 등 차를 타서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다 먹고 나서 몇 만원을 받고 아가씨는 돌아갔고 손님들은 곧 문 앞에서 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놀라 말을 주고받았지요. "에구머니 여기 자판기 커피 뽑아 먹으면 공짜인데 돈 몇 만원 주고 커피를 불러 먹지? 아까워라. 그 돈. 남자들이 밖에서 저러니 여자들이 남편을 믿고 살수가 있나!" "커피 맛이 다르겠지" "당신이 저러면은 그 날이 종치는 날인 줄 알아욧!" 불똥은 내가 맞았다.정말 왜 불러 먹었을까요. 나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 자동차 구입을 문의하는데 소장이 전화를 하더니 차를 시켰습니다. "보소. 여기 인스턴트 커피 믹스가 있으니까 타먹으면 되는데 뭐 하러 다방에 시킵니꺼?"하고 물었습니다. 소장은 말했습니다. "타서 대접하는 것하고 불러서 먹는 것하고 다릅니다. 이건 손님에 대한 예의입니다" 함양에서는 귀한 손님이나 어르신 또 사업관계상. 또 특별한 날. 특별한 대접이 필요할 때는 꼭 커피를 시켜 먹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이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농번기 때에 나는 들판에서 오토바이 아가씨를 보았으며 한식날 무덤가에서도. 공사장에서도 아가씨를 보았습니다. 정말 함양은 다방이 많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선비의 고장이니까요. ▲ 유명메이커의 하나인 가게 정문에 2 +1 가을 겨울 옷 2개구매시 하나는 공짜내가 함양읍에 눈을 뜨면서 또 놀란 것은 여기에도 미용실 저기에도 미용실이라는 것입니다. 웬 미용실이 이렇게 많을까요? 머리를 맡기고 염색하는 동안 미용사에게 물어보았더니 "글쎄요. 그게 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래요. 여자가 뭐 할게 있겠어요? 그러니 너도나도 공간만 있으면 동네에다가 몇 푼 들여 미용실 꾸며 놓고 다 안목 장사로 '엄니. 개똥엄마. 언니 동생 한번 와 줘' 하며 어찌어찌 버티어 나가는 것이지요. 이젠 지나가는 개도 입에 가위 물고 머리 물어 뜯는다니까요" 히야! 그래서 나는 또 전화번호부 책을 펴고 미용실을 세어 보았습니다. 등록된 미용실도 커피집 만큼이나 60가게가 넘었습니다. 말이 60가게지 옷가게가 많고 음식점이 많고 하는 것은 이곳만의 현상은 아니지요. 술집. 단란주점은 또 몇 개나 될까? 궁금해졌습니다. 그것도 50개를 넘었습니다. 건자재 철물점도 50개가 넘고 그러니까 수요는 한정되는데 동일업종이 난무하여 서로서로 나누어 먹기 식이지요. 영세성을 면할 수 없는 겁니다. 함양의 중심가를 흔히 동문네거리라고 합니다. 농협군지부가 있는 사거리를 기점으로 하여 사방으로 모든 상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군청 쪽으로는 읍사무소. 경찰서. 등기소. 우체국. 함양초교 등 관공서 건물이 밀집되어 있지요. 2교로 나가는 농협 용평지소 쪽 거리는 함양의 번화가로 제1의 상권을 대표하고 있는데 모든 메이커 매장이 길 좌우로 꽉 차 있습니다. 작은 읍이라도 아디다스 르까프 아식스 프로스펙스 쌍방울 등 없는 메이커가 없습니다. 오일장터와 함양재래시장이 시작되는 하약국 건물이 함양읍내에서 가장 지가가 높다는 것만 봐도 제1상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금호장 뒤편과 상아치과 뒤편으로는 함양 먹거리 식당과 단란주점. 노래방들이 줄지어 있지요. 즉 주점가 1번지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교육청. 함양 성당 쪽으로는 주택가를 형성하지요. 제1의 한주아파트 단지와 여기저기 크고 작은 아파트가 상림쪽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명품 메이커 옷집을 하는 여사장님께 물어보았지요. "그래 장사는 잘 됩니까?""제1의 메이커 집이지만 허울 좋은 장삽니더. 집세가 턱없이 비싸 이리 많은 돈 투자해 놓고 인테리어 해놓고 이윤은 쥐꼬립니더. 먹고살기도 바쁜디 갱제가 풀려야 말이지. 솔직히 내사마 일당도 안나옵니더. 문 닫을 수 없어 그냥 열어 놓고 볼일도 보고 손님 왔다면 달려오기도 합니더. 어쩌지 못해 하는 거지예" ▲ 4일 12시 5분. 