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지리산문학상-심사평]    한 시대를 감염시킨 치명적. 불온한 바이러스 인자     지난 한 해 발간된 시집 중에 시적 문제의식. 독창성. 완성도 등이 돋보이는 10여 권을 선정하고 다시 이를 심사하면서 대상 시집의 권수를 좁혀 나갔다. <지리산문학상>의 지리산이 표상하듯. 우리 문단에서 가장 깊고 든든하고 빼어난 전통을 구축해야 한다는 소명감을 환기하면서 시집들의 내질을 검토해 나갔다. 차주일의 『냄새의 소유권』(천년의시작). 안현미의 『이별의 재구성』(창비). 최승자의 『쓸쓸해서 머나먼』(문학과지성사)이 마지막까지 심사 대상으로 남았다. 차주일은 “제 몸을 숫돌 삼아” 외부 세계의 번잡한 일상들을 섬세하게 연마하여 자기만의 독특한 삶의 빛과 그림자와 냄새로 재구성해 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삶의 해학과 어우러진 연민과 포용의 감성이 시적 안정감을 더해 주고 있다. 안현미는 지난 시집 『곰곰』에 이어 이번 시집에서도 무거움과 가벼움. 현실과 환상. 유쾌와 신산. 구식과 신식. 유서와 연서의 경계를 부표처럼 출렁이며 넘나드는 시적 감각을 간절하게 잘 노래하고 있다. 최승자는 치명적인 상처. 절망. 고통. 광기. 위반의 언어들을 통해 한 시대를 감염시킨 불온한 바이러스 인자였다. 그러나 이후 그의 침묵은 길었다. 이번에 발간된 『쓸쓸해서 머나먼』은 그의 소슬한 침묵의 시간의식의 편린들이다. 그의 시적 시간의 주름은 현실과 초현실. 외향과 내성의 무한을 아우르고 있다. 비선형적이고 동시적인 시간성을 깊숙이 유영하는 그의 시적 삶은 우리 시의 또 다른 미답의 영토로 인식된다. 차주일. 안현미의 시적 성취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최승자의 누층구조로 개진되는 시적 삶과 감각의 새로운 힘에 주목하기로 했다. 이것이야말로 누겹의 산자락으로 형성된 지리산의 아득한 존재성과 상응한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최승자 시인의 지리산문학상 수상을 거듭 축하한다.   - 심사위원:신경림(시인). 유성호(문학평론가). 홍용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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