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산교회 서보성 목사나는 과일을 참 좋아하는 편입니다. 모든 과일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지만 특히 자두와 포도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과일이 풍성한 여름을 겨울보다 더 좋아합니다. 그저께 연한 노란색과 붉은 빛이 어우러진 잘 익은 자두를 한 입 먹었습니다. 새콤달콤한 맛이 감칠맛으로 다가와 무한한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어릴 때의 추억이 아련히 떠올랐습니다. 참 많이도 어려운 시절인지라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힘들었기에 그 좋아하는 과일도 제대로 먹어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어도 먹고 싶은 과일을 먹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서리(남의 과일. 콩. 김치. 닭...을 훔쳐다 먹는 장난)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지간히도 서리를 많이 하였던 것 같습니다.대추. 포도. 사과. 참외. 자두. 수박. 단감... 주로 과일 서리를 많이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자루를 들고 가서 훔쳐오는 수준은 아니었고. 그냥 그 자리에서 배를 불릴 정도였습니다. 많은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특히 생생하게 기억나는 한 가지는 단감서리였습니다. 중학교 때였습니다. 하루는 한 친구와 함께 단감서리를 계획하고 다른 친구의 집 단감 밭에 들어갔습니다. 그 친구는 나무 위에서 감을 따고 나는 그것을 받아 난닝구(그 당시는 런닝셔츠를 그렇게 부름)를 입은 상태에서 속에 넣었습니다. 어느 정도 배가 불러올 즈음에 “주인이다” 하면서 그 친구는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나는 감을 배속에 넣었으니 도망가지를 못하고 옆의 숲 속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로 숨었습니다. 양손에 감을 잡고 말입니다. 그러나 친구의 아버지에게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나는 ‘죽었다’ 하고 있는데 호통을 치기는 고사하고 ‘이놈 감을 몇 개 따지도 못했네’ 하시면서 오히려 감을 더 따서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엎드려 있었으니 배속에 있는 감을 보지 못하시고 말입니다. 나는 뻔뻔하게 또 그 감을 받으려고 일어섰습니다. 그런데 배속에 있던 감들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입니다. ‘어! 많이 땄네!’ 하셨지만 나는 그 감을 다시 주섬주섬 주어서 배속에 담고 유유히 나와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2년 정도는 그 집에 가지 못했습니다. 부끄럽고 죄송스러워서...지금 생각해 보니 그 시대가 그리워집니다. 춥고 배고파 모두가 힘들었지만 더 배고픈 사람을 생각해 주는 따뜻한 정이 있는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콩 한 줌도 나누려는 심성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살면서도 더 많이 움켜지려고 몸부림을 치며 각박하게 살아가는 오늘을 바라보니 그 시대가 더욱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