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제5회 지리산문학제 개최] #시인 고은(高銀)의 말이다. “저놈아 조거. 나 원 참. 조노마 조게 오데서 굴러먹다온 놈인지 몰라도 시 참 잘 쓴다 말이다. 저노마 시 읽다보면 질투가 나. 약이 바싹 오른다 말이여!”여기서 말하는 조노마는 서정춘(徐廷春) 시인이다. 8월28일 토요일 아침 9시30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지리산문학회 행 버스 위로 서정춘 시인이 올라왔다. 등은 휘고 백발이지만 초롱한 두 눈. 소년처럼 환하게 웃는다. 시인이 내 앞자리에 앉는다. 나와 시인의 거리는 약 10센티미터다. 이런 영광이 있나. 유시민이가 노무현의 <차지철>이라면 나는 감히 서정춘 문학적 경호실장을 자처하고 싶다.나는 여고생이 담임 선생님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함양 가는 길 내내 시인이 쓴 작품을 암송하고 암송했다. 그가 쓴 여러편 시 가운데 특히 내가 좋아하는 건 <동화>.전문을 소개한다.  “어느 여름 날 밤이었습니다/ 마부자식의 몸에서는 망아지 냄새가 난다는 내 나이 아홉 살 때 나는 아버지만큼 젊은 조랑말과 그 말머리에 흔들려서 찰랑거린 놋쇠방울소리가 하도나 좋았습니다 그러면 나도 커서 마부가 되겠노라 마굿간에 깃든 조랑말의 똥그랗고 검은 눈동자 속에 얼비친 별 하나 별 둘을 들여다보며 별밤지기로 놀았습니다/ 이런 날 밤이면 이따금 조랑말의 말머리에서 찰랑거리던 놋쇠방울소리가 밤하늘로 날아올라 별빛에 부딪쳐서 영롱하게 바스라지는 소리들을 눈이 시리도록 우러렀던 나만의 황홀한 밤이 있었습니다”  ▲ 문복주시인과 담소중인 서정춘 시인. 별궁식당.# 서정춘 시인과 나는 함양에 도착한 후 단짝이 되어 1박2일 함양을 주유천하했다. 나는 그의 문학적 경호실장인인지라 시인에게 미희들을 헌정(?)했다. 간택을 받은 미희는 지리산 문학회 박정희 시인과 박행달 시인. 나는 주군 서정춘 시인에게 박정희 시인을 소개하며 “이 여인이 함양의 여자 장사익입니다. 이 여인. 저에게 청하옵건데 스승의 시 하나에 곡을 붙여 노래하고 싶다고 하네요. 윤허하여 주옵소서” 이에 스승은 말한다.“공짜로? 그건 안돼!” 이때 박정희 시인 투박한 함양사투리로 “그라몬 찐하게 키스해주면 안되겠닝교?” 순식간에 키스 세례를 받게 된 서정춘 시인. 두 눈을 찔끔 감고 잠시 전 그 감동을 추억하였던 것이었다. 박정희 시인은 서정춘 시인 어느 작품에 곡을 붙이려 했을까? <첫사랑>이다. 내용은 이렇다.  가난뱅이 딸집 순금이 있었다가난뱅이 말집 춘봉이 있었다순금이 이빨로 깨트려 준 눈깔사탕춘봉이 받아먹고 자지러지게 좋았다여기 간신히 늙어버린 춘봉이 입안에 순금이 이름 아직 고여 있다  # 한편 서정춘 시인은 박행달 시인에게 아호를 지었주었다. 박 시인의 말이다. “서정춘 선생님께서 월하(月何)라는 호를 줬습니다. 풀이하면 달이 어찌하리요. 달이 무엇을 하리오? 달이 누구와 놀아야 되오리. 저는 너무나 황송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좋은 시를 창작해 선생님께 보답하겠습니다”이렇듯 서정춘 시인은 함양에 머물면서 많은 화제를 뿌리고 상경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어 소개한다.시인은 폭우 내리는 날 어느 주막에서 함양 시인 몇 명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나는 말이여 애시당초 학력도 없고 문단에 인맥도 없는 놈이여. 당최 말이여 시 나불랭이 쓴다는 놈들 어깨에 왜 그리 힘을 바짝 주는지 모르겠더라고. 조토(욕)! 나 말여. 시건방진 그놈아들(얼치기 시인) 한방에 날려버리려고 마음 속에 말을 안 갈았나. 그때 내 가슴은 칼 가는 숫돌이었덩거라. 가록 갈고 또 갈고. 그래야 제대로 된 시가 나와. 나도 순천 촌놈 너긋도 함양 촌놈. 촌놈이라해서 하나도 꿀릴 것 없어 시를 칼마냥 갈고갈고 또 갈면 주옥같은 작품이 나오는 거라. 함양 참 포근한 곳일세. 이 좋은 명당에서 좋은 시 안 나오면 문제 많은 거지. 억지로 말도 안되는 시 창작하지 말고 생활 속에서 마을 속에서 소재를 찾아 글을 쓰면 좋은 기 나올거라. 와이고 병곡 막걸리 무지 맛있네. 우찌 한병 더 시켜보더라고!”  ○ 서정춘 시인 약력은 아래와 같다. 1941년 전남순천 산. 제3회 박용래 문학상 수상. 시집 <죽편> <봄 파르티잔> <물방울은 즐겁다>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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