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교회 김희수목사지난 10월9일 쉬는 토요일을 맞이하여 지리산 기독교 환경연대에서는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 인월에서 출발하여 서림공원까지 약 9km남짓 둑방길을 천천히 걸었다. 지리산 둘레길은 모방송사 ‘1박2일’이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이후 부쩍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하던데 과연 쉬는 날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더욱 몰려서 북적거렸다. 호젓하게 거닐어보려던 욕심은 쉬이 거두어드려야 했다. 천천히 걷는 우리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과 역방향으로 오는 사람들이 맞물려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걷는 부모들도 많았고. 등산복을 입은 동호회 사람들과 단체로 온 중학생들도 있었다. 우리가 걸은 인월-운봉 구간은 옥계저수지를 지나 훤히 트인 들녘을 바라보며 제방길을 따라 걸어간다. 이미 추수가 끝나 누런 황금 들녘을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둑방 위로 쑥부쟁이와 엉겅퀴와 코스모스가 피어있었고. 이름 모를 들풀들과 벼과 식물인 그령과 비노리들과 억새풀이 바람에 흔들거린다. 맑게 흐르는 시냇물에는 파아란 가을하늘과 흰구름이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걷다보면 만나는 정겨운 마을마다 입구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준다. 멀리 왼쪽으로 보이는 산이 지리산 서북 능선이다. 이 길은 조선시대 한양으로 올라가는 통영별로였다고 한다. 요즘은 도보순례가 열풍처럼 일어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은 남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시작해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800km를 걸어서 순례한다. 순례자들은 약 30여일이 걸리는 이 기나긴 길을 걸어가면서 신앙심을 고취하고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게 된다. 해서 요즘은 수많은 사람들이 신앙심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속도문화에 대한 저항의 이름인 느림의 미학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아성찰을 위하여 도보순례를 떠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본따 만든 제주올레길이 도보 순례길로 그 명성을 올렸고. 지리산 둘레길도 이에 질세라 지리산 둘레를 잇는 지리산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마을길을 이어 800리(300km)를 잇는 도보길이 2011년까지 완성될 예정이다. 순례란 종교적 의미로 종교상의 성지(聖地)나 영장(靈場)을 찾아다니면서 참배하는 여행을 말한다. 그래서 ‘순례자’는 종교적 의무를 위해서나 신앙고취를 목적으로 성지를 찾아 떠나는 사람을 일컫는다. 순례자는 순례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만나기에 이른다. 지리산 둘레길은 종교적 성지가 아니지만 순례자의 마음으로 걷는다면 순례길이 된다. 순례길은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길이란 것이 원래 길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다 보면 길이 되듯이 순례길 역시 한 사람 한사람이 걸으면서 남긴 그들의 신앙과 용기와 생명이 그 길을 정화하였기에 순례길이 되었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그 길을 가며 영혼의 위로를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얼마나 중요한가? 나 한사람의 발걸음이. 너와 내가 그 길을 걸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래서 평화로워지고. 행복해지고 내면의 빛으로 충만해진다면 우리의 지리산 둘레길은 걷는 사람들이 영혼의 위안을 얻는 순례의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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