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순 논설위원안동을 다녀왔다. ‘좌안동 우함양’ 이라 일컫는 뼈대있는 고장의 양대 산맥으로 정적인 기운이 차분히 흐르는 우리와 달리 활발함이 그대로 보였다. 우선 인구가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도시규모가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수차례 다녀온 안동의 예전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진입하자마자 특산물 ‘간고등어’를 알리는 작은 현수막이 길을 따라 바람에 펄럭거렸고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지나 왔다 싶으면 또다시 2개씩 포개진 간고등어 그림이 나타나 안동에 와서 간고등어를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마저 생겼다.향토음식을 알리는 선명한 그림 때문인지 헛제사밥과 간고등어를 맛있게 먹었다. 안동하면 떠오르는 대표음식 두 가지를 한꺼번에 먹은 만족감은 맛보다 여기선 이걸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작은 압박감을 해소한 기분이었다.향토음식은 고장의 특성과 전통이 융합돼 서민들 사이에 대대로 만들어서 먹어 온 음식으로 고유의 맛과 특성을 지닌다. 각 지역의 특성과 역사적 전통이 깔려 있기에 그 고장이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향토문화를 대변하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에 순응하는 식생활로 신토불이의 원칙을 바탕으로 건강을 지켰고 풍토환경과 그 고장에 사는 사람들의 품성을 음식에 그대로 반영하기도 했다. 지역을 알리는 관광마케팅의 생존이 앞 다투어 일어나면서 음식문화가 중요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체험마을을 통한 전통음식 만들기로 관광객의 눈을 끌기도 하고 어디서나 하는 떡 만들기나 된장 담그기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같은 체험을 통해서도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음식문화 때문인지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생긴다. 이런 고민은 각 지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해결책을 찾고자 고심하고 있다. 함양을 방문하고 함양을 대표하는 음식을 추천하길 원하는 관광객에게 말하기가 가끔씩 난처한 경우가 있다. 방문객의 취향도 알아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고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음식점을 얼른 말하기가 곤란해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얘기하고 방문객들이 결정하도록 정보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TV에 반영된 산삼삼계탕을 찾아 온 관광객이 관광안내소에서 식당이름을 알려 줄 것을 요구해 미안하게도 축제를 위한 홍보용 산삼삼계탕이란 말과 비슷한 삼계탕을 하는 음식점을 알려 주는 걸로 마무리를 한 적이 있다. 다행히 까다롭지 않고 이해를 하는 관광객이라 무리가 없었지만 매체의 정보를 철통같이 신임하는 관광객이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염려가 뒷 끝을 남겼다. 읍과 면에 퍼져 있는 다양한 음식을 대표해 함양향토음식으로 무엇을 꼽으면 좋을까?‘이순신 밥상’ 1호점이 통영에서 문을 열었다. 이순신 밥상은 경남도가 이순신 프로젝트 사업의 하나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이 즐겨 먹었던 음식을 현대인의 입맛에 재현한 것이다. 용남면 화삼리에 자리 잡은 이 음식점에서는 이순신 밥상을 앞세우면서도 통영의 통제사 밥상. 통영 골동반. 통영 장국밥도 같이 관광객에게 선보이고 있었다.해초무침과 전북죽이 있었고. 대합과 조개구이. 젓갈 등이 바닷가의 음식문화를 잘 살리고 있었는데 이순신 밥상은 맛보다는 멋이었다. 역사의 맛을 강조하는 발상이 신선했다. 관광객들이 이순신 밥상 앞에서 임란역사를 조망하도록 단순한 먹거리(food)의 배를 채우는 식사의 차원을 넘어 이순신 장군을 마주하는 마음의 밥상이었다. 장군의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애족애민 영혼이 역사 속에 녹아 있는 향토음식으로 간소한 밥상이 초라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허출원해 등록을 기다리는 이순신 밥상이 관광상품화에 일단은 성공을 한 것으로 보였다.함양은 이순신 밥상에 버금가는 선비문화음식과 산촌문화음식. 상림문화음식이 있다. 음식문화 배경이 풍부해 관광상품으로 충분한 개발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타고 왜구를 무찔렀던 한산도 앞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음식점은 장군의 소박한 밥상을 통해 관광객들이 자연스레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연결을 시켰다. 상림을 거닐고 나온 다음 음식점을 찾는 우리와 경우와 많이 닮아 있었다. 상림을 한 바퀴 돌고 나와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함양향토음식점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