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없어 늘 배고프던 어린 시절에 즐기던 몇 가지 안 되는 재미 중 하나가 샐비어 꽃을 따서 그 안에 든 꿀을 빨아먹는 것이었다. 씨가 맺지 않는다며 야단을 하시는 어른들 눈을 피해 쏙쏙 빼서 빨아먹던 샐비어 꽃에 결코 뒤지지 않는 꽃이 하나 있으니 바로 꿀풀이다. 환상적인 보랏빛 꽃에 취하고 달콤한 꿀맛에 취하게 되는 꿀풀에 얽힌 추억을 결코 잊을 수 없어 흰머리가 희끗해진 나이에도 나는 어이없지만 가끔 꿀풀을 만나면 어린 아이처럼 우선 입으로 가져간다. 꿀풀은 봄부터 이른 여름까지 꽃을 피우고 온몸 구석구석에 있는 꿀들을 모두 내어주고 나서는 햇살이 뜨거워지는 한 여름이면 꽃이 시들고 그 생명을 다하게 되므로. 여름(夏)에 말라죽는(枯) 풀(草)이라 하여 그 이름도 하고초(夏枯草)라 부르게 되었으며 그로 인한 재미있는 전설도 있다. 꿀풀의 어린순은 꺾어다 나물로 해먹으면 맛나다. 좀 자라 꽃봉오리가 맺히면 잘라다 샐러드를 해먹으면 혀가 놀랄지도 모른다. 꽃이 활짝 피면 따다가 하고초꿀을 넣은 고추장과 함께 밥을 비비면 입이 놀라 다물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꽃밥을 해먹고도 아직 남은 꽃들은 따서 말려두었다가 튀김으로 해먹으면 바삭하니 고소하여 절로 손이 간다. 꽃을 포함해 10cm 정도 길이로 잎과 줄기를 같이 꺾어 물에 넣고 끓여 냉장고에서 식혀 마시면 달착지근한 맛이 온몸으로 퍼지는 그 느낌이 좋아 여름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중약대사전에는 하고초에 대해 간과 담을 이롭게 하는 풀로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차고 독이 없는 약재로 언급하고 있다. 간의 기운을 맑게 해주고 울체되고 뭉친 것을 풀어준다고 한다. 임파선염. 혹. 급성 유선염. 유암. 밤에 일어나는 눈의 통증. 빛을 보기 어렵고 눈물이 나는 증상. 현기증. 구안와사. 관절통과 근육통. 객혈. 혈붕. 대하를 치료하고 혈압을 낮추는 작용. 항균 작용. 자궁수축작용. 폐결핵의 치료. 세균성 이질의 치료. 급성 황달형 전염성 간염의 치료 등에 쓰는 약재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기(氣)가 허(虛)한 사람. 비위가 약해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설사를 하는 사람. 몸이 찬 사람이 많이 먹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백전면 양천마을에서 하고초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이달 20일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수일 내로 나도 학교의 식구들과 한 번 참여해 볼 생각이다. 축제에 가면 추억이 어린 꿀풀을 뽑아 빨아 보기도 하고 장터에서 꿀풀을 이용한 먹을거리들도 먹어보고 싶다. 하고초 축제가 끝날 무렵이면 장마가 시작될 것이고 하고초는 말라 그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때 꿀풀이 사라지고 없음을 아쉬워 말고 오늘 당장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백전면 양천마을로 향해 볼이다.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ggum2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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