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제사상의 밤도 탐난다지난 주말 후배들과 함께 세계 제일의 농부인 이해극선생을 만나러 갔던 제천의 숙소 옆에는 밤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아침이 되자 모두들 풀숲을 헤치고 다니면서 알밤 줍는 재미에 배고픈 줄을 모르고 시간을 보냈었다. 어린 시절 산촌에서 살 때 바람이 많이 부는 밤에는 다음날 이른 새벽에 밤을 주울 생각으로 잠을 설치고는 했었다. 남들보다 먼저 밤나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잔뜩 주운 다음 콩밭에 숨겨놓을 때쯤이면 그때서야 친구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시치미 뚝 떼고 늦게 나온 친구들과 다시 산을 뒤지러 다녔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였기에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34.5%의 탄수화물을 가지고 있기에 도토리와 함께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과실이며. 그렇기에 예로부터 흉년을 대비한 겨울나기의 구황식품으로 밤만 한 것이 없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도기에 밤을 담아 땅속에 묻어 다음 해 여름까지 저장을 하는 기술이 발달하였다고 하니 우리는 지혜로운 조상을 가진 것임에 틀림없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율리(栗里). 율치(栗峙). 밤재 등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에 밤나무가 많았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밤은 그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신장을 이롭게 하므로 강장이나 양생에 좋은 식품이다. 노인이 말린 밤을 익히지 않고 날마다 먹으면 허리를 튼튼하게 할 수 있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며 기를 돋워주고 잇몸을 튼튼하게 하고 장도 튼튼하게 할 수 있다. 설사를 할 때는 생밤을 대추와 함께 넣어 죽으로 쑤어 먹고. 근골을 강하게 하거나 혈액순환을 시켜 지혈을 할 때는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반그늘에서 말려 가루로 만들면 소화흡수에도 좋으니 필요하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어 좋다. 곶감과 함께 죽을 만들어 먹으면 달콤하니 맛도 좋고 어린아이들의 설사를 멈추게 하므로 곶감과 함께 저장해두었다가 이용하면 좋다. 특히 <동의보감>에는 ‘밤이 과실 중 가장 몸에 좋고. 특히 뜨거운 잿불에 진이 날 정도로 구워 먹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중국의 의서인 <본초강목>에도 ‘생밤이나 찐밤보다는 군밤이나 기름에 튀긴 것이 몸에 좋다. ...... 또한 밤껍질을 꿀에 개어 바르면 피부를 수축하게 해서 노인의 얼굴에 있는 주름살을 펴게 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밤은 너무 많이 먹으면 기의 소통을 막을 수 있으며 장에 가스를 생기게 한다. 소아의 변비를 부추길 수도 있고 몸에 습이 있어 생기는 허리와 다리의 통증에는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요즘 함양의 외곽 지역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밤을 수매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린 시절의 알밤 줍던 기억에 더해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밤 맛도 나를 유혹하므로 오늘은 나가서 밤을 좀 사다가 저장해 두고 겨울 내내 어머니께 드려야겠다. 언제라도 ‘엄마’라고 부를 수 있어 무지하게 행복한 것은 나이므로 이제는 오직 어머니를 위해 나도 뭔가 해드려야겠다. -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