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룡 논설위원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용어는 기업들이 이윤창출에만 몰두하면서 빈부격차. 환경오염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정부를 포함하여 주주. 종업원. 고객. 경쟁사. 지역사회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다양해지면서 기업이 스스로 사회문제를 예견하고 방지하거나 일어난 문제를 수습하는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하는 의무를 논하면서 등장하게 되었다. 이제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을 포함해 권력4부로 일컬어지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 또한 달라지고 있다.쇠고기수입을 둘러싼 정부의 협상과 관련하여 축산농가와 국익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가 광우병 소를 수입하여 국민을 광우병 위험으로 내몰려고 한다’는 한 언론의 왜곡된 보도를 시발점으로 국가의 안위를 염려해야 했던 촛불시위로 발전한 것이다. 일이 커지고 나자 ‘국민을 광우병으로 내몰 정부와 공무원이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는 정부의 하소연은 대책 없는 정부의 넋두리요 또 다른 거짓말이라는 공격을 받고 급기야 장관이 물러나고. 대통령이 사과하고. 결국 온 나라가 골병이 들고 국제적 망신을 당한 연후에 진정되었다.또 천안함 폭침 사건을 두고 좌파 언론이라고들 지칭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 또한 정부 발표에 사사건건 의문을 제기하면서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을 끌어가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참으로 다시 생겨서는 안 될 일이다. 비단 국민여론을 이끄는 메이저 언론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의제를 설정하여 여론을 이끌어 내면서 다양한 정보의 제공과 함께 향우들에게 고향소식을 전하는 지역신문이 그런 오류를 범해 오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일예로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를 돌아보면 누가 봐도 특정 후보의 입김이 작용했거나 구미에 맞추려고 하는 의도된 보도라고 판단되는 기사가 적지 않았다. 독자들의 눈높이에 견주어 보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론에 비추어 보면 어떤 변명에도 불구하고 자격미달 언론이요 수준미달 기사일 뿐이다. 물론 언론 매체마다 지향하는 이념적 가치와 정치적 노선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선거와 관련해서 그런 가치와 노선에 부합하는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로 나눌 수 있겠지만 언론이 대놓고 선호후보를 위한 보도를 남발한다면 그것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다.앞으로 지역신문은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고. 그것은 책임의 범주를 넘어 매우 중요하고 일탈해서는 안 되는 의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방송은 시청률에 신문은 구독률에 목을 맨다. 그래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선정성과 폭력성이 도를 넘는 데도 방송 내부에서는 사회적 책임에 앞서 그것을 용인하고. 신문은 대형 광고주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광고주의 비리를 덮거나 편드는 보도를 한다.다행히 지역신문은 먹여 살려주는 대형 광고주가 없기 때문에 그들의 눈치도 볼 필요 없고. 매일 피 말리는 시청률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필요한 역할과 사명이 있는 것이다. 새해에는 지역신문이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의제설정과 합리적 결론을 이끌어 내는 데 최선을 다해 주었으면 한다. 특정개인이나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군민들의 알권리 사이의 균형점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군민들이 정말 알고 싶은 소식을 찾아 전하는 친근한 신문이 되고. 고향과 향우를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그리고 독자는 물론 군을 비롯한 기관단체 또한 지역신문의 열악한 경영환경 개선에 적극 동참하여 지역언론이 생존을 위해 활자를 매개로 후원이나 협찬에 전전긍긍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지역신문을 배려하는 일은 크고 멀리 있는 일이 아니라 생각보다 작고 가까이 있다. 구독료를 제 때 납부하고 후원 차원의 광고에 인색하지 않으면서. 잘못된 기사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관심으로 충분하다. 지역신문에 대한 지역사회의 배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언론을 육성하는 동력이 되고. 그러한 작은 배려를 통해 진정으로 눈과 귀가 되어 주는 지역신문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