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51편  ▲ 다선일미(茶禪一味) 선다일미(禪茶一味)라. 겨우살이차를 마셨더니 마음이 개운해집디다▲ <주간함양> 지면을 통해 스님의 그림(禪畵)을 같이 감상해 봅시다 ▲ 기천문(氣天門)은 태양의 기(氣)를 축적(축기)해 원을 그리는 음양의 몸집으로 작은 힘으로 강한 상대를 무너뜨리는 치신법(治身法)이라는군요  滿月庵(만월암) 가는 길에 잠시 안도현 시인이 되어본다시골 버스 삼백리 길 덜커덩거리며 과장으로 승진한 아들네 집에 쌀 한 가마 입석버스에 실었것다. 읍내 근처만 와도 사람 북적거린다 뚱뚱한 할매 울 엄마 닮은 할매 커다란 엉덩이 쌀가마 위에 자리 삼아 앉았것다. <이놈우 할미 좀 보소 울 아들 과장님 목을 쌀가마이 우에 여자 엉덩이 얹노? 더럽구로!> 하며 펄쩍 하였것다. <아따 별난 할망구 보소 좀 앉으마 어떠노 차도 비잡은데…내 궁딩이는 과장 서이 낳은 궁딩이다!>  # Q형. 위에 소개된 시 저자는 시인 안도현입니다. 시(詩) 속에. 여자 궁딩이. 과장 서이(3) 낳은 궁딩이? 허허. 시골된장냄새 폴폴 풍기는 언어가 톡톡 등장하는군요. 어느 시골 완행버스 안에서 두 할마시(할머니)가 쌀 한가마니 놓고 티격태격. 이 시를 읽다보면 부채 선풍기가 따로 필요없습니다. 시 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쏵 불어와 내 오장육부 속에 붙어있는 스트레스가 확 사라지게 합니다요. 행여 저도 시골버스 타면 안도현 시인이 체험했던 그런 재밌는 시골 정서 느낄 수 있을까 해서. 가끔 시골 완행버스를 탑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일로 버스를 탔습니다. 마천면 만월암(滿月庵) 지녕 스님 찾아뵙고 차 한잔 얻어 마시기 위해 길 떠납니다. 저를 태운 버스는 휴천을 거쳐 유림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유림면사무소 차부에서 꼬부랑 할배(84)가 버스를 타는군요. 안대를 착용했는데. 윗옷 호주머니에 월남무공훈련 참가배지를 달고 있네요. 할배. 운전수에게 하는 말씀. “더버 죽겠는데 뭐한다고 이리 늦게 오노? 팍 때리지기뿔라!”창밖엔 원색의 에레나 수영복 입은 미인군단. 우와 섹시해라 레프팅에 참가하기 위해 엉덩이를 실죽셀죽 헛둘헛둘 체조를 하고 있습니다. 버스 안과 밖에서 펼쳐지는 할배. 미인군단의 야단법석! 함양군 휴천면 국도 아니면 구경할 수 없는 진풍경입니다. 마침내 마천면 소재지에 도착했습니다. 마천은 지리산 들어가는 첫 번째 일주문. 멀리 천왕봉 중봉을 바라보노라니 환희의 노래가 절로 나오는군요. 파랗게 물 오른 마천 다랭이 논 주변 느티나무 속에서 울려 퍼지는 여름날 매미울음소리.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만산만야를 폭파시키고 있군요. 아하! 매미 몇 마리가 장엄한 자연의 법문을 펼쳐내고 있습니다. ▲ 기천문을 배우는 문하생마천면 군자리 299번지 만월암에 지녕(知寧) 스님이 계십니다. 지녕을 풀이하면 진리를 알고 나니 편안하구나가 되겠습니다. 스님은 기천문. 침술학. 선화. 서각에 일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스님 이야기는 <주간함양> 연재물 지리산 여행기 46으로 마천중학교 편에 짧게 소개된 바 있습니다. 마천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민족고유의 무술 기천문을 지도하는 스님이시죠.#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스님 선화(禪畵) 마니아입니다. 선화란 선(禪)을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이를 좀더 심층적으로 풀이하면. 자연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선(禪)이고 선을 하는 수행자들이 그리는 그림을 선화라고 합니다. 선화는 비록 그리는 솜씨가 서툴고 그림이 이치에 맞지 않아도 직감을 통해서 사물을 보든지 안보든지 일필휘지로 단박에 그린 그림을 말하며 기운 생동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야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림의 특징은 그림 소재가 단순화되어 아주 간략하게 그려 신선감을 주죠. 