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蓮). 그 황홀함에 놀라다 - 넷   동이 트기 시작하는 이른 시간에 눈을 뜬다. 남편을 깨우고 장화 등의 짐을 챙겨 집을 나선다. 우리집에도 학교에도 연밭은 없는 까닭에 실상사 앞의 작은 연밭으로 향한다. 종무원에 미리 허락을 받았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연잎을 몇 장 따고 더 조심스럽게 연꽃을 몇 송이 딴다. 꽃잎이 상하지 않게 어린아이 달래듯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꽃은 미리 준비해 놓은 한지를 이용해 겹겹이 싸서 냉동고에 넣고 잎은 밥을 할 것과 차를 할 것으로 분류해 손질을 한다. 이런 과정이 끝이 나야 비로소 남은 여름을 편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연잎(荷葉)은 여름철에 더위를 먹었을 때나. 땀을 많이 흘려 갈증이 날 때. 혹은 상한 음식을 먹고 설사가 날 때 먹으면 매우 좋다. 생으로 먹으면 어혈을 풀어주고 지혈시키는 작용이 강하여 코피나 토혈. 객혈. 하혈. 뇨혈. 자궁출혈. 산후의 악혈. 타박어혈 등에 모두 효과가 좋으며. 산후나 평소의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이나 부종에 써도 좋다. 이밖에도 여성의 만성자궁염이나 남성의 유정(遺精)증. 어린이 야뇨증에도 좋다. 연꽃이나 연꽃의 줄기(荷梗)도 연잎과 효과가 비슷하다. 그러므로 연잎과 연꽃을 채취해 갈무리 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쓰면 좋을 것이다. 연잎은 잘게 썰어 덖어 두고 수시로 우려 마시면 여름철에 사서 마시는 그 어떤 상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훌륭한 음료가 될 것이다. 물론 잎을 이용한 밥이나 장아찌. 육류와의 찰떡궁합 등 다양한 이용방법이 있겠지만 차로 마시는 것보다 많은 섭취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니 연잎차를 늘 가까이 하여 여름 더위를 이기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가족 건강을 지키는데 큰 몫을 하리라 생각한다. 더운 여름에 먼 길 마다않고 친구라도 찾아온 날이면 커다란 뚝배기나 연지에 연잎차를 우려 담은 뒤 냉동해 둔 연꽃을 한 송이 꺼내 띄워 마시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연꽃 한 송이로는 십 여 명이 마셔도 남을 만큼 충분한 향과 시원한 맛을 가지고 있으므로 누군가 더 찾아온다 하여도 혹 모자랄까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눈이 즐거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혹 나들이라도 갈라치면 미리 우려 얼려 두었다가 병에 담아들고 나서면 지치고 피곤할 때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함양에 살면서 상림에서의 여름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잘 조성된 연밭의 규모와 연꽃의 아름다움과 그 향의 황홀함에 늘 놀랄 것이다. 하지만 연밭에 있는 연은 그저 바라보기에 좋은 식물일 뿐 자신과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한다. 어쩌다 음식점이나 찻집에서 지갑을 열고서야 음식으로나 차로 접할 뿐인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화장품에나 응용되는 연꽃의 향말고. 그 그윽한 향을 느낄 수 있는 음료라도 개발해 함양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래본다. 이즈음 함양 상림의 저녁에 부는 바람에는 어느 아름다운 여신의 입김 같은 달콤함이 함께 묻어온다.   -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