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 초파일이 가까워오면 특별히 열렬한 불교신도가 아니더라도 몇 군데의 절을 찾아가 연등을 달거나 참배 또는 시주(施主)를 하는 것은 우리민족의 오랜 관습이요. 미풍양속의 하나라 하겠다. 필자 역시 이맘때쯤이면 만사 제치고 함양군 관내의 절은 물론이고 원근 각처의 친분 있는 스님들이 머무는 절을 두루 찾아가 등도 달고 석가탄신일을 축하하는 인사를 나누곤 한다.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한 사찰은 아예 등산 배낭에 점심 도시락과 선물용의 죽염. 필자의 근황을 알릴 수 있는 ‘주간함양’ 신문. 월간 ‘인산의학’ 잡지 등을 준비하여 4∼5시간의 산행 끝에 3∼4곳의 절을 다녀오게 된다. 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토요일인 관계로 빠듯한 일정 속에 시간 내기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만사 제쳐놓고 지리산 내 삼정산(1182m) 기슭에 자리한 7개의 사찰 중 두어 곳을 참배할 요량으로 마천면 삼정 마을을 찾았다.지리산 속에 별도로 또 하나의 산으로 존재하는 삼정산에는 명선봉과 형제봉 사이의 삼각고지에서 북쪽으로 뻗어 내려가는 산줄기 해발 1천미터전후의 고지대에 도솔암-영원사-상무주암-문수암-삼불사가 위치해 있으며 산자락 끝부분에 약수암-실상사까지 모두 일곱 사찰들이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세월 만고풍상을 겪으며 고려조의 보조 지눌(普照知訥)국사를 위시하여 서산(西山). 사명(四溟). 청매(靑梅) 등 수많은 선지식들을 배출한 수행도량이자 깨달음의 고향으로서 특이한 가풍을 보여주고 있다. 함양 관내 5개 사찰은 대부분 국립공원 구역 내에 위치해있는 관계로 비교적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됨 없이 잘 보존하고 있고 문화재 보호나 관리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로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물려받은 아름다운 자연문화유산을 후대들에게 훼손됨 없이 잘 보존하고 가꾸어 물려주어야 할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역할과 기능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다만 국민의 건강과 복리증진을 위한 국민의 공원이 아니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불합리한 법과 제도에 의해 주인인 국민이 도리어 우범자 취급을 받으며 지나치게 출입을 통제 당하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규제를 받게 되는. 본말이 전도된 관리방식은 개선의 필요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다. 국민이 가장 많이 찾게 되는 전국각지의 국립공원 구역 내의 산길들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이런저런 이유들을 붙여서 시도 때도 없이 통제하면서 어떤 계기로 인해 모처럼 산을 찾는 등산애호가들을 마치 범죄인 다루듯 통제와 처벌 위주의 관리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어느 모로 생각하든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지난 15일에 찾았던 삼정산의 여러 절로 가는 길에서 마주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입간판 경고문은 그야말로 살벌하기 이를 데 없는 표현으로 그 글을 접한 사람들은 불쾌감에 발길을 돌리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들어가면서도 공단 직원들의 눈에 띄지 않을까 내내 불안해하며 길을 걷게 마련이다. 국립공원 구역 내 삼정산 영원사 정문을 조금 지난 지점에 서 있는 경고문에는 ‘이곳을 지나 상무주암 문수암 삼불사를 경유해 도마 마을까지 10여킬로 구간은 영구적 출입금지 구간으로서 이를 위반할 시에는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자연공원법에 의거 처벌받는다’는 요지의 문구가 큼직하게 쓰여 있다. 마천면 도마 마을의 절 가는 길 입구에도 같은 표지판이 서 있다.천 년 전 이곳에 사찰이 들어서고 그 이후 수많은 고승석덕들과 신도들이 다니며 수행하고 기도하며 숱한 애환이 깃들었을 신앙의 대상이요. 역사문화의 현장인 절로 가는 길을 도대체 무슨 이유로 어떤 국민적 합의에 의해 왜 영구출입금지를 시키고 못 들어가게 하는지조차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공단의 이러한 조치에 도대체 그 누가 공감할 수 있단 말인가? 혹 어떤 공단 직원은 맡은 바 본연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럼 신도증을 보여주면 들여보내겠다’고 하는데 불교신도 중 신도증 없는 신도가 아마도 절반은 더될 것으로 판단되는데다 차량통행도 안되고 걸어서 1시간 남짓 용을 쓰고 땀을 흘려야만 당도할 수 있는 해발 1천 미터 고지대의 암자 스님들은 출입금지 조치로 인해 어쩌다 오가는 등산객 한명 찾아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풀뿌리나 캐어먹고 살라는 말인가? 실제로 필자는 이날 삼정산에서 단 한 사람의 등산객도 만나보지 못했다. 산에 갔다가 절에도 가는 것이고 절에 가는 길에 등산을 하기도 하는 법인데 명산을 찾는 국민을. 절을 찾아가는 신도들을. 마치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제멋대로 행동하는 범죄인 취급하듯 할 수밖에 없는 현금의 자연공원법 법체계를 하루속히 모든 국민이 이해 공감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개정 시행해줄 것을 촉구한다. 행정이라는 명분 아래 매사를 ‘생트집 잡기’식으로 국민을 규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는가?<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