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5기 이철우 군수를 선장으로 한 ‘신 함양호’가 출범한 지도 어느덧 석 달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선거 당시 내걸었던 공약을 현실정치에서 우선 실현할 수 있는 것들을 추려 실천계획을 세우고 인사를 통해 인적자원의 전략적 재배치를 하는가 하면 수많은 당면 현안들을 챙기느라 아마도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꼭 참석해달라는 행사도 한두 건이 아니겠지만 부득이 다른 일정과 겹쳐서 참석하지 못하면 흔한 시쳇말로 ‘뭐 누러 갈 때 마음하고 일 끝난 뒤의 마음이 같지 않다’는 등의 원색적 비난을 시작하고 선거 때 사력을 다해서 도왔는데 왜 자신에게 한 자리 또는 한 건 안 챙겨주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조급한 마음. 서운한 마음에 그런 볼멘소리를 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1천4백60일의 먼 항해일정으로 닻을 올린 원양어선의 선장에게 출범 백일(百日)도 안 되어 ‘콩이야 팥이야’ 하면서 너도나도 보채기 시작한다면 배가 어디로 가겠는가?시시비비(是是非非)란 본디 실속 없는 자들의 못난 구호일 뿐 결과론적으로 말한다면 말하기 좋아하는 자의 입장에서만 옳은 것이고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그와는 정반대의 논리가 성립되는 법이어서 아무리 따져봤자 마침내는 시비를 가리는 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한 것이다.옛 말에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이야기는 방향타를 잡고 있는 선장의 리더십 아래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하여 배가 일사불란하게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지 못하고 서로서로 내가 옳네. 네가 옳네 하면서 사사건건 시비(是非)를 가리려 한다면 아마도 배는 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과연 궁극적 피해자는 누구이겠는가?선장도 승무원도 다 같이 피해를 보겠지만 그들에게 송두리째 운명을 내맡긴 재내외 함양군민들이야말로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볼 것이고 전국 230여개의 기초단체들과의 무한 경쟁 속에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다시피 해야 할 함양의 지역발전은 점점 더 요원해지지 않겠는가? 지역민들의 민심을 사분오열시키고 많은 뒷이야기와 후유증을 남기게 마련인 지방선거를 통해 다수 함양인들의 선택에 의해 어렵사리 선출하여 막중한 임무를 부여해놓고 본격적으로 탄력도 받기 전에 딴죽을 걸고 뒤에서 손가락질을 한다면 그 누구의 공감도 받지 못할 뿐더러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일이다.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돕고 열심히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어느 나라이건 민주국가 시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바인데도 선거결과에 따라 생색(生色)을 내거나 금품 또는 관작(官爵)을 요구하는 전근대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또한 그런 사람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시급히 뿌리뽑지 않으면 안 될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대가를 바라고 돕는다면 그것은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는 고사하고 아름다운 행위와는 거리가 먼 이권(利權) 추구이자 물품과 용역을 제공하고 돈 받는 일상적 상행위(商行爲)로 그칠 뿐이다. 후보자들 역시 그러한 행태가 잘못인 줄은 뻔히 알면서도 선거 때마다 급한 마음에 필요악(必要惡)으로 받아들여 활용한 뒤에 지나친 요구와 기대. 여러 가지 뒷소리와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내 욕심이 다른 이들의 욕심을 부르고 그 욕심이 또 다른 화근(禍根)을 초래하는 악순환(惡循環)을 원천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실컷 곁에서 이 나무는 아무나 못 올라가는 나무인데 한 번 올라가 보라고 권유해놓고는 정작 그 말을 믿고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높이 오른 사람을 처음에는 우러러 보다가 이내 시기 질투하여 떨어질 때까지 흔들어대는 행위. 즉 ‘권상요목(勸上搖木)’의 어리석은 행태가 더 이상 함양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악습(惡習)으로 존재하지 못하도록 이 방면에 대해 함양군의 주인인 군민들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할 듯싶다. 군 행정이 바른 길로 가는지의 여부는 군 의회 의원들에게 위임한 만큼 군 의원들이 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하는지에 대해서만 두 눈을 크게 뜨고 확인해볼 일이다. 이제 ‘신 함양호’의 구성원들은 ‘앞에서 잘 이끌고 뒤에서 열심히 밀어주는’ 아름다운 군정이 펼쳐지기를 함양군민 모두가 다 같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