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 Talk 29회여름 더위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을 계속 하다보면 가을이 깊어가면서 나는 언제나 감기라도 앓아야 겨울을 맞게 된다. 소화도 잘 안 되고 입맛이 떨어져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여 기운까지 딸리게 되니 엎친데 겹친 격으로 몸은 더욱 힘들어지고 그런 날이 며칠간 이어지면 나는 어머니 생각에 절로 눈물이 난다. 잔기침이 그치지 않고 오래가면서 목이 너무 아플라치면 무채를 넉넉히 썰어 넣고 지은 무밥이 그리워 어머니 생각은 더욱 간절해진다. 쌀보다 무를 훨씬 많이 넣고 하였지만 어떤 다른 맛있는 다른 반찬 따윈 필요 없이 양념간장 하나면 충분한 어머니가 해주신 무밥. 먹고 나면 가벼운 감기나 몸살. 소화불량 따윈 금방 뚝 떨어지던 무밥. 그 무밥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이제 드디어 인삼보다 더 좋다는 ‘가을무’의 계절이 돌아온 것 같다. 중국에서 전하는 무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한 가난한 두부장수가 있었는데 두부를 먹고 체해서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아도 낫지 않아 고생을 하던 어느 날이었단다. 두부를 사러 온 사람과 이야기를 하던 중 실수로 무국을 두부에 엎질렀는데 엉겨가고 있던 두부가 다시 풀어지는 것이 보였단다. 그래서 그 두부장수는 두부를 먹고 체했으니 무국을 마시면 혹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 무국을 끓여 마셨는데 정말로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한다. ▲ 유자청무샐러드생식과 숙식이 모두 가능한 무는 맵고 서늘한 성질을 가졌지만 위와 폐에 이로운 식품이다. 그래서 소화를 돕는 것은 물론 식욕을 증가시키며 섬유질이 많아 위장유동을 촉진시켜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도 좋고. 담을 삭이고 기침을 그치게 하는 작용이 있으며 열을 내리고 갈증을 풀어주는 이뇨작용도 있다. 그러므로 복부가 더부룩하면서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 만성기관지염. 오래되는 가래기침이 있는 사람이 먹으면 좋은 식품이다. 하지만 인삼을 먹고 두통이나 어지럼증. 구토 등이 생겼을 때 무를 갈아 즙을 내어 먹으면 그 증상이 해소된다고 하니 아무리 좋은 무라도 인삼과 같이 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밥도 좋지만 요즘같이 맵지 않고 물이 많아 무맛이 좋을 때는 역시 제철인 유자를 청으로 만들어 무와 동량으로 섞어 샐러드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새콤달콤하니 그 맛이 좋아 생무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도 잘 먹는다. 김장이 끝나고 좀 한가하여 시간이 있을 때는 무를 넉넉하게 준비해 조청으로 만들어 두었다가 음식에 이용하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능의 무가 우리를 건강하게 지켜줄 것이다. 그렇게 만든 조청에 다시 무와 가을 견과류를 넣고 약한 불에서 오래 졸여 놓으면 그 어떤 간식이나 후식. 혹은 다식과 비교하여 뒤지지 않는 좋은 무양갱이 된다. 동의보감에 음식과 약은 그 뿌리가 같으니(食藥同源) 약은 질병에 걸린 다음에 먹는 것이고 좋은 음식을 먹어 질병을 예방하면 약을 따로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니 평소에 질병에 걸리지 않게 질 좋은 음식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지혜로운 식생활을 하는 것이다.   -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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