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 Talk 34회찬바람 불 땐 주머니 속 편강 한 쪽▲ 생강차며칠째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모두의 어깨는 움츠러들고 걸음은 빨라진다. 이런 날 나는 가방 속에 편강을 한 줌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가끔 꺼내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생강의 향이 입안에서 맴도는가 싶다가 어느 사이 매운 맛은 내 혀를 자극하고 뱃속까지 따뜻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 오늘은 학교에서 친환경농업에 대한 공부도 하고 내년의 농사 계획도 세우는 모임을 가졌는데 난로를 피워도 추운 날이라 지난 학기에 만들어 놓은 생강효소를 꺼내 끓여 마시면서 진행하니 한결 추위가 덜 한 것 같았다. 생강을 바로 끓여 차로 마시는 것 보다 매운 맛이 많이 부드러워져서 많이 마실 수 있어 더 좋았다. 우리는 생강을 양념이라고 부른다. 양념이라는 말은 약으로 생각하고 먹으라 하여 약념(藥念)에서 출발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법 그럴듯한 추리라고 생각된다. 그런 藥念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생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생강은 따뜻하고 매운 맛을 가진 양념류이지만 그 약성이 강해 약재로도 아주 많이 쓰인다. ▲ 편강생강은 고려시대에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에 최초로 재배되었다는 기록을 고려사에서 찾을 수 있다. 비장과 위장. 폐장을 이롭게 하는 생강은 구가의 성약(嘔家의 聖藥)이라 불릴 만큼 구토에 좋은 식품이다. <동의보감>에는 몸의 냉증을 없애고 소화를 도와주며 구토를 없앤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생강이 위점막을 자극해 소화를 촉진시키고 몸에서 열을 발생시켜 몸을 따뜻하게 하기 때문이다. 생선이나 게의 독을 해독하며 담을 삭이고 기침을 그치게 하는 효능도 있다. 그러나 생강의 껍질은 성질이 서늘하므로 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자 한다면 꼭 껍질을 벗기고 써야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효능을 가진 생강이라 하더라도 평소에 눈병이나 종기. 치질 등이 있는 사람. 간염환자나. 임산부 등이 생강을 많이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중국의 성인 공자도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식사 때마다 생강을 챙겨 먹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몸에 한기가 들고 소화가 잘 안 되면 호도. 대추와 생강을 함께 넣은 죽을 끓여 먹으면 도움이 된다. 생강에 파뿌리. 대추를 같이 끓여 먹으면 감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목이 쉬어서 잘 안 나올 때는 생강즙과 무즙을 내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 속이 차서 소화가 잘 안 될 때는 생강에 볶은 산사를 넣고 끓여 황설탕을 타서 먹으면 속이 따뜻해지고 배가 아픈 것이 나아진다. 생강이 수확되는 가을에 얇게 저민 생강을 꿀에 재워두었다가 추운 겨울에 차로 즐기면 좋을 것이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좀 한가할 때 껍질을 까서 얇게 썬 생강으로 정과를 만들어 식탁 위에 놓아두면 식구들의 위가 늘 편안할 것이다. 연말에 적당한 선물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예쁘게 포장한 편강을 권하고 싶다. 보내는 사람의 정성은 물론이고 건강을 함께 보내는 것이니 받는 사람이 기뻐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