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방학. 양파수확 시기 적절한 6월 둘째 주 실시했으면... ▲ 성민보육원 신정찬 원장올해도 어김없이 양파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날로 고령화되어 가는 농촌의 현실은 일손부족이라는 현실을 점점 더 심화시키고 식량주권의 확보라는 명제마저도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우리아이들과 함양의 농가 일손 돕기를 시작한지도 벌써 13년차가 되었습니다. 13년 동안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말과 효도방학기간을 이용해서 길게는 6일. 짧게는 4일을 일일 평균 40명의 아동들과 직원들이 해마다 농가 일손 돕기로 6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가 매년 양파봉사활동을 하면서 세운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농가에 작은 피해라도 끼치지 않는 순수한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실 음료수와 간식. 식사는 우리 보육원에서 전부 준비를 합니다. 또한 양파를 자를 낫과 장갑. 썬 크림. 호미. 차광모자 등의 모든 도구들도 우리 보육원에서 준비합니다. 다만. 농가에서는 저희가 일할 양파 밭만 제공해 주시면 되는 것이 첫 번째 원칙입니다. 저희가 농가 일손 돕기를 계획하고 시작한 초기에는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하겠냐며 봉사활동을 거절하신 곳도 많았고 이상한 눈으로 저희를 쳐다보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매년 년 초가 되면 봉사활동을 부탁하시는 분들도 계실 만큼 저희의 농가 일손 돕기가 제대로 정착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합니다.두 번째 원칙은 정말 어려운 형편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가정을 최우선으로 돕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 원칙이 점점 흐려지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내년부터는 두 번째 원칙을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사전에 더 많은 계획을 세울 예정입니다. 물론. 농가 일손 돕기에 각 가정의 형편을 따진다는 것은 모순이 있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자원봉사를 받는 농가의 입장에서 효용가치가 큰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세운 원칙이기에 일손 돕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자원봉사의 가치는 있다고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 두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올해도 예년과 같이 6일간 만평의 양파 봉사활동이라는 목표를 잡고 시작하였습니다. 둘째 주말에 비 소식으로 인해 취소된 농가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을 목표였지만 아쉽게도 여섯 농가에 약 8.000평의 양파봉사활동으로 올해 5일간의 봉사활동도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더위와 먼지 속에서 5일간의 육체적 고통에 따르는 현실을 불평은 하면서도 끝까지 봉사활동에 참여한 우리 아이들이 미안하고 고맙고 대견합니다. 아울러 열악하고 힘든 근무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봉사활동에까지 참여한 우리 직원들의 노고에도 이 글을 빌어서 감사의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특별히 매년 창원이라는 먼 곳에서 우리 아이들과 시설교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매년 양파봉사활동에 참여해주는 동보원 김영남 원장님과 직원들 그리고 40여명의 아이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올해는 더 많은 보육원에서 참가를 희망하였으나 둘째 주간의 비 소식과 학기말 고사로 인해 4째 주간의 봉사활동이 취소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농가 일손 돕기를 할 계획입니다.제가 매년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시간적 제약과 시기의 부적절성. 참여의 결여라는 것입니다. 우리 보육원 아이들은 함양관내의 유초중고생과 타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의 아동들입니다. 모두가 학생들이다 보니 주말을 이용한 봉사활동 밖에 할 수 없다는 아쉬움과 저희가 스스로 정한 실제적인 봉사활동기간은 최대 6일임에도 6월 한 달 전체로 이어진다는 시간적 제약은 아이들과 직원들이 느끼는 봉사활동의 가치를 절하시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주말이라는 한정된 시간의 봉사활동이다 보니 양파 수확의 시기와 이에 이은 모내기에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학교마다 각기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을 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에 내년부터는 각 급 학교의 효도방학 내지 가정학습의 시간을 양파 수확의 시기에 가장 적절한 둘째 주 주말을 전 후로 실시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감히 교육 당국에 이 글을 빌어 말씀드려 봅니다. 그리고 현재 함양의 각 초중고생들이 각종 봉사활동으로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데 이 봉사활동 시간 중 단 하루라도 각 학교가 주관이 되어서 농가 일손 돕기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통상적으로 농촌에서 일손이 가장 시급한 시기의 양파수확에 대한 중고학생들의 자원봉사는 학생들과 농가에 서로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안전에 관한 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움들도 있겠지만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학생들 또는 다른 인력이 있음에도 참여의 결여로 인해 농가의 일손이 부족한 것은 현재의 농촌 현실에서 한번쯤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물론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가치관도 변하는 등. 제가 학교를 다닐 때와 세상이 많이 바뀌었음을 충분히 느끼고 있고 현실 또한 그리 녹녹치 않음을 충분히 인정합니다. 다만. 그래도 저는 현실은 여전히 과거를 바탕으로 서 있고 현재에도 변하지 않은 과거가 있고 또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것입니다.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에 대한 바른 인식과 소중함을 가르치는 것도 영어. 수학 등 다른 교과학습에 못지않은 중요한 교육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저희는 내년에도 6월 둘째 주말을 중심으로 양파농가 일손 돕기를 실시합니다. 혼자 하시기 쑥스러우신 뜻 있는 분들에게는 저희가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내년에 양파 논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