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딸로 살면서(2)▲감식초감꽃이 지고나면 기다림의 시간이 계속된다. 감이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배고프고 어린 군인의 딸에게는 고문과도 같은 시간이다. 꼬맹이는 어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대로 자기 주먹만 한 땡감을 주워서는 바늘로 찔러 소금물에 담근다. 그런 후 몇 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꺼내 한 입 베물면 입안으로 하나 가득 퍼지면서 몸서리쳐지게 떫은 감. 군인의 딸은 아직도 떫디떫은 감 맛을 잊지 못하고. 침담근다고 설치고 다니면서 또 다시 옷에 물을 들이고 야단맞고 울고. 굶고 잠들던 기억도 잊지 못한다. ▲ 감을 올린 한과어린 시절엔 몰랐지만 감의 떫은맛은 탄닌 성분 때문으로 40°C의 물에 24∼36시간 정도 담가두면 없어지거나 소주 혹은 에탄올을 뿌려 일주일 정도 밀봉해두면 없어진다. 감은 떫은 맛 외에 단맛도 가지고 있으며 독이 없으나 찬 성질을 가진 과일이다. 감은 심장. 폐. 대장을 이롭게 하며 찬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음은 물론이고 우리 몸에 필요한 진액을 만들며 폐를 촉촉하게 해주고 기침을 멎게 하는 등의 효능도 있다. 하지만 <본초강목>에 보면 게와 함께 먹으면 복통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감은 고구마와 같이 섭취하면 위장에 결석이 생길 수 있으니 몸이 허약하여 병이 많거나 산후. 감기 등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탄닌 성분이 많아 과식하면 변비가 될 우려도 있으니 주의해야 하지만 배탈로 인한 설사에는 감을 먹어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 홍시김치감은 잎이 나면 잎을 따서 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고. 꽃이 피면 꽃을 따서 감꽃차로 즐기고. 풋감은 따서 그 즙으로 염색을 하며 감이 익어 말랑해지면 달콤함에 빠지고 곶감을 만들어 두고 먹으니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더욱이 시체(?)라고 불리는 감꼭지조차도 딸꾹질이 날 때 끓여 먹는 약이 되며 곶감의 표면에 피는 하얀 가루인 시상(枾霜)도 포도당과 과당의 결정체로서 열을 내리거나 폐의 열로 인한 마른기침에 쓰면 효과가 있다. ▲ 홍시 소스 샐러드음주 후에는 얼리거나 차게 해둔 감을 먹으면 술이 빨리 깨는데 도움이 되고 위의 열을 내리는데도 쓸 수 있다. 그러나 감이 술을 빨리 깨게 한다고 해서 술안주로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대장금’이라는 드라마에서는 감을 발효시켜 만든 식초와 감을 체에 내려 만든 소스를 이용해 먹는 음식이 나왔었다.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그 후 시중에는 수많은 감식초가 판매되고 있으며 젊은 층을 겨냥하여 운영하는 식당이나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는 감 소스를 이용한 음식들이 사랑받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곶감을 그냥 곶감으로 먹는 것을 넘어 떡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죽을 쑤어 먹기도 했으며 호두. 잣과 함께 손질해 어린이 간식이나 남자 어른들의 술안주로도 애용했다. 떫은 맛 때문에 변비가 생길 수 있음을 호두나 잣 등의 견과류와 함께 배합해 먹음으로 장을 윤택하게 하고 통변효과를 가지게 했던 것은 약선(藥膳-약이 되는 음식)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 우리의 조상들이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여 기쁘다.가을에 깎아 걸어둔 감이 벌써 곶감이 되었다. 반세기 전 어느 무렵에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벌인 해프닝을 기억하니 곶감이 더욱 맛나다. -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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