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 Talk 35회팥죽 드셨나요? ▲ 새알팥죽동지(冬至)는 한자의 뜻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말로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져 밤의 길이가 일 년 중 가장 긴 날이다. 동지가 지나면 낮의 길이가 매일 1분씩 길어진다. 그래서 조상들은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동지를 설날로 삼기도 했었다고 한다. 실제로 조선시대에는 설. 임금의 생일과 함께 3대 명절로 꼽히던 날이 동지였는데. ‘동지는 양기(陽氣)가 생기는 날이고. 군자가 즐거워하는 때이니. 이날부터 조회를 크게 하고. 또 임금과 신하가 함께하는 연회를 베풀겠다’는 기록이 <태종실록>에 남아있다. 비슷한 기록이 <세종실록>에서도 보인다. 궁에서와는 달리 서민들은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먹었다. 동지에 팥죽을 쑤면 가장 먼저 사당에 올리고 방이나 곳간. 장독대. 헛간 등에도 놓아두고 대문이나 벽에는 뿌리기도 했다. 팥죽의 붉은 색이 잡귀를 쫓고 잔병을 없애며 액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동지가 동짓달 초순에 드는 애동지(兒冬至)에는 팥죽을 끓여 먹지 않고 대신 팥시루떡을 해먹었는데 어린 아이들에게 액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 적소두리어탕조상들은 팥이 같은 과의 콩보다 크기가 작고 붉다 하여 적소두(赤小豆)라고 부르는데 <동의보감>에서는 적소두가 성질은 따뜻하지도 차지도 않으며 독은 없는데 주로 몸 안에 있는 수분을 배설시켜서 소변을 잘 나오게 하여 몸이 붓는 것을 치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팥은 대략 57%의 당질과 21%의 단백질. 1%의 지방과 함께 다른 두류에 비해 많은 양의 비타민B1을 함유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사포닌도 가지고 있어 지방의 분해대사를 도와 비만을 막아주며 통변작용도 한다. 잉어와 함께 끓여먹으면 몸 안의 쓸데없는 수분을 제거하고 소변을 잘 보게 하는 효능이 특히 강해지므로 조상들은 산후에 부기를 빼기 위해 자주 사용하였다. 또한 산후에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의 유즙분비를 돕는 작용도 한다. 하지만 몸에 진액이 부족하거나 자주 소변을 보는 사람. 너무 마른 사람이 팥을 자주 많이 먹는 것이 조심해야 한다. 소음인의 경우에는 소화가 안 될 수도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 팥꽃기억을 더듬어 보면 외할머니는 동지에 팥죽을 쑤어 꼭 동치미와 함께 주셨다. 애동지에 팥시루떡을 해주실 때도 언제나 그냥 팥만을 넣는 것이 아니라 무팥시루떡으로 만들어 주셨다. 정조의 어머니인 홍대비가 즐겨먹던 떡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팥죽이나 팥칼국수. 팥시루떡을 먹을 때 무를 곁들이는 것은 소화가 잘 되게 하려는 조상들의 지혜로 추측된다. 음식을 하기 위해서 팥을 삶을 때는 팥이 끓기 시작하면 첫물은 버리고 다시 물을 잡아 끓여야 혹시 일으킬지 모를 소화 장애를 막을 수 있다. ▲ 팥칼국수팥을 고르다 보면 유난히 작고 단단해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 그 작은 팥은 아무리 삶고 또 삶아도 익지 않아 음식을 하는 사람에게는 보통 거슬리는 게 아니다. 그런데 어른들의 말씀을 빌면. 갈무리하였다가 심은 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저절로 떨어져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은 팥이라 하여 따로 돌팥이라 불리는 것이 바로 그놈이다. 아마 야생으로 혼자 살아남으려니 더욱 강한 생명력을 지녀야겠기에 그렇게 단단한 껍질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거두고 아껴주는 이 없이 혼자 살아남으려면 돌팥처럼 그렇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단단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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