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 53편올 가을 碧宵夜月<벽소야월> 못 보면 평생 후회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 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김용택의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중에서> 음정마을 달구경하며 영화 <씨받이> 한 장면 떠올렸지요 8월23일 밤. 지리산 벽소령에 보름달이 떴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제게 전화를 한 사람은 음정마을 산꾼 이문영 형입니다. “밤길 조심하며 달구경하러 얼른 오이소. 산중에 가을이 성큼성큼 온 터라 찌르르르 리리리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들리는뎁쇼”지리산엔 한신계곡. 백무동. 서상 부전계곡. 농월정 등 달구경 명소가 있지만 그중 최고 명당은 벽소령이라는군요. 그래서 벽소야월(碧宵夜月=지리산 제4경)이라고 하죠.▲음정토봉마을 정보센터는 2007년 11월 신축을 하였으며 1층은 특산물 판매장으로 활용을 하고 2층에 정보센터로 사용하고 있어 외부인과 주민들이 편리하고 유용하게 이용 할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옛 선인들은 노래합니다. “벽소령 위로 떠오르는 달빛은 차갑도록 시리고 푸르다. 그때(벽소령 하늘에 달 뜰 때) 찬란한 고요는 이곳(벽소령)이 아니면 느낄 수 없도다" 벽소야월 그 스펙타클한 장관. 도대체 우찌(어떻게) 생겼는지…알아 봐야 겠습니다. 지금부터 말이죠. 저는. 삼국지 조자룡처럼 적토마 타고 냅따. 이문영씨 있는 곳으로 달려가겠습니다. 달구경하러 말입니다. 산꾼 이문영씨가 살고 있는 음정마을(함양군 마천면 삼정리)은 벽소령 기슭에 있습니다. 음정마을에 당도하면 호화찬란한 입간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마을에 올 때마다 이 입간판에 적혀있는 글과 사진(벽소령에 서식하고 있는 동식물)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솔부엉이. 큰유리새. 물까마귀. 하늘다람쥐. 오소리에 대한 개요가 적혀 있습니다. 제가 음정마을에 도착한 시각은 그 날 밤 9시. 이문영씨가 저를 반깁니다. 저는 이 산꾼에게 어디서 보름달을 보면 가장 멋있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쪼기(저 곳)”랍니다. 이 형과의 회포는 나중으로 미루고 저는 다짜고짜 <쪼기>로 달려가 음정마을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보름달이 음정마을 하늘에서 요동을 칩니다. 1초 전에는 오황중궁에 있다가 0.1초 후엔 이흑중궁에 있고. 그러다 보름달빛. 유유히 제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 제 뺨에 무한정 찐한 키스를 해댑니다.저는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영화 <씨받이> 한 장면을 떠올렸지요. 극중 주인공 강수연은 (입을 크게 벌리고) 보름달을 쳐다보며 (달 기운을 입 속으로 집어넣기 위해) 한 숨통 두 숨통 숨을 들이마셔 댑니다. 왜 그랬느냐구요? 달의 힘을 빌어 아들을 낳기 위해서랍니다. 옛사람들은 달을 출산의 상징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옛 여인들은 달이 뜰 때나 달이 하늘 가운데 이르렀을 때 달의 힘을 마셨다 합니다. 출산에 필요한 힘을 얻으려고요. 특히 시집갈 날을 받은 여자의 경우에는 달의 음기가 더욱 절실. 따라서 예비신부들은 결혼전날 밤에 경험 있는 자로부터 달힘 마시기 훈련을 받았다는군요. 벽소야월을 보다가 영화 씨받이가 생각나고…묘안이 떠올랐습니다! “이보쇼. 이문영형. 반드시 제 말을 따르시오. 벽소야월 테마로 관광상품을 개발하시오.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자리를 성소화하여 전국 예비신부들을 위한 달힘 마시기 유격훈련장으로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나중 시간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들어가 강원 영월군이 어떻게 별 장사를 했는지 자세히 알아보세요. 영월은 영월하늘에 핀 별들을 분양하고 있습니다. 영월 별 분양 프로젝트. 이곳 음정마을 보름달 달힘 유격훈련장에 견주면 조족지혈입니다”▲ 우리마을 토종꿀은 예부터 내려오는 채취방식으로 천연 자연산 꿀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형은 “좋습니다. 밑질 것 없으니 연구검토해보겠습니다”# 이문영 산꾼은 현재 음정마을 내 음정토봉정보화마을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화마을이란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한 동네로써 말이 좀 어렵습니다만 주민들의 정보화 교육을 주목적으로 하며 부수적으로 특산물 판매지원을 함으로써 지역소득에도 기여하는 곳입니다.이문영 산꾼이 저를 정보화마을 센터로 데려 갑니다. 깊은 산골 속에 위치해있는 센터 속엔 대략 8대 정도의 컴퓨터가 놓여 있습니다. 이외 바코드 시스템. 빔 프로젝트. 상품포장기 등의 장비가 놓여 있네요. 아마 정부에서 지원해준 것일 겁니다. 이문영 산꾼이 컴퓨터를 켭니다. http://eumjeong/invil.org 그냥 주소창에 한글로 음정토봉마을을 쳐도 됩니다. 저 말이죠. 오늘 음정마을에 온 김에 공부 좀 하고 가겠습니다. 음정마을 피알(PR)도 할 겸 개인적 지식도 얻어 갈 겸 음정마을 이모저모를 취재해 봤습니다. 화면을 열면 푸르디 푸른 지리산 하늘이 펼쳐집니다. 주요목차로는 <음정장터>. <음정에서 이런 체험을>. <마을 볼거리> 등.저는 레저기사 장돌뱅이 출신인지라 제일먼저 음정장터를 쳐보았습니다. 