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영어교과서 암송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한 제 딸은 몇날 며칠을 울며 속상해 하고 심지어는 입상한 일부 친구와 심사위원들 까지도 싸잡아 원망했습니다. 다행히 1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일은 아쉽지만 지나간 한 때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딸아이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미국연수를 갔다온 것 만큼이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의 한사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얼마 전 제 7회 중학교 1학년과정 영어교과서 암송대회가 있었습니다.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학습의욕을 고취시키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올해로 일곱번째 열린 이 대회는 재미교포 장용진 사장이 고향의 후배들에게 주는 10박 11일간의 미국어학 연수 및 문화체험의 기회가 부상으로 걸린 대회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 대회는 우리 군 내 대부분의 중학교 1학년들은 일년 내내 영어에 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학부모들 뿐 만 아니라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 지역의 중요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회가 개최되었고 그 열기는 심사결과를 두고 대회참가 학생들이 관계기관장을 찾아가 결과가 부당하다고 항의할 정도로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대회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여타의 모든 대회가 그렇듯 우리 군에서 실시하는 영어교과서암송대회도 그 결과를 두고 매년 약간의 설왕설래는 있었습니다.그래서 해당 기관에서는 꾸준한 개선노력을 해 왔으며 그 결과. 심사과정을 비롯한 모든 대회진행이 투명할 뿐 만 아니라 참가자들의 수준이 매년 일취월장하는 우수한 대회로 성장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그리고 매년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심사위원의 문제도 4지 선다형과 같은 객관식 문제에 대한 채점이 아니다 보니 신이 아닌 이상 어떤 사람이 심사를 하더라도 심사위원의 주관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선다형의 명확한 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닌 이상 동일한 사안을 두고도 평가의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지역안배를 고려한 입상자 선발과 학교장 추천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이 대회의 취지가 영어 암송을 잘하는 학생만을 선발한다면 남중과 여중의 구분도 없이 오직 점수만으로 순위를 결정해야 하겠지만 학생의 수를 고려하여 각 학교별로 인원을 배정하고 학교장의 재량권을 인정한 추천으로 인한 선발의 규정도 지역의 실정을 잘 헤아린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영어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이 선발되는 경우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영어점수를 잘 받는 것과 영어 암기를 잘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영어성적이 우수한 아이가 반드시 영어 암송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성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하지 못한 아이가 입상을 하면 안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은 그 어떤 문제보다도 염려스럽습니다.대회라는 것은 그날의 개개인의 컨디션과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성적이라는 선입견을 기준으로 결과의 잘잘못을 논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따라서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영어 암송만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심사 결과에 승복하는 태도와. 입상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비록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노력의 과정과 열정에는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함께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7회 대회의 결과를 두고 미국에 가고자하는 의욕이 너무 많았던 한 학생의 탈락으로 인해 아이들간에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다툼이 아이들에게서 그치지 아니하고 학부모 간의 감정싸움으로 이어지고 더욱이 고발로 이어지는 행태는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대회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학습의욕을 고취시키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자하는 대회의 본 취지가 자칫 어른들의 어른답지 못한 행위들로 인해 한 아이의 인생에 큰 생채기를 낼 수 있는 사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당장은 큰일 같지만 지나고 보면 대부분의 일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 학창시절의 일임을 우리 어른들은 경험으로서 알 수 있습니다.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상처가 되기도 하고 좋은 추억이 되기도 합니다.해당되는 학생들의 마음에 남겨진 상처를 무엇으로 대신 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지금부터라도 어른으로서 어떻게 처신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그래서 바로 지금이 가정교육의 참 의미를 돌아보면서 성숙한 부모의 역할이 요구되는 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또한.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내년에 열리게 될 대회에는 좀 더 성숙하고 화기애애한 지역 청소년 축제의 한 마당으로 영어교과서 암송대회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대회진행 등의 모든 부분에서 우리 어른들의 어른다운 배려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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