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그 끝이 없는 종주산행!함양군청 경제과 박영길    백두대간은 우리 민족 고유의 지리 인식체계로서 한반도의 뼈대를 이루는 산줄기이다. 백두산에서 뻗어 내린 산맥이 낭림산·금강산을 지나 설악산·오대산과 태백산·소백산·속리산·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도상거리가 약 1.625㎞로 한반도의 자연적 상징이 되는 동시에 한민족의 인문적 기반이 되는 산줄기라고 한다. 90년대 유행처럼 시작된 백두대간 종주산행의 거리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강원도 고성 진부령까지 약680∼690㎞로 알려져 왔으나 1999년도에 포항 셀파산악회에서 50m 줄자로 실측한 결과 735.6㎞임이 밝혀졌고. 이후 대부분의 종주산행꾼들은 이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2006년 5월. 직장동료 책상 위에 있는 조선일보사에서 발행한 '實戰 백두대간 종주산행'책자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직장산악회에 가입하여 정기산행 몇 번 따라 다닌 경력이 전부였던 그때 그 안내책자를 통해 백두대간이란 한반도의 등줄기에 해당하는 산맥이며. 29구간 55소구간으로 나눈 구간종주 가이드를 따라 대간을 종주하는 산꾼들이 많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백두대간은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는 원리에 입각한 개념으로 산줄기가 절대로 물을 가르거나 물에 의해 끊기지 않아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물 한번 건너지 않고 산마루를 따라 갈 수 있다는 내용을 읽는 순간 무작정 종주해 보기로 결심했다.智異山 천왕봉부터 강원도 고성 진부령까지. 더 나아가 남북이 통일되어 白頭山 天池까지 韓半島의 등줄기 백두대간 마루금을 내가 걷는다. 이 얼마나 장쾌하고. 가슴 설레며 뜻있는 일인가! 뒤에 안 일이지만 대간종주산행은 많은 준비와 노력.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모른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란다고. 祈願祭부터 지내고 보자는 생각으로 독일 월드컵 조별 리그전 토고와의 첫 경기가 열리는 2006.6.13에 축문 한 장 써 가지고 천왕봉에 올라 축문 읽으며 기원제를 지냈다. 維 歲次 檀紀 4339年 5月 18日. 小生은 白頭에서 기운차게 뻗어 내려 韓半島 白頭大幹의 精氣가 뭉친 天下의 웅산이며. 민족의 靈山인 이곳 두류·방장·지리산 천왕봉에서 天地神明과 智異山神靈님께 감히 告하나이다.(중략) 過去의 삶을 뒤돌아보고. 現在를 직시하며. 다가오는 未來 후회 없는 人生을 살기 위하여 온갖 煩惱와 無知를 버리고 金剛과 같은 知慧와 自我를 찾기 위한 굳은 覺悟로 三千里 錦繡江山 등줄기인 白頭大幹의 高山峻峰을 감히 縱走하고자 하옵니다.(이하생략)   기원제 지낸 뒤 10:45. 천왕봉에서 대간종주 첫걸음을 내디뎌서 벽소령까지 10.6㎞를 4시간 30분 산행한 것이 나의 대간산행 시작이었다. 이때는 뚜렷한 계획도 없이 그저 한달에 한두 번 산행하여 2년 정도면 진부령에 다다를 수 있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4년 후에 열린 남아공 월드컵이 끝나고서야 완주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종주산행 횟수와 일수를 살펴보니 2006년도 이화령까지 13회 15일. 2007년도 백복령까지 6회 10일. 2008년도 대관령까지 1회 2일. 2009년도 설악산 구간 1회 3일. 2010년도 대관령∼한계령 구간 3회 4일간 산행하여 모두 24회 34일간의 산행으로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735.6㎞를 종주하였다. 육십령. 덕유산. 삼도봉. 황악산. 추풍령. 속리산. 이화령. 희양산. 하늘재. 소백·태백·함백산. 삼수령. 댓재. 두타산. 청옥산. 대관령. 오대산. 구룡령. 진고개. 조침령. 점봉산. 한계령. 설악산. 미시령. 진부령까지 수많은 산과 봉을 오르내리고. 령과 재. 고개를 넘었지만 단 한번도 물을 건너지는 않았다.당일산행 15회. 이틀산행 8회. 사흘산행 1회로 하루평균 21.6㎞를 걸었고. 대부분의 마루금을 혼자 걸었으나 몇 구간은 산행하면서 알게 된 ‘홀대모’ 산우들과 함께 걸었다. 종주산행을 통하여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 숭고함을 피부로 느끼면서 인간이 대자연 앞에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를 깨달았고. 또한 산은 평탄한 길이 있으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이치가 인생사와 같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산행자료를 구하다보니 산이나 고개의 유래. 그 지방의 풍속과 지역자원. 길가의 야생화와 식물 등에 대한 폭넓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나뭇잎 사이로 카랑카랑한 햇살이 비치는 맑고 화창한 날. 온 산이 연둣빛 감감 도는 싱그러운 날. 만산홍엽의 시원한 날이 있었는가 하면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도 있었다. 한여름 날 국수봉 오를 때 앞서가던 산행객이 의식 잃고 쓰러져 헬기에 실려 가는 모습을 보며 홀로 산행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깨달았고. 대야산 직벽구간 위에서 까마득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두려움에 떨기도 했으며. 희양산 암릉구간에서 폭설로 진퇴양난에 빠지기도 했고. 밧줄을 치워버린 한계령 만물상 암릉구간에서의 두려움. 국립공원 통제구간을 지나다가 공단직원에게 붙잡힌 후 여러 통제구간을 캄캄한 새벽에 산행하던 일 등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일은 들머리에 주차하고 산행 후 자동차 회수하여 귀가하는 일이었다. 대간길이 대부분 오지이므로 대중교통이 없어 비싼 택시를 이용하거나 히치하이크로 자동차 회수하여 운전해 오다보면 새벽 일찍 나서서 힘든 산행 끝인지라 피곤함이 몰려오고 졸음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가장 먼 길은 삼척 댓재에서 돌아오는 400㎞가 넘는 귀가길이었다.安分知足! 내 좌우명 중 하나.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자. 知足最富 즉. 만족을 아는 것이 가장 큰 부자란 말이 있다. 진부령까지 홀로 걸은 대간종주 산행이 어렵고 고된 일이라 생각했더라면 고생이 되었겠지만. 욕심과 욕망. 고통스러움에 대한 불만 등 그 모든 허튼 생각들을 깨끗이 비우고 세속에 찌든 육체와 정신을 정화하는 수행 쌓는 고행으로 생각하며 걸었다. ‘마음이 즐거우면 발도 가볍다’는 속담도 있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고행자가 되어 심신을 맑고. 평화롭게. 충만감 넘치도록. 그리고 육신의 건강을 위해 온 몸이 땀으로 범벅되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육체적 고통을 통해서 정신세계의 풍요를 얻는다는 생각으로 대간산행을 이어 왔다. 그리고 그 달콤한 열매를 맛보았다. 정맥. 지맥. 기맥을 종주한 많은 산꾼들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만. 그래도 ‘백두대간 홀로종주’는 내 삶의 큰 ‘이룬 것’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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