음정토봉정보화마을에서는 아래와 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군요.토봉꿀. 표고버섯. 곶감. 단취. 고로쇠 수액. 산나물. 건시래기. 무말랭이.이곳 토봉꿀은 지리산에 첫서리가 내린 후 잔 한차례 채밀한 것으로 이름 높습니다. 토봉꿀이 몸에 좋다는 건 생략합시다 그려. 저는 이문영 산꾼에게 벌통 어떻게 따는지 그것이 알고 싶어 물어봤습니다. “제일먼저 벌집을 결속해 놓은 핀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위에 몰려 있는 벌을 쑥 연기로 아래로 쫓아내죠. 그리고 위에서부터 하나씩 떼어 냅니다” ▲ 정보센터는 다변화하는 정보의 세계에서 좀 더 쉽고 빠르게 주민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정보화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최신 장비들을 보유하고 있어 마을주민의 정보화 물결을 이끌고 있는 전초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식객> 만화가 허영만무말랭이 없으면 라면 못 잡숴!# 음정마을 히트상품 넘버투는 무말랭이입니다. 이원섭 옹(궁중의학 전문가)에 따르면 이 무말랭이(무청)가 말이죠. 인삼에 버금 간다 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무청은 케일보다 뛰어난 녹즙원료다. 무말랭이(태양건조)는 강력한 기(氣) 식품이며. 무시래기는 약쑥과 함께 목욕물에 풀면 노폐물이 쭉 배출된다”무말랭이 만드는 법은 만화가 허영만 작품 만화 <식객>을 보면 상세히 알아 낼 수 있습니다. 허영만은 무말랭이 쪽파 마늘 참기름 조청 고춧잎 등으로 만들더군요. 허씨는 라면 시식시 반드시 무말랭이를 찾는다네요. 이 시대 영웅이 이런 식단을 선택할 땐 이유가 있겠지요? 산중에서 딴 표고버섯은 천종 이상이랍니다. 표고버섯에는 식이섬유량(건조물 중에 48.78%. 생것 중에 6.05%)이 풍부하답니다. 암을 억제하는 식이섬유의 일종인 글루칸이 포함되어 제암효과가 기대된다는군요. 또한 표고버섯에서 분리된 다당고분자물질(분자량 400만)인 렌티난(lentinan)은 화학발암의 억제효과가 있답니다.음정마을에 9월이 오면 지천에 배초향(排草香)이 핀다고 합니다. 이문영 산꾼의 해설입니다. “배초향이란 추어탕 양념 방아를 말합니다. 배초향은 꿀 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방아풀’ ‘방아 잎’이라 하지요. 줄기는 네모지고 잎은 서로 마주나며 풀 전체에서 향이 나지요. 꽃은 9월 줄기의 끝에서 자주색으로 핍니다”지난해 9월 국립수목원은 배초향을 이 달의 풀로 선정. 화제를 모았습니다. 배초향 잎을 그늘에 말려서 차로도 마시고 한방에선 곽향(藿香)이라 해 소화불량. 설사 등 소화기계통기능을 좋게 하는 약재로 쓰이며 당뇨. 혈압 등에 효과가 있습니다. 한편 음정마을에서는 각종 체험교실도 엽니다. 사이트에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함양 음정정보화마을에서는 어린이들은 물론 부모님과 함께 유익한 시간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지리산의 맑은 공기 속에서 잠시나마 어린이들이 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 또한 부모님들의 탁월한 선택으로 자녀들의 농촌의 대한 좋은 경험이 함께 할 것입니다. 오시는 분들 맑은 공기 마시며 직접 양초도 만들고. 나무공예로 예쁜 목걸이도 만들어서 직접 가지고 갈 수 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녀들의 소중한 시간을 제공해 주는 부모님의 선택.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라 할 것입니다. 자녀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과 양초는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나만의 소지품이 될 것입니다. 문의 055-963-1771”음정마을 위치를 알려달라고요?음정토봉 마을은 함양군청을 기점으로 32km. 지리산 자락 해발 600m 고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88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 함양∼울산고속도로(개통예정)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음정마을 어원을 공부합시다.양정 하정 마을과 합하여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에 속하며 또한 음지에 위치한 집단촌으로 취락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뜻에서 음지정쟁이라고 합니다.끝으로 음정마을 주변에 볼거리를 소개합니다. 음정마을 지척에 비리내 계곡이 있습니다. 마을 전설에 의하면 음지말 남쪽 골짜기를 비리내 골이라 부르며. 옛날 선녀가 지상에 내려와 나무꾼과 살다가 날개옷을 찾은 뒤 남편과 자식들을 두고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올라가는데 그 남편과 아들이 하도 원통하여 눈물을 흘려서 비리내 골이 만들어 졌으며 그 자리에서 바위가 변하였다고 하는데 현재 벽소령 정상에는 부자(父子) 바위가 서 있습니다. 이외 통일신라 때 건립한 영원사. 상무주암이 있습니다. 음정마을은 지리산 빨치산 거점지로서 민족상잔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산과 계곡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답고 역사가 흐르는 마을이랍니다. 올 가을 지리산 가거들랑 음정마을을 친견. 우주 슈퍼 에너지를 몸 속에 담아가시길 바랍니다. 아참! 진자진짜 귀중한 정보 빠트렸네. 영화배우 강수연이가 마셨던 벽소야월 마음껏 입속 가득히 삼키십시오. 글쎄 공짜라네요 공짜!구본갑|본지 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