서양화 부문에 추상화와 같이 직감적으로 그리는 것은 비슷하지만 선화는 추상화와는 다릅니다. 즉. 수행을 하는 사람이 수행의 방편이나. 깨달음을 증득 했을 때 그 느낌 등을 간결하게 직감적으로 그리는 그림이 선화(禪畵)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님이 그린 선화를 보노라면 뭐랄까 서기(瑞氣)를 느낍니다. 임제록(臨濟錄=동양의 선불교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대선사 임제스님의 사상을 담은 경전) 선지식 보는 기분에 젖어듭니다.   ▲ “선화란 선(禪)을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암자 주변에 고요한 빛(寂光)과 맑은 빛(淨光)이 맴돌더라Q형. <주간함양> 지면을 통해 스님의 그림을 같이 감상해 봅시다. 이 그림은 그림 내용그대로 <산수화>입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봄바람에 호탕하게 흔들리는 나무 두 그루가 서 있습니다. 구륵(鉤勒)으로 그린 다음 오채로 채색했나 봅니다. 나무 색깔이 막 피어난 난 듯 매우 생기가 있습니다. 그림 속의 두 그루 나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나무정령(엔트족)같아 보이지 않으세요? 두 나무 사이에 암자가 있군요. 암자 주변에 고요한 빛(寂光)과 맑은 빛(淨光)이 맴돌고 있는 듯 합니다. 이 빛은 빛 중의 빛인지라 모든 삶들에게 기쁨과 평화를 안겨 준다고 합니다. 스님의 그림을 보노라니 어떻습니까? 심원하고 그윽하며 고요해 보이잖습니까? 근경(암자) 중경(강물) 원경(산) 3층의 풍경이 층층이 멀어지고 있어 일품입니다. 이쯤에서 스님 선화 구경을 마치고 스님에게 차 한잔 얻어 마시기로 합시다. 겨우살이 차향이 그윽하군요. 암자 주변에서 찻잎을 따다 직접 차를 만들었다 합니다.겨우살이는 참나무·물오리나무·밤나무·팽나무 등에 기생하는 놈을 말하는데요. 화피(花被)는 종 모양이고 4갈래이며. 열매는 둥글답니다. 10월에 연노란색으로 익습니다. 과육이 잘 발달되어 산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되며 이 새들에 의해 나무로 옮겨져 퍼집니다. 겨우살이는 약용으로 쓰는데 한방에서 줄기와 잎을 치한(治寒)·평보제(平補劑)·치통·격기(膈氣)·자통(刺痛)·요통(腰痛)·부인 산후 제증·동상·동맥경화에 사용하지요. 특히 소나무 겨우살이를 송라(松蘿)라고 하는데 간을 깨끗하게 하고 가래를 삭이며 지혈하고 해독한다고 합니다. 또 각막염 후유증. 폐결핵. 만성기관지염. 두통.목적. 기침에 가래가 많은데. 학질. 백대하. 자궁출혈. 외상출혈. 종기. 독사에 물린 상처를 치료한다고 합니다. 지녕 스님이 겨우살이 차를 따라주며 다음과 같은 법문을 하는군요.“다선일미(茶禪一味) 선다일미(禪茶一味)라. 차를 마시는 일도 수행의 방편. 그윽한 향기가 감도는 차를 마시면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Q형. 산세수려한 만월암에서 마시는 차. 선 향기가 스며든 차 한 잔. 참 좋습니다.암자 주변에 할미꽃 초롱꽃 백일홍 능소화 도라지 원추리꽃 당귀가 피고 진답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스님은 침술의 대가이십니다.스님한테 침이란 무엇인가?를 물어보기로 합시다. “일침즉효(一鍼卽效)란 말이 있습니다. 일침(一鍼)이라 함은 글자 그대로 침(鍼) 한방으로 질병을 치료한다는 말이죠. 일침요법(一鍼療法)의 장점은 치료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통증이 적으며 거의 모든 질환에 효과를 발휘하지요”스님에게 월경부조(月經不調). 대하. 통경. 양위(陽胃). 유정의 주치혈은? 저혈압. 무맥증(無脈蒸). 해천(咳喘)의 주치혈은? 어디냐고 물었습니다.자궁(子宮)과 신상선(腎上線)이라고 답하는군요.    # 스님은 망진(望診) 분야에 대해서도 도통했습니다. 필자더러 손을 펼쳐보라는군요. “손바닥 하부는 감(坎)의 부위로써 물(水)에 속합니다. 해서. 신장을 대표하고 비뇨생식기 및 내분비계통의 기능을 반영하지요. 이 곳이 솟아 있고 살이 부드럽고 반질반질한 사람은 비뇨생식 기능이 좋소이다. 헌데 구 형(필자)은 허허 아닌데?"