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교회 김지영 목사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무심하게 덮고 지나가려는지. 어제 밤 사이에 폭설이 내렸다. 그러나 폭설에도 사람들은 기울어 가는 한해를 어떻게든지 마무리하려고 이런 저런 모임을 갖고. 지나가는 한해를 보내려는 때이다. 아침에 하얗게 눈 덮은 마당을 치우기 위해 저쪽 떨어진 건물로 빗자루를 가지러 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걸어가면서 찍어놓은 발자국이 총총 눌려져 있다. 올 한해도 이런 저런 나의 잔영과 흔적을 남기고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한해를 보내면서 사람들은 기쁨과 환희보다는 아쉬움과 회한으로 마치는 것 같다.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한해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후회와 아쉬움으로 막을 내릴까? 사람들은 더 나은 완벽한 삶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아마 이것은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리라. 그러나 이 한해의 마침표를 찍는 자리에서 터지는 탄식과 회한이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과 평가에 못 미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면. 바람직한 성찰은 아닐 것이다. 온 세상은 지금 특별해야 살아남는다고 아우성친다. 광고도 특별해야 주목하고. 내 아이의 성적과 재능도 특별하기를 ‘대망’한다. 특별한 아이디어로 대박을 터트리고.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온 관중의 부러움을 사는 아이돌 같은 존재를 꿈꾼다.뭇 사람들로부터 선망받는 존재를 꿈꾸는 한. 우리는 늘 뒤쳐지고 실패한 존재로 여겨질 뿐이다.그러나 눈을 돌려 나의 살아 온 날들에 대해서 평범하고 보통의 것들에 감사해보자.눈이 내린 마당에 서서 온 들이 눈부시게 빛나는 세계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눈은 귀찮고 훼방거리밖에 안되겠지만.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며. 겸손하게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하늘의 세계를 접촉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일 것이다. 방을 청소하면서 얻는 기쁨. 화분에 물을 주면서 갖는 행복감. 고단한 잠을 자고 나서 아침 햇빛을 볼 때의 기쁨. 독감으로 며칠을 앓고 나서 다시 몸을 추스르며 얻는 기운. 이런 모든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주의 깊게 경험하며 보낸 사람은 행복한 한해였으리라.나는 내년에도 대망(大望)보다는 소망(所望)이 아닌 소망(小望)을 품는다. 그것은 작고 약한 자 앞에서 더욱 겸손해지고. 강하다고 하는 자 앞에서 담대해지며. 한 모금을 물에도 감사할 줄 알고. 재벌의 재산을 부러워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초고층 빌딩을 세운 인간의 재기에 경탄하기보다는 작은 이슬을 머금고 있는 풀잎 하나에 놀라워하는 평범 속에 감추어진 비밀을 간직하며 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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