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순 논설위원팍팍 빵빵 터지는 불꽃놀이의 화려함은 어딜 가나 축제의 서막을 알린다.7월에 열리는 산삼축제와 10월에 열리는 물레방아축제는 함양의 대표적 축제로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은 해마다 비슷하다. 상림을 둘러 싼 주변에 차량통제 안내표지판을 골목마다 세우고 대형 현수막을 내건 애드벌룬이 일찌감치 하늘에 펄럭이고 또 포스터가 거리마다 나붙어 머지않아 커다란 행사가 상림에서 열린다는 걸 누구나 알게 된다.함양은 상림이라는 아주 월등한 장소를 가지고 있어 행사의 일차적인 준비조건은 완벽하다.천 년의 숲에서 이뤄지는 행사는 사람들에게 자연적인 친화력을 상승시켜 자연스레 발걸음을 축제장으로 이끌고 숲과 만들어지는 행사의 진행은 웬만해서 저조한 성적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산삼축제는 심마니 체험을 숲과 어울리게 조성하다보니 외부인들이 방문했을 때 설득력을 지닌다. 물레방아축제가 열리는 10월의 상림은 행사장을 돌며 물레방아를 볼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과연 이름에 어울리는 축제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도 한다.일 년 내내 전국 방방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5월과 10월에 80%의 축제가 진행된다.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서로 경쟁적으로 축제를 개최하다보니 지방자치단체가 주최 또는 후원하는 축제만 1000여 개가 넘는다. 여기다 읍면 단위로 열리는 동네 축제까지 합치면 실제로 얼마만큼 축제가 열리는지 파악조차 어려울 정도이다.축제란 말 그대로 축하의 제전이며 기쁨과 즐거움의 정서를 바탕으로 주민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화합과 통합의 계기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 느끼는 축제는 그렇지가 않다. 분주한 먹거리 장터와 오늘은 어떤 가수가 나올까? 어떤 구경거리가 있을까? 어떤 사람과 어울려 막걸리 한 잔이라도 기울일까? 하고 저녁마다 진행되는 오락프로그램에 집중을 하게 한다.지역마다 역사성도 모호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보니 개성과 창의성 그리고 지역성에 따른 축제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 되어 버렸다.주민을 소외시키고 특정인을 부각시키는 행사로 변질되기도 하고 바가지 상혼이 슬그머니 나서기도 한다. 오락성이 강조되어 역사성과 개성이 사라지고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은 축제의 전반적인 진행을 보면 씁쓸하기 그지없다.올 초 중국의 칭다오를 방문했을 때 축제를 위한 치밀한 준비성에 놀란 적이 있었다. 방문시기가 1월이었는데 8월에 열리는 ‘맥주축제’ 홍보를 거리 곳곳에서 하는 걸 볼 수 있었고 작은 기념품을 칭다오 상점 곳곳에서 팔고 있었다. 물론 20회를 맞는 축제의 역사성이 깔려 있고 특징이 뚜렷해 세계각지에서 모여드는 관광객이 어마어마하지만 손님을 맞는 축제의 준비는 자연스레 맥주를 생산하는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맥주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기게 했다. 축제참석을 유도하는 도시의 분위기가 상당히 활기차고 어딜 가나 칭다오맥주를 연상한 모형이 이 축제 하나로 이 도시가 먹고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우리나라에서 지역축제의 올바른 방향정립을 위해 모델제시가 되는 축제가 화천군의 ‘산천어축제’이다. 우리의 축제와 비교해 볼 때 산천어축제의 성공적 원인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독특한 테마와 지역특성에 맞는 주제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둘째. 축제기획과 운영을 위한 전문 인력의 조직이 있었다. 셋째. 관 주도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추진협의체로 전환했다는 것이다.축제가 끝나면 상림은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축제기간 중 자연을 훼손하거나 쓰레기를 무차별 내어놓고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고 싶다.주민이 낸 세금으로 생색내며 유권자를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간접선거운동의 축제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축제를 평가하고 문제점을 지적하여 개선방안을 찾을 수 있는 전문가집단의 평가참여와 주민의 자발적 평가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해마다 두 번의 큰 축제가 열리는 함양에서 주민들이 관객으로만 전락하지 않고 축제의 추진 초기부터 동참을 유도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민·관은 물론 주민사회와 지역예술계의 의견을 적절히 수렴하여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는 신바람 나는 축제로 우뚝 서길 내년 축제에 기대를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