함양의 로데오 거리로 불리는동문네거리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다.다른 옷가게 주인과도 이야기를 나눠 봤더니 소도시 읍 함양 자체에서는 상권이 형성되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 차를 타고 가족들과 함께 대도시로 나가 문화향수를 즐기다 옷도 가구도 음식도 생활 필수품도 진주 대구 대전 광주 가서 다 사가지고 오니 여기는 할 수 없을 때 겨우 한두 개 산다는 것이었지요. 이해가 되었습니다. 2주에 한번 동대문 시장에 가 물건을 해 와 최신 유행의 옷을 팔고 있다는 소규모 옷가게 Y여사장은 "동대문에 가면 욕심이 생겨 이것저것 잘 나간다는 옷을 많이 사오지요. 그러면 단골손님들에게 전화해요. 그래도 제 안목을 믿어주니까 겨우 유지합니다" 그런데 손님들은 또 불평합니다. "옷가지 수가 너무 적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그래서 사 입고 거리에 나가면 똑같은 옷 입고 있는 사람이 여기저기에 있는 거예요. 창피하고 무안해서 함양에서는 옷을 사지 않아요" 나는 돈키호테처럼 궁금한 게 또 생겼습니다. 함양의 의원 말입니다. 도의원 군의원이 아니라 몸이 아프면 가는 병원 말입니다. 조그만 2층 건물 작은 창가에는 진료과목이 다닥다닥 써있어요. 내과 소아과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정신과... 와! 없는 게 없네. 그래서 병원에 들어갔더니 진료실 하나에 의사 한 명. 간호원 한 명이 앉아 모든 병을 다 진찰하고 다 치료하고 있었습니다. 한 명의 의사가 그 모든 종류의 병을 다 담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 처음에 나는 놀라워했습니다. 후에 알게 됐지만 병원은 성심병원 한 곳이고 전부 의원이었습니다. 함양에 의원이 모두 26개. 약국은 16개가 있습니다. 병의원이 많기도 많으니 다 어떻게 먹고사는 지 신기할 뿐입니다. 동일 업종의 포화상태라 혈전이 벌어집니다. 그러나 함양 장날은 의원이 바쁩니다. 노인이 많은 함양의 물리치료실은 늘 성황을 이룹니다. 노인에게 있어 몸 쑤시고 결리지 않은 곳이 없으니 말입니다. 또 "함양에서는 아는 사람이 보험 설계사뿐이다" 말합니다. 어찌나 많은지 이 사람에게 들어야 할지 저 사람에게 들어야 할지 보험 가입자가 골치 아픕니다. 이 눈치 저 눈치 때문에 아예 어떤 사람은 1년마다 한번 씩 돌아간다고 합니다. 하하! 이게 다 좁은 지역에서 장사를 하고 먹고살려고 하니 일어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해결책은 함양의 적극적인 인구증가 정책입니다. 젊은 부부는 아이를 많이 낳고 행정기관은 팍팍 지원해주고 웰빙 관광 장수의 고장을 부각시켜 수많은 관광객이 함양을 찾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4일 아침 7시 강병용씨가 출근 하는 차량과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강씨는 지난 2007년 7월부터 삼성자동차 판매 사원으로 일을 하며 동문사거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보험설계사도 하면서 투잡을 하고 있다.함양에서 나는 직업의식에 투철한 아주 훌륭한 사람 한 명을 보았는데 너무나 감동적이고 신선하고 멋져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심지어 나는 그 사람을 보려고 그 시간에 차를 타고 나가 길가에서 구경했습니다. 함양사람은 누구나 아실 겁니다만 아침을 여는 사람. 바로 삼성자동차 판매 직원 '강병용'씨입니다. 지난해부터는 보험도 함께 한다고 하지요. 동문사거리는 물론 거리마다 플래카드로 감사합니다를 써놓습니다. 생일날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날 어김없이 또 한 달에 한번은 잊을 만하면 문자로 '강병용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가 날아옵니다. 사시사철 몇 년을 변함 없이 보냅니다. 급기야 아침 8시 출근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시간 동문네거리에 나타나는 배트맨. 무슨 선거 입후보자처럼 빨간 넥타이에 깨끗한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고 "감사합니다! 