아 창피하여라!  ▲ 지녕 스님 다탁에 이런 서각이! “幽香梅積雪風寒(유향매적설풍한) 찬바람이 불고 눈이 쌓여도 매화 향기 그윽하여라. 繁事喜存好加歲(뒷자부터 읽을 것=세가호존희사번) 해가 갈수록 좋은 일만 있고 기쁜 일만 번성하여라"# 한편. 지녕 스님은 기천문 고수입니다. “기천문(氣天門)은 태양의 기(氣)를 축적(축기)해 원을 그리는 음양의 몸집으로 작은 힘으로 강한 상대를 무너뜨리는 치신법(治身法)이라고 할 수 있죠. 고로. 기천문이란 하늘과 땅 기운이 합일을 이루는. 민족고유 선도사상을 바탕으로 한 무술입니다. 무술을 통해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 이 무술의 최종목표랍니다. 수련과정은 크게 정공과 동공의 과정을 거쳐 심법으로 나아가며 심법에 이르면 수행과정은 최고조에 달한다고 합니다. 동공은 태극의 흐름을 닮은 반장흐름을 중심으로 권법과 검법을 연마한 후 여기에 익숙해지면 춤사위를 공부하게 됩니다”지녕 스님이 기천문 과정을 설명합니다. “단전호흡을 통해 기를 모으는 초보단계를 지나 중급단계에 들어서면 용틀림 등천 복호법 범도 대도 소도 월광여수 등을 배우게 됩니다. 이어 상급수에서는 금계독립수 수락어각 골개바람 대풍력수 음파내공법 등을 익힙니다”여기서 말하는 금계독립수란 본국검법 핵심기술 <금계독립>세를 말하는데 직역하자면 금색의 닭이 외다리로 서 있는 자세를 말합니다.기천문의 핵심 수련방법으로는 내가신장법(內家神掌法)과 기천태양법(氣天太陽法). 연비타법(燕飛打法). 호보법(虎步法). 비보법(飛步法) 등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내가신장(內家神掌)은 선 채로 양쪽 무릎을 오므려 맞대고 두 손은 눈 높이에서 교차한 자세로 서서 기를 축적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Q형. 지녕 스님께 기천문은 어떤 방법으로 수련하는지? 물어보기로 합시다.스님은 기천문 명인답게 온화하고 맑은 미소를 지으며 합장한 후 가부좌를 틉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심적인 수련원리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이는 마음에 따라 기운을 조절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을 완성하여 축기할 수 있는 단전의 그릇을 만들고. 그 그릇에 기(氣)를 모은 다음 신(神)을 기르고 신을 잊어서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원리를 깨우칠 때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되고 서로가 위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활심(活心)의 원리>를 터득하게 됩니다.수련을 통하여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인간이 활심의 원리를 터득하여 세속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여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스님과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어언 저녁이 되었습니다. 만월암 밖 오랜 세월을 짊어진 밤나무 너머로 노을 번지고 있습니다. 잠시 후면 칠흑 같은 깊은 밤이 되겠지요. 또 잠시 후면 유행가 가사처럼 암자를 비추는 달님이 등장할 겁니다. 만월암에서 만월을 보는 그 기막힘!   어떻게 하면 이 멋진 풍광을 구경할 수 있겠느냐고요? 스님은 암자 문을 활짝 열어놓고 모든 이들을 반기겠답니다. 스님과 좋은 인연 맺고 안 맺고가 없답니다. 그냥 속세 스트레스 담긴 가방. 휙 던져버리고 버리고 훌쩍. 만월암으로 쳐들어오라고 하네요. Q형. 만월암을 떠날 즈음 지리산을 바라보았습니다. 푸르스름한 지리산 희미하여 있는 듯 없는 듯. 이걸 가리켜 무상이라고 하나요? 무념이라고 하나요? 생각컨대. 지리산은 말입니다. 산이 아니라 하나의 경전처럼 느껴집니다. 쓰바하!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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