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 Talk 21회다양한 맛의 즐거움을 찾아 지난 주말 남양주시에서는 한국슬로푸드문화원에서 주최한 2010 한국슬로푸드 대회가 열렸는데. 이탈리아에서 카를로 페트리니(현재 국제슬로푸드협회 회장)가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 방랑식객으로 불리는 임지호선생이 아프리카 채소농장을 후원하기 위해 500명과 밥을 나누는 음식나눔 퍼포먼스를 하였고.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한복려선생과 함께 한국의 대표메뉴 비빔밥도 시식하였으며 약선식생활연구센터에서는 한국의 오미를 주제로 맛보기 워크숍을 진행하였고. 막걸리 전문가 장기철선생은 자연발효 막걸리를 시음시키는 행사를 하였다. 30여 개의 부스에서는 다양한 슬로푸드들이 전시되어 사람들에게 건강을 선보였으며 슬로푸드를 주제로 한 요리경연대회도 열렸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는 슬로푸드운동은 이탈리아 로마의 유서 깊은 광장 한복판에 패스트푸드의 상징인 맥도날드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은 몇몇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패스트푸드의 지배와 영향력이 커지고. 또 그것으로 인한 부작용과 문제점이 심각해지면서 다양한 반대의 운동들이 일어났지만 그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전 세계적인 규모로 진행된 것이 바로 슬로푸드 운동이다. 슬로푸드 운동의 전파로 우리는 ‘문맹’ 못지않게 ‘식맹(食盲)’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식맹’이란 식품을 겉으로만 보고 실제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상태를 일컫는 말로 국적불명의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인식하고 제대로 생산. 가공. 조리된 식품을 선택해서 섭취하자는 데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식생활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슬로푸드보다 더 우수한 식생활이었다. 이미 17세기 초에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을 통해 不知食宜者. 不足以全生. (음식의 올바른 것을 모르면 우리의 생명을 온전하게 할 수 없고) 不明藥性者. 不能以除病 (약성을 분명히 모르고는 병을 고칠 수 없다)며 ‘식맹’을 경고하였다. 이는 ‘식맹’의 문제와 음식의 중요성에 대한 철학이 오래 전에 자리 잡고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들은 이를 잘 살펴서 오늘에 되살려 생활화함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음식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사계절에 따라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재료들을 활용한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 거기다 더해 음식을 만들 때 한의학의 원리를 적용하여 식재료를 분류하고 이해하며 재료간의 궁합과 금기사항 등을 지킨다면 우리는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노쇠를 예방하며 질병까지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슬로푸드. 그 이상의 철학과 건강이 담긴 우리 전통음식에 이제는 우리가 주목할 차례다. -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