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 Talk 14회 이른 새벽 산책길에서 연잎 위에 맺힌 이슬방울을 만난다. 오늘 같은 날은 연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통해 자연과 내가 하나로 감응하는 느낌을 받는다. 때로 나는 이웃과 마주 앉아 연지(蓮池)에 담긴 연화차(蓮花茶) 한 잔을 나누며 마음도 같이 나눈다. 바야흐로 연의 계절이 돌아왔음이니 이런저런 갈무리를 위해 마음이 바빠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연(蓮)은 진흙탕 속에 뿌리를 내리나 오염되지 않으며 그 정갈하고 기품 있는 모습을 물 위로 드러내니. 오히려 자신의 순결함과 청초한 향으로 수질을 정화하고 세상의 온갖 악취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그래서 연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곳에 서면 기쁘고 평화로워지게 된다. 불가에서나 유가에서 연꽃을 일러 부처나 군자로 비유하는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연은 진흙 속의 뿌리로부터 꽃. 잎. 열매에 이르기까지 약재나 식재료 혹은 차의 재료로 쓰이니 어느 것 한 가지도 버릴 것이 없이 유용하다. 자연을 고스란히 사람의 몸 안으로 넣는 것이 요리라고 정의한다면 연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식재료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부분의 식물은 어떠어떠한 식물의 잎. 혹은 어떠어떠한 식물의 꽃. 열매(씨앗). 뿌리 등으로 불리지만 연은 좀 다르다. 연잎은 하엽(荷葉). 연꽃은 연화(蓮花). 연의 씨앗은 연실(蓮實) 혹은 연자(蓮子). 연의 뿌리는 연근(蓮根). 연근의 마디는 우절(藕節). 연꽃의 수술은 연예수(蓮?鬚). 열매를 담고 있는 집은 연방(蓮房). 연의 줄기는 연경(蓮莖) 등등 연의 각 부위는 모두 저마다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 뿐 아니라 그 하나하나는 제각각 훌륭한 효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총체인 연은 더욱 훌륭하다. 7월 중순이 되면서부터 함양의 상림은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밤잠을 설치게 하고 짝사랑에 빠져 허우적이게 한다. 이때부터는 시차를 두고 눈이 부시도록 새하얗게 피어나는 백련의 꽃을 따서 (피었다가 오므라진 꽃을 다음날 새벽에 해 뜨기 전에 딴다) 한지에 싸고 밀봉해 냉동해두는 일도 해야 하고. 알맞게 물이 오른 잎은 따서 연잎밥이나 연잎차를 만들어야 하고. 씨앗이 가득찬 연방을 따서 말려두기도 해야 하며. 8월말부터 생산하기 시작하는 연근의 물 오른 신선함과 아삭함을 밥상에 올리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하고 ......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나는 가슴이 콩닥거린다. 연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나는 소박한 꿈 하나를 꾼다. 함양에는 옥연가와 하늘바람(?) 외에 달리 연을 이용한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 없다. 무안의 회산백련지나 부여의 궁남지. 전주의 덕진공원 근처 어디에도 연을 이용한 음식촌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춘천의 닭갈비. 대구의 막창. 신당동의 떡볶이. 무안의 낙지. 전주의 비빔밥. 부산의 돼지국밥. 광주의 한정식 등 무수히 많은 지역의 대표음식들처럼 우리 함양에도 팔당 세심원 부근보다 먼저 ‘연 음식 거리’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함양의 거리거리에 관광객들이 넘쳐나기를 희망한다. -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