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순 논설위원신묘년은 토끼의 해이다. 토끼하면 귀엽고 순하며 영리한 동물로 우리들 기억에 자리 잡고 전 국민이 다 아는 동요 '산토끼'가 있다. 그러나 거슬러 올라 가난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토끼는 희망이 되기도 했는데 내 친구 중 한 명은 토끼를 집에서 키워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통장을 만들기도 했었다. 가끔씩 놀러 가 풀을 먹이며 뛰어 놀던 그 친구에게 토끼는 집안의 종잣돈 역할을 한 것이다. 행운을 의미하는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누구나 한 번쯤은 허리를 숙이며 풀밭을 헤집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네잎클로버도 바로 토끼풀인 것이다.우리 문화 속에서 토끼는 장수의 상징이자 달의 정령이며 재빠르며 영특함을 상징하는 동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영리한 토끼지만 제 꾀에 넘어가 자신의 재주만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아 낭패를 당하는 거북이와 관련된 우화가 있기도 하다. 옛사람들은 밤하늘의 달 속의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선약(仙藥)을 찧고 있는 옥토끼의 모습을 그리며 토끼처럼 천년만년 평화롭게 풍요로운 세계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싶어했다.토끼는 조선시대 회화나 민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대부분 자손과 부부애를 기원하고 달과 관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다정하고 화목한 관계를 상징해 한 쌍의 토끼가 함께 등장하는 것이 보통이다.2011년 1월이 훌쩍 지나고 음력설도 지나 본격적인 일정이 움직이고 있다. 신년에 쏟아져 나온 덕담들은 차고 넘쳐 어떤 문구를 마음 속 지표로 삼고 한 해를 꾸려 나갈까 고민하게도 만든다. 각 층에서 나온 덕담들은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사를 인용한 사자성어가 대부분으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때로는 자신의 심정을 표출하는 방편이 되기도 하는데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라 어른이 자리한 청와대는 2011년의 사자성어로 ‘일기가성(一氣呵成)’을 내놓았다. 이는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 낸다는 뜻으로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않고 이뤄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16세기 중국 명나라 시인이며 문예비평가인 호응린이 시 평론집 중에 두보의 작품 ‘등고’를 평하면서 쓴 표현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태화위정(太和爲政)’을 신년화두로 내놓았다. 대화합을 정치의 근본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단연코 안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통해 ‘민귀군경(民貴君輕)’을 신묘년 사자성어로 선택했다. 맹자 ‘진심’편에 백성이 존귀하고 그 다음이 사직이며 군주는 가볍다는 뜻으로 백성은 지극히 미천하고 힘이 없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그 미천한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 천하가 돌아온다고 한 맹자의 말씀을 인용했다.매년 그 해의 간지(干支)에 해당하는 동물을 주제로 트렌드 키워드의 첫 글자를 조합해 온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1년 신묘년 키워드로 TWO RABBITS. 즉 ‘두 마리 토끼’를 선정했다. 두 마리 토끼는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말로 하나의 행동으로 둘 이상의 성과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두 마리 토끼’를 제안하는 것엔 2011년에는 이 사자성어처럼 적은 투자로 커다란 성과를 얻으라는 기원이 담겨 있다. 토끼가 가진 민첩성과 영리함을 동시에 보여 주는 양면이 드러나긴 하지만 변모하는 소비자의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되기도 한다. 토끼의 해가 활짝 열렸다. 신년의 인사말도 넘쳐난다.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사자성어 하나쯤 맘에 담아 일 년을 살아간다면 고비가 다가올 때 되새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성장과 풍요. 번성함을 상징하는 토끼처럼 안 좋은 기억들은 모두 훌훌 털어 버리고 365일 내내 건강하고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는 행운과 성취의 한 해가 되도록 토끼처럼 열심히 달려 보자. 토끼해에 새긴 내 맘의 사자성어 만사여의(萬事如意)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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