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순 논설위원남원에 ‘지리산관광개발조합’이 있다. 지리산권 7개 시군의 공동연계사업인 지리산 관광상품개발 등에 따른 16개 주요 사업들을 10년 동안 연차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기구이다. 특히 이 기구는 지리산권 자치단체간의 불필요한 중복 투자나 유사시설 도입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없앰으로 균형발전을 꾀하기도 한다. 11월 1일부터 7일까지 7개 시군 3명씩 관광아카데미 교육을 지리산관광개발조합에서 전주대학교에 위탁하여 실시하였다. 3일 동안 실시된 교실수업과 4일 동안 진행된 중국여행은 지리산을 제대로 보자는 취지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부터 시작하여 역사와 문화. 교통. 생태를 통한 해설기법까지 다각도로 지리산 통합을 주제로 다루었다. 지리산 인문학에 푹 빠진 느낌이었다. 강의 중 민감하게 피해가는 부분이 케이블카였다. 열강을 하는 어느 교수는 개인적 사견으로 반대를 고수하면서도 자신의 지역(남원)이 추진하는 케이블카를 언급하면서는 기본적으로 2개 정도의 케이블카는 지리산에 허용해도 좋다는 아리송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산청에서 온 교육자는 100% 산청은 지지한다며 반대론자가 1명도 없다는 절대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주의 사회가 무색할 의견이었다.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각 지역의 교육생들은 자기 고장의 정당성을 나름대로 피력했다. 전북 남원시 관계자는 반야봉을 앞세워 지리산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주장하며. 반선∼반야봉 7.3킬로미터 구간에 8인승 곤돌라 66대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또한 전남 구례군은 산동 지리산온천관광지구∼노고단 4.5킬로미터 구간에 설치할 계획을 세워 이미 지난해 9월 환경부에 신청서를 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지자체 출범 이후 중앙집권시절 없던 지역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옆의 동네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생기고 잘 된다 싶으면 어김없이 따라하는 관광상품이 많아졌다. 서로 지역을 잘라서 ‘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천왕봉 주소를 두고 함양과 산청이 추성리와 중산리로 다르게 말하는 것이다. 지리산자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리산 전체를 한 몸으로 보지 않고 자기 지역에 맞게끔 설명하기 때문일 것이다.국립공원에 다수의 사업계획이 있으면 1∼2개 사업으로 조정하겠다는 환경부의 방침이 알려지자 각 지자체에서 케이블카 유치를 위한 혈전이 예상되고 있다.정부의 자연공원법 개정이 자연보존지구내 케이블카 거리를 2킬로미터에서 5킬로미터로 연장하면서 구례군과 산청군이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함양군도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타당성조사 용역결과에 대한 보고회를 갖고 행정절차에 돌입한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함양군은 백무동∼장터목대피소 4.5킬로미터 구간에 50인승 케이블카 2대를 운행하기로 하고 내년 초에 공원계획 변경을 위한 용역을 거쳐 환경부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케이블카 얘기가 나올 때마다 환경파괴란 얘기가 동전의 뒷면처럼 꼭 따라 나온다. 지자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환경단체들의 케이블카 설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협의회와 지리산종교연대는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을 선포하고 문제점을 알리며 등산객과 주민들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교육기간 중 다녀온 중국 황산은 우리와 다른 환경조건으로 누구도 케이블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지 못할 만큼 필요한 상품이었다. 한 번에 100명씩 탈 수 있는 케이블카가 매번 움직이는 걸 봐도 상당한 수입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지리산과 중국의 황산을 비교하며 케이블카의 정당성과 반대의견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의미없어 보였다. 함양군은 남부내륙의 교통중심지로서 접근성이 뛰어나 지역문화를 잘 보존하고 조망도 수려해 케이블카 설치의 최적지로 보고 있다고 한다.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코자 주장하는 지자체들은 대부분 지역발전의 논리를 앞세운다.그러나 먼저 관광개발로 외부 거대자본이 들어올 경우 지역활성화에 따른 실익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지리산권의 현재상황은 법적으로나 사업타당성으로 불가능한 지역에서도 일단 주장부터 해보자는 식으로 덤비는 케이블카 사업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수많은 등산객들이 계곡과 능선의 샛길을 넓히면서 오염시키고 있는 지리산의 현실에서 케이블카 설치가 반사적으로 환경파괴와 연결되어 자연을 자연 그대로 두지 않는다고 탓하는 반대론자의 팽팽한 의견을 앞 다투어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리산권 지자체마다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