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내 아이에게 책을. 잘. 많이. 제대로 읽힐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조금이라도 해결하리라는 기대로 함양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 앉았다가 "오늘은 아이들을 위한 책 읽히기가 아니라 나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책이란 주제로 이야기해보자"는 박영숙 관장의 첫마디는 그야말로 이날 강의의 반전이었다.금반초등학교 학부모 독서동아리(회장 오정은)는 지난 11월30일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이며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의 저자 박영숙씨를 초청. 저자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11년째 사립공공도서관인 느티나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숙 관장은 '누구나 꿈 꿀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바라며' 도서관을 만들었다. 이 짧은 한 문장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지가 이날 강의의 요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평등하게. 권리를 갖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누군가의 꿈의 크기를 정해줄 권리는 없다"는 박 관장은 "스스로 책 읽기의 가치와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들이라면 아이들도 책을 통해 스스로의 삶과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지고 삶을 풍요롭게 꾸려가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기술적인 방법으로 가르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어느새 깨달았을 것이다"고 말했다.온 나라가 독서교육으로 열병을 앓게 되면서 도서관에 와서도 책 읽기를 가르치는 몫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아이를 대신해 학교에서 나눠준 필독목록을 들고 와서 책꽂이를 뒤지는 부모들을 볼 때면. 도서관마저 자칫 입시위주 교육에서 검증받기 위한 논술이나 독서능력을 보조하는 기관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박 관장의 말에 가슴이 뜨끔했을 어른도 있었으리라. 박 관장은 "선생님도 없고 시험도 없는 도서관은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더 큰 배움터"라고 주장하며 책 읽는 즐거움이 신종플루보다 빨리 전염되기 바란다고 했다.책 읽기 습관이 배이도록 ‘훈련’하거나 가르치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언제나 손을 뻗으면 읽고 싶은 책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평생 책을 좋아하게 만들 수도 있는 ‘바로 그 책’을 만날 기회를 곳곳에 늘어놓은 곳을 만들고 싶어서 박 관장은 느티나무도서관을 짓고 ‘시끄러워서 좋은’ '놀이터보다 재미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채우는데 열중하고 있다.강연을 통해 박 관장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내 아이를 키우는 데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잊혀져 가던 아이들의 또 다른 이름 '꿈나무'를 위해 자신의 꿈을 꾸는 어른이 될 것을 권했다.한편 이날 행사를 주관한 금반초등학교 학부모 독서동아리는 아이들의 독서활동을 지원함은 물론 책을 통해 소통하며 꿈꿀 권리를 누리고 있다.<하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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