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룡 논설위원우리 사회는 대척을 이루는 극과 극의 균형에 의하여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핏 도저히 공존할 수 없어 보이는 극과 극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의외로 세상은 깨끗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대칭점에 있거나 제각각 중요한 요소들 사이의 균형을 통해 자연적 질서가 지켜지고 조직은 성장하고 발전한다. '공익과 사익'. '가격과 품질'. '비용과 수익'. '이상과 현실'. '부문과 부문'. '부문과 개인'. '경영자와 사원'. '효과성과 효율성'. '긴장과 이완'. '협력과 견제' 사이의 균형이 그런 것들이다. 조각난 거울로는 절대로 정확한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어떤 부문의 강점으로 전체를 이끌 수는 없고. 균형이 무너지면 아무리 위대한 것이라도 무너지게 된다. 균형이 개인의 삶이나 조직 운영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균형을 그 만큼 쉽게 무시하기도 한다. 균형을 무시한 채 하나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없었던 새로운 문제가 야기되기도 한다. 문제의 해결책은 언제나 어긋난 균형과 조화를 되돌려 찾아야 함에도 이런 저런 명분과 실리에 집착함으로써 해결책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일을 더 꼬이게 하고 오래 동안 그로 인한 파열음과 부작용을 감수해야 할 때가 많다. 이를테면 고도성장기의 개발 일변도의 정책은 환경오염과 생태계 변화를 불러 왔고. 가축의 대량 밀식 사육을 통한 경제적 이익에 치중한 결과 구제역과 같은 재앙 수준의 참화를 겪게 하고 있다.여소야대 시절 한나라당이 다수당이라는 우월적 힘을 이용해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려 들다가 다음 총선에서 대패했고. 이후 힘을 얻은 열린우리당과 노대통령의 독주에 대해 국민정서는 재보궐 선거 전패를 안겼다. 요즈음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군청의 지곡면 출신 우대 인사와 의회의 지나친 집행부 간섭에 대한 문제는 일시적인 세간의 화제로 흘려버리고 말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세상일의 결과에는 반드시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이유가 있기 마련인지라 그런 원인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과만을 보고 이 말 저 말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연장선에서 말을 하기로 들면 군 공무원들의 선호 보직이며 요직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과장. 재무과장. 경제과장. 함양읍장. 안의면장. 비서실장이 모두 지곡면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를 두고 함양군이 아니라 지곡군이 되었다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나도는 것이다. 이를 며칠 지나면 잠잠해 질 문제로 가볍게 여겼다간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긴 다는 점을 군수는 물론이고 인사부서가 유념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군민들의 이러한 목소리는 군수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대해 왈가왈부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균형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점도 헤아리기 바란다.또 하나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것은 우리 군의회가 법적 제도적으로 규정된 역할과 기능의 한계를 벗어나 집행부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불필요한 간섭을 함으로써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공무원들의 볼멘소리가 군청 담을 넘어 밖에까지 들리는 문제에 대해서다. 군의 행정권은 당연히 군수에게 있는 것이고 의회는 군수의 행정권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통해 군 행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의회가 나서서 누구를 승진 시켜라 마라. 이 일은 이렇게 저 일은 저렇게 하라고 강권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군수의 행정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물론 이런 일이 세간의 짐작일 뿐이라고 보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다면 우리 의회는 또 다른 군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차제에 집행부 공무원들도 의회의 월권적 간섭이 있었다고 한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인과를 곰곰이 되짚어 볼 일이다.어떤 의원이 또 어떤 의회가 제대로 척척 일 잘 하고 있는 집행부에 대해 시시콜콜 간섭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겠는가 그 말이다. 그런 게 아니라 의회가 집행부의 계획과 집행의 영역에까지 발을 담그고 결재권을 행사하려 하는 것이라면 권한의 소재를 분명히 따져 서로 제 할 일에 충실한 시스템으로 반드시 되돌려야 한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의 문제에서 보듯이 집행부와 의회가 대립각을 세우면 그야말로 싸우다 볼 장 다 보게 되는 것이다.‘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은 저울대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부조화와 불균형을 백성들이 놓칠 리 없다는 말이고. 자연섭리에 반하는 인위와 인공은 언젠가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자연의 법칙에 의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제 새 집행부와 의회가 구성된 지 반년이 지났으니 초기에 있을 수 있는 시행착오와 의욕에 앞서 놓칠 수 있는 균형감각을 되찾고. 균형의 아름다움을 통해 군정의 효율을 높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