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로 빚어진 남북관계 경색을 위시해 유럽 발 금융 위기 등 요즘 근심 걱정 속에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다 설상가상으로 어린이 납치 성폭행 등의 불미스런 사건들이 잊을만하면 일어나곤 해서 우리 사회를 더욱 불안하고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온갖 사건 사고는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그밖에도 우리 사회의 도덕성 마비와 실종된 윤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온갖 징후들이 도처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오늘의 이러한 상황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되고 예고되어온 일이라 할 수 있겠다.나라의 교육제도가 입시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자연 ‘인성(人性)교육’은 뒤쳐질 수밖에 없게 되고 핵가족화에 따른 ‘집안어른’의 실종은 무슨 짓을 하던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는 ‘막가파식’ 인간 군상들을 대량 우리 사회에 쏟아 내놓는 위험천만한 결과들을 가져왔다. 지금도 우리사회의 대부분의 가정들이 그런 인간상들을 계속해서 양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뜻있는 사람들을 심히 우려하게 하는 요인이다.언제 어떤 장소에 가든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불편과 고통쯤은 안중에도 없다고 여기는 젊은이들과 아이들을 접하지 않을 방법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데도 그 가족들은 물론 친지들조차 그 누구도 그런 행위를 문제로 인식조차 않고 있음은 물론이요. 말리거나 제어할 생각은 애당초 갖지 않는다. 혹여 누가 참다못해 주의라도 줄라치면 “당신이 뭔데 참견이냐?”. “왜 남의 아이 기를 죽이냐?”고 도리어 시비걸기 일쑤인 그런 ‘개판’의 세상이 이 나라말고 과연 어느 곳에 또 있는가? 필자는 더러 해외여행을 하면서도 유럽 각국을 위시해 미국. 일본 등 어느 나라에서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을 뿐더러 매스컴을 통해서도 그런 사회가 또 있다는 얘기조차 들어본 바가 없다. 혹시 너무 견문이 짧아서 못들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옛말에 ‘호랑이를 기르면 후환이 있게 된다(養虎遺患)’는 얘기처럼 과거 정부의 산아제한정책에 따라 집집마다 한둘 밖에 없는 귀한 자녀들을 맹목적인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예비 범죄자들을 양산하는 무서운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길 없다.이 세상을 다녀간 성현들께서는 이러한 점을 다 같이 우려하였고 나름대로 지혜로운 처방들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이천오백여 년 전의 노자(老子)는 마치 이런 세상을 예견한 것처럼 이러한 문제의 해답과 결론으로 여겨지는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음은 실로 우연이 아닐 듯싶다.“국가나 사회가 남보다 앞선 사람들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면 남에게 이기고자하는 백성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폐단을 예방할 수 있으리라(不尙賢使民不爭)./재화의 가치를 필요 이상 높이 책정하지 않는다면 도적질은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리라(不貴難得之貨使民不爲盜)./하고 싶은 것들을 늘 접하게 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의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지는 않으리라(不見可欲使民心不亂)/따라서 훌륭한 위정자는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백성들의 욕심을 비우게 하고 배를 채우게 하며(虛其心實其腹)/의지를 약화시켜 부드럽게 하되 몸은 튼튼하게 유지하도록 한다(弱其志强其骨)….이제는 우리 사회도 교육의 외양(文)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본질적 내용(質)에 더욱 신경 써서 어느 대학 무슨 과를 졸업했느냐 하는 외적 자료 중심의 판단에서 학문적 노력과 성과를 판단하되 학력을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여 인재의 자질을 좀 더 입체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즉. 학력이라는 허울 좋은 간판 이면에 가려진 못나고 못된 심성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부족한 실력자를 간판만 보고 ‘우대’하는 어리석은 관행이 우리의 젊은이들을 입시지옥에 몰아넣어 기형적 사고방식과 요령주의. 기회주의를 습득하게 만드는 동기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우선 아무 대학이라도 들어가 졸업장을 받아 놓아야만 우리 사회의 낙오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무슨 창의성이 나오고 어떻게 학문다운 학문을 하려는 노력이 뒤따르겠는가. 우리 사회의 위정자나 지식인들이 정녕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본질적 문제를 외면할 경우 어려운 경제사정과 사회혼란을 틈탄 막가파식 범죄는 마치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가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듯싶다. 나무를 제거하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하고 물을 막으려면 그 근원을 틀어막아야 하듯이 우리 사회의 악성 종양으로 악화될 질병을.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다스리지 않고 대증요법에만 매달리게 될 경우 머지않아 닥칠 위험에 우리 모두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련과 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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