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메리 크리스마스! - 지금 당신은 선물을 준비 할 때      문복주 (논설위원)   하나. 12월 24일 저녁. 직장을 마친 허름한 한 사내가 상점에 들어가 보석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머리핀 하나를 샀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갔다. 그 시간 젊어 보이는 한 여자가 보석상에서 아주 멋진 금시계줄 하나를 샀다. 그 여자는 설레이는 기쁨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저녁 식탁에서 그 선물을 서로에게 주었다. “여보. 사랑해요. 오늘은 메리(즐거운) 크리스마스(성탄). 당신을 위해서 조그만 선물 하나 준비했어요.” 남자가 여자에게 머리핀이 든 선물상자를 내민다. “여보. 당신을 사랑해요. 구주 오신 날 나도 당신을 위해서 조그만 선물 하나 준비했어요.” 여자가 남자에게 금시계줄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비극을 어이하랴. 가난한 부부의 남자는 여자의 머리핀을 사기 위하여 하나 밖에 없던 자신의 손목시계를 팔았고. 여자는 남자를 위하여 자신이 지니고 있던 가장 아름다운 금발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금시계줄을 샀던 것이다. 운명은 이렇게 가끔 엇갈려 우리 곁을 지나간다. 둘. 12월 25일 아침. 귀엽고 예쁜 다섯. 여섯 살 쯤의 어린 소녀가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어린 소녀는 침대 머릿맡에 걸어 둔. 아니면 아파트 베란다. 아니면 현관문 손잡이에 매달아 둔 산타 양말 앞에 달려 나간다. 정말 거기에는 갖가지 멋진 장난감이며. 맛있는 초콜렛 과자며. 예쁜 인형들이 한가득 들어 있다. “와아! 엄마! 아빠! 이리 와 보세요! 산타 할아버지가 정말 선물을 가득 주고 갔어요. 굴뚝도 없는데 어디로 들어 왔지? 내가 착하고 예쁘니까 날개 까지 달고 하늘에서 날아와 선물을 한 가득 주고 갔어요.” 엄마 아빠 소녀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밤사이 함박눈이 1미터는 펑펑 내려 세상은 온통 하얀 신세계다. 세상은 동화 속에 나오는 흰 눈 속의 동화나라로 바뀌어 있었다. 오. 메리 크리스마스! 오 화이트 크리스마스! 하나는 미국 단편소설의 대가 ‘오 헨리’가 쓴 <크리스마스 선물>을 요약한 것이고. 둘은 일반적으로 성탄절 날 어린이들이 상상하는 세계를 짐작해 본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우리와는 맞지 않는 서구에서 비롯된 종교성 있는 날이라고 폄하할 이유는 없다. 단편이란 있음직한 일을 쓰는 이야기이듯 중요한 것은 크리스마스날의 선물의 의미일 것이다. 우리 누구나 어느 사람에게 선물을 주고 싶기고 하고 선물을 받고 싶기도 하다. 특별한 날을 통하여 선물을 생각하여 마음을 전달하고 어린 소녀와 같이 아름다운 꿈을 꾸고 상상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인간이면 당연히 갖는 ‘꿈 꿀 권리’인 것이다.동방박사가 별빛을 따라 아기 예수의 구유에 찾아와 경배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의 선물을 주고 돌아갔듯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은 선물을 준비 할 때이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 누군가를 위하여 선물을 해 본 적이 언제인가 돌이켜 보아야 할 때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줄 선물은 무엇인가? 선물은 마음이다. 마음이 들어 있는 편지도 하나 곁들이면 더욱 좋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일부의 욕심과 집착을 팔아 가까운 내 부모. 내 가족. 내 아이에게. 내 이웃에게. 내 북녘에게도 나누어 준다면 오 헨리의 그 사내가 꿈 꿨던 그날의 크리스마스 이브가 내게도 실현되는 것이다. 베푸는 마음의 즐거움과 기쁨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인도사람들은 적선(積善:선을 쌓다)을 하며 오히려 그들에게 경배하고 감사해 한다. 선물할 대상이 없고 베풀 대상이 없다면 그 얼마나 황량하고 쓸쓸한 인생의 겨울 벌판인가. 크리스마스 이브 오늘 나는 때마침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거리의 상점 쇼윈도를 기웃거리며 혼자 서성인다. 처녀 때 아내가 자주 입고 나타나던 스타일의 이 옷도 예쁘고. 저 귀걸이도 반짝이고. 아들놈이 사달라고 조르던 닌텐도 게임기도 보이고. 딸이 “아빠. 저거. 저거...” 조르던 신데렐라 공주 인형도 사고 싶고... 그러다 보니 거리의 저 편 어디선가 땡그렁 땡그렁 종소리가 들린다. “이웃에게 사랑을-” 구세군 냄비에는 사랑의 불길이 훈훈한 온정을 따뜻하게 덥히고 있다. “오. 메리크리스마스! 오. 화이트 크리스마스!”남에게 한번도 움킨 손을 편 적이 없는 구두쇠 스쿠루우지 할아범일지 모를 내가 맞는 내일의 새 아침은. 함박눈이 펑펑 내려 정말 세상은 새하얗게 바뀌어 아름다운 세계로 빛나고 있을까? 연말년시에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의 선물 하나를 준비하여 건네 보자. 음흉한 뇌물이 아닌 진실한 사랑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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