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林에서/김윤세구제역 이후 한국축산의 나아갈 방향‘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외친 일제시절의 애국시인 이상화 선생(1901∼1943)의 절규처럼 3백만이 넘는 무고한 짐승의 생명을 죽이거나 생매장한 땅위로 무심한 봄은 이제 서서히 우리 앞으로 다가서고 있다. 봄은 봄이로되 죽은 가축들의 채 마르지도 않은 피로 얼룩진 산야(山野)에서 그 피를 머금은 풀과 나무가 자라고 꽃들이 피어날 것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고 더욱 가슴이 시려온다. 무고한 짐승들이 매장된 들에도 봄은 정녕 오는가보다.과거 전쟁 시에는 전쟁터에 나간 사람과 말이 대량 사망하는 일은 비일비재했지만 기르던 짐승들을 대량 살육하는 일은 고금동서에 없었던 일이다. 처음부터 잘 기른 뒤에 죽여서 먹기 위한 목적으로 기르는 것도 ‘모든 생명은 존귀한 것’이라는 대명제 아래 판단하자면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 짧은 생존 기간조차 제대로 살아보지 못하고 별 의미도; 가치도 없이 죽임을 당해 아무렇게나 파묻혀 버리는 것은 더더욱 보통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우리 함양 지역에는 구제역 차단을 위한 공무원과 관계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도 노력이지만 그밖에도 다행스럽게도 북으로 덕유산의 산군(山群)들이. 남으로 지리산의 고산(高山)과 준령(峻嶺)들이 병풍처럼 둘러서서 온갖 살기(殺氣)와 악풍(惡風)을 막아주는 자연환경의 유리한 조건도 구제역의 전염을 차단하는데 한 몫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서 강조한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요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라는 말처럼 지역적 환경적 유리한 조건들이 보이지 않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믿어진다. 그러나 이번 구제역 재앙(災殃)이 함양 인근에는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끝났다 하더라도. 또한 함양지역이 상대적으로는 안전지대임이 증명되었다 하더라도 다음 공격을 대비하지 않으면 그 때는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축산’ 역시 축산업의 대규모화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공장식 축산의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드러나 이미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친자연식 축산으로의 방향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세계적 축산의 흐름과 패턴을 외면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자연으로 돌아가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한 ‘축산의 정도(正道)’로 나아가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한국의 축산이 이번 구제역의 경고성 메시지의 참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자연의 도리(道理)와 세상의 경우에 벗어나는 터무니없는 욕심과 잔인한 해물지심(害物之心)으로 축산에 임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재앙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축산업 전반의 붕괴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연계의 준엄한 경고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사람도. 짐승도 예외 없이 재앙을 면하지 못하는 법이다.‘한국이 암환자 1백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도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이 우리에게 경고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너나 할 것 없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집집마다 암환자 또는 심혈관질환. 당뇨병환자 한두 명 없는 집이 없을 정도인데도 ‘현대 난치병의 발생을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하면서 속수무책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다가 그 재앙이 자신에게 닥치면 병과 제대로 싸워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절망과 자포자기 속에서 제 생명이 붕괴되는 소리를 들으며 비참하게 떠나간다.경험에 의해 분명하게 말하지만 이것은 부득이한 상황도 아니고 불가항력적인 일도 아니어서 얼마든지 소생(蘇生) 가능한 것이고 굳이 말하자면 “자신의 인생에 브레이크를 걸고 잠시 숨고르기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행로를 되돌아보고 자연법칙과 생명원리에 부합하는 바른 삶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자연계의 경고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여전히 인위(人爲) 인공(人工) 조작(操作) 지식(智識) 기술(技術) 등의 인위치료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자신의 생명시스템 속에 간직된 자연 치유(治癒)력의 위대한 힘의 발현을 스스로 억제하거나 사장(死藏)시킨 채 비명(非命)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구제역의 광풍(狂風)이 이 땅을 휩쓸고 다닐 때에는 잔뜩 긴장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동분서주하다가도 무슨 ‘망각(忘却)의 약’이라도 먹은 듯 일단 그것이 사그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잊어버리고 다음 대책 없이 살다가 또다시 당하곤 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제발 이제는 짐승들을 대량 우리에 가두고 움직임조차 극도로 제한하며 항생제를 듬뿍 함유한 외국산 사료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집단으로 사육하는 방식의 공장식 축산에서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연식 먹을거리와 방목(放牧)을 통한 최소한의 생활조건을 갖추어 적정 사육두수의 가축을 기르는 ‘좀 더 인간적인 축산의 길’로 나아가 다시는 구제역 같은 전염성 질환의 광풍으로 우리 무고(無辜)한 가축들이 더 이상 무참히 살해되는 비극(悲劇)이 없기를 천지신명(天地神明)께 간절히 기원 드린다.<본지 발행인.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