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 Talk 37회 그래. 바로 이 맛이야! - 겨울에 먹는 냉면▲ 냉면건강한 밥상의 기본 생각은 자연의 일부인 사람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계절의 순환에 적응하는가에 있다고 본다.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는 우리의 몸을 따뜻하게 하고 대사를 촉진시키는 밥상을 차리는 것이 좋다. 질이 좋은 단백질과 지방을 포함한 음식의 재료들에 매운 맛을 가미시켜 소화하기 쉽게 조리를 한다면 잔뜩 긴장하고 있던 인체가 적당히 이완되고 따뜻해져 추위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 메밀국수우리의 몸은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느라 여름에는 겉이 더워지면서 땀을 흘리게 되고. 겨울에는 겉이 차가워지면서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내부로 에너지가 모이게 되면서 점차 속은 뜨거워지게 된다. 그러므로 추운 겨울에 뜨거워진 속을 식히는 음식으로는 찬 성질을 가진 메밀이 적합하다. 조상들이 삼복더위에 인삼을 넣은 삼계탕을 먹고 대지가 꽁꽁 얼어붙는 겨울에 메밀로 만든 냉면을 살얼음 잡힌 동치미와 함께 먹었던 지혜야말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식생활 풍속이었다. 조선후기에 출간된 <동국세시기>에도 냉면은 겨울음식으로 분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메밀묵국밥메밀은 중앙·동북아시아가 주산지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생육기간이 짧아 구황작물로서 많이 이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향약구급방>에 최초로 기재되었고. 조선시대부터 메밀국수가 매우 보편적으로 식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메밀가루에는 단백질 함량이 12.1%로 높고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lysine)과 트립토판(tryptophan)이 풍부하여 일반적인 곡류에 부족한 단백질에 대한 보족효과가 있다. 비타민 B군. 특히 B1?B2가 비교적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모세혈관을 강화시키는 루틴(rutin)을 함유하여 고혈압 환자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프롤라민(prolamin)이 적어 점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면을 만들기 우해서는 밀가루를 10∼50% 첨가하거나 난백·마 등을 섞어 반죽해야 한다. ▲ 메밀묵밥메밀의 줄기와 잎에도 루틴(rutin)이 함유되어 있어 고혈압. 뇌출혈. 외상출혈 등에 응용하면 좋다. 아르기닌(arginine)과 티로신(tyrosine)이 풍부한 우유와 함께 조리하면 영양에 균형이 잡혀 아주 좋다. 메밀껍질도 찬 성질이 있어 베개의 속으로 쓰면 열을 잘 흡수해서 머리가 맑아지게 되므로 좋다. 메밀은 특히 태양인의 위장병에 좋다. 그러나 성질이 찬 재료이기 때문에 소음인이나 태음인의 경우 많은 양을 지속적으로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당나라 때의 맹선이 쓴 <식료본초>에서도 "메밀은 냉물(冷物)로서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했으며. <의림찬요>에서도 “봄이 지난 이후에 메밀이 든 음식을 먹으면 냉기가 동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 메밀싹비빔밥연말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곳곳에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이 겨울에 뜨끈하게 불 땐 방안에 앉아 이가 딱딱 부딪게 찬 냉면을 먹는 재미라도 없다면 겨울이 더욱 길게만 느껴질 것이다.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