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맥이라 해도 나는야 콩이 좋다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흔히 쓰는 말 중에 사리 분별을 못하는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숙맥菽麥이라는 말이 있다. 콩을 뜻하는 숙菽 자에 보리 맥麥 자를 더한 말로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숙맥불변菽麥不辯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부여와 고구려가 자리했던 곳이니 콩의 원산지가 만주라는 것은 정설일 것이고 콩은 농경생활이 시작된 초기부터 우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작물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어휘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 한반도와 만주 사이를 흐르고 있는 두만강豆滿江의 이름도 ‘콩을 실은 배가 가득한 강’으로 해석이 되는 것으로 보아 만주 지역에서 재배된 상당량의 콩이 두만강을 통해 한반도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되었으리라 추측되기도 한다. ▲ 검은콩 두부중국의 <시경詩經>에서도 콩을 숙(淑)이라 하였고 BC 2000년경 만주지방에서 재배되기 시작하여 우리를 비롯한 북방 동이족의 주식으로 활용되었다고 말한다. 두류豆類는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며 곡류에는 부족한 필수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밭에서 나는 고기로 불리며. 경제적이고 질 좋은 단백질의 공급원으로 <시경>에 기록된 것과 같이 주식은 아니더라도 밥이나 죽 등에 혼식되고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식탁에 오르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고지혈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동물성식품과는 달리 안전하므로 매우 이상적인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 메주 엮기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의 두류는 맛이 달고 성질이 평화로우며 독이 없고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황대두黃大豆라 불리는 메주콩은 비위脾胃를 건실하게 하며 비脾의 기운이 허해서 오는 부종이나 대장이 허약해서 오는 습관성 변비. 골다공증.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종기로 인해 생긴 독 등에 먹으면 효과가 있다. 흑대두黑大豆라 불리는 검정콩은 신장의 기운을 더하고 흐릿한 눈을 밝게 해주며 이뇨작용은 물론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산후의 여러 가지 질병에 검은콩을 감초와 함께 끓여 먹으면 체내에 쌓인 열과 부기를 제거할 수 있으며. 당뇨병. 근육경련이나 무릎의 통증.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 등에도 이용할 수 있다. 중국의 의학서인 <식료본초>에 검정콩을 감초와 함께 끓여 탕(흑두감초탕黑豆甘草湯. 혹은 감두탕甘豆湯)으로 마시면 산후의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며 모든 열독을 제거하고 심장의 통증이나 근육. 무릎 통증에 좋다는 기록이 있다. <본초강목>에도 감두탕에 관한 기록이 있는데 비상. 감수. 천웅. 부자. 과두. 반묘 등의 온갖 약물 독을 풀어줄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이후로 게독蟹毒. 어독魚毒. 육독肉毒 등은 물론 독성을 가진 약재로 얻은 중독에 검은콩을 사용했던 예가 있었다. 검정콩은 주로 약용으로 쓰였고 노란 콩은 식용으로 구분되어 사용한 흔적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든 콩은 씨앗을 취하는 것이기에 생명의 기운과 영양분을 동시에 가지므로 약이 되는 식품이자 생명을 키우고 지키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농약을 쓰면서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나 농약이 걱정되는 소비자에게 콩은 구원의 식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ggum2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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