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정교회 조한우 목사보름달을 볼 수 있는 것이 어디 일 년에 한두 번 뿐이랴? 일 년 열두 달. 다달이 보름달을 볼 수 있건만 유별나게 정월대보름과 팔월대보름을 꼽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잘 아는 것처럼 팔월대보름은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므로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정월 대보름은 또 무슨 이유로 그냥 ‘보름’이라 하지 않고 ‘대보름’이라고 부르게 된 것일까? 그것은 나름대로 깊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유난히도 우리 민족은 무엇이든지 완전한 것을 선호했다. ‘가위 바위 보’를 해도 삼세번을 했고. 모가 난 짱돌 보다는 매끄러운 조약돌을 좋아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초하루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달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우리 조상들의 소원도 상현달과 함께 차츰 차츰 성취되어 갔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말이 어디 그냥 생겨난 말이겠는가? 우리 조상들은 새벽마다 정성을 드리며.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빌었던 그 소원들이 드디어 이루어졌다고 느끼는 날이 바로 만월(滿月)이 뜨는 보름날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미처 소원을 빌지 못했던 사람들도 그날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서둘러 소원을 빌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정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기대심리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름달을 선호하게 되었고. 특별히 보름달 중에서도 추석이 들어 있는 팔월대보름을 축제로 지내지 않았겠는가? 그렇다면 팔월대보름과 함께 정월대보름을 꼽았던 이유는 또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1월을 특별히 정월(正月)이라고 부른 것을 보면 뭔지 모를 중요한 이유가 있을 듯하다. 우리 조상들은 1월이 일 년의 시작이기 때문에 첫 단추를 바르게 끼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그 해는 보나마나 망쳐버리는 한 해가 되고 말 것이 뻔하다. 그러므로 한 해의 시작을 바르게 하자는 의미에서 1월을 ‘정월(正月)’이라고 불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정월(正月)의 보름이 갖는 의미는 말할 것도 없다. 1년 중에 가장 바르게 지내야 하는 달이 ‘정월(正月)’이라고 부르는 1월이고 보면. 그 달의 보름은 가장 바르고 가장 완전한 날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월대보름이다.마침 2011년의 정월 대보름을 보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난 해 11월 말부터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우리나라 전역에 구제역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구제역의 여파로 인해서 축산농가 뿐 아니라 온 국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국에서는 초기 방역의 문제점을 시인하기도 했고.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매뉴얼을 배포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구제역을 막는 과정에서 더 많은 문제점들이 속출하였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소식까지 접하게 되면서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한없이 아팠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있는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은 큰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을 겪어가면서 정월 대보름을 맞은 우리들은 그나마 조상들의 정월대보름 풍습을 보면서 나름대로 지혜를 배우게 된다.우리 조상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해학적인 삶을 살았다.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역시 그런 의미에서 보면 순수했던 우리 조상들의 해학을 엿볼 수가 있다. 동네 사람들이 정월 대보름 둥근 달 아래 모여서 묵은 겨울을 털어내고 새 봄을 맞이하기 위한 농사일의 첫 신호탄이 바로 달집태우기였으리라.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의미도 있을 것이다. 겨우내 술독에 빠져 살던 지긋지긋한 남편의 폭력이나 시어머니의 지독한 시집살이까지도 달집태우기를 통해서 그동안 받았던 모든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다 날려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종교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기(動機)야 어떻게 되었든지 간에 정월 대보름에 달집을 만들어서 태웠던 우리 조상들의 마음은 한해를 바르게 살고자 했던 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양화대교 구조변경공사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라든지 ‘서울시내 전체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문제에서부터 최근에 일고 있는 개헌문제까지도 보름달 앞에서 모두가 속을 비우고 정직해졌으면 좋겠다. 여야가 대의명분을 말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침을 튀기면서 말하지 않아도 하늘은 벌써 그들의 속셈을 다 알고 있다. ‘속셈’이 아닌 ‘소원’을 가지고 달님보다 더 밝고 아름다운 우리 대한민국 백성들 앞에 날마다 정월대보름을 맞는 마음으로 서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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