강병용입니다!" 어깨띠를 두르고 90도 허리 굽혀 지나가는 행인과 자동차에게 절을 하거나 거수 경례를 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엇이 감사하다는 것일까? 저 멋진 모습. 거리는 그 사람을 구경하느라고 활기를 띠고 그 옆에서 교통지도를 하는 모범운전사의 호루라기 소리도 한몫을 해 함양 거리의 아침은 아주 활기차고 신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강병용씨로 인해 함양의 아침이 깨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저 사람에게 차를 한번이라도 팔아주었는가? 자문하며 괜히 미안하고 신세진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엔 꼭 저 사람 차를 사주어야지. 장사에 있어서 저런 투철한 직업의식이 없다면 어찌 성공을 거두겠습니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틈틈이 함양의 상업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함양 상권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무엇인가? 제1순위는 불친절이었습니다. 주인의 무뚝뚝한 태도와 성의 없는 방관자적 태도에 몹시 불쾌하다는 것입니다.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 와도 그만. 가도 그만. 팔면 팔고 말면 말고... "그러니까 아직 촌이야"합니다. 2순위는 물건값이 턱없이 비싸고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몇몇 종목에 국한 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가구점처럼 독점기업도 아닌데 아예 없는 업종도 있어 생활이 불편하다고 합니다. 3순위는 아는 사람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인맥으로 선택의 여지없고 그 집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다 아는 일인데 무슨 말을 들으려고 안 갑니까. 입소문이 너무 빨라 아무리 판매 기술이나 제품이 뛰어나도 품질에 관계없이 인맥에 밀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손님이나 주인이나 다 같은 처지였습니다. 그 외에 A/S 받기가 힘들고 주인이 불쾌해 한다는 것과 장사하는 사람의 직업의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긍지와 자부심 전문성을 가지고 자신의 업종에 대해 최선의 서비스와 품질이 따라야 하는데 그럴 필요성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자신의 업종에 긍지를 갖고 정말 최선을 다하는 친절한 가게를 하나 알고 있습니다. 000 빵집입니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던킨도넛츠 등 많은 메이커 빵집이 있는데 자신의 이름으로 간판을 내고 승부를 걸고 장사를 하는 그 집을 나는 자주 갑니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밝고 명랑하고 자신 있고 깨끗하고 예의 깍듯한 태도 물론 다른 곳도 그렇지만 그곳을 나오면 괜히 기분이 좋은 것이었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아하. 손님으로서 손님 대우를 받고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무척 좋았던 것입니다. 아내가 말합니다. "우리는 함양인이니까 함양에서 물건을 사고 함양에서 돈을 벌었으니까 함양에서 씁시다. 조금 비싸도 함양에서 써야 우리가 고향을 사랑하는 거예요. 함양 사람들도 다 같이 먹고살아야 하니까 함양에 사는 우리가 함양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하겠어요"그래요. 조금은 불편하고 비싸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서로를 믿고 사랑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이 가고 믿음이 생기고 친절한 함양이 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