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년을 넘기는 나이이지만 여행을 앞둔 설렘은 어린 시절과 변함이 없다. “연꽃 라이온스 봄맞이 행사”를 앞두고 지난밤부터 내리던 비는 온통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는데 다행히 눈을 뜨니 비가 그쳤다. 서둘러 함양 보건소 앞에 도착하니 여러 회원님들이 벌써 도착해 반갑게 맞는다. 그 동안 지역 봉사활동 모임을 통해 종종 뵈어 오긴 했으나 이렇게 여행을 통해 만나 뵙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만남의 감회가 다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차에 오르니 오늘 행사를 위한 푸짐한 음식들이 눈에 들어온다.언제나 여행은 설렘으로 시작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슴이 뛴다. 반복되는 일상의 틀 속에서 일탈하여 얻는 새로운 체험은 우리에게 삶의 에너지가 되어주기도 한다. 언제 누구와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여행은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진정사귀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함께 여행을 떠나라고 권한다. 그런 면에서 오늘의 여행이 내게도 큰 의미를 가져다준다. 아직은 낯선 제2의 고향인 함양에서 지역 선. 후배님들로 구성된 연꽃라이온스 회원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오늘 우리가 가는 곳은 경기도 가평의 축령산에 위치한 “아침고요수목원”과 청평댐이 만들어 놓은 “남이섬”이다. 원래 이곳은 주로 서울근교에서 찾는 여행지로 우리 함양사람들에 있어서는 조금은 멀게 느껴진다. 그래서 당일 여행보다 일박이일 코스면 좀 여유롭게 다녀오고 주변 관광지도 더 둘러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함양에서 8시에 출발하여 세 시간 가까이 달리니 북한강을 따라 시원한 춘천가도가 펼쳐지며 강변을 따라 하남. 가평. 청평이 이어진다. 많은 카페들과 예쁜 집들이 펼쳐지고. 길가의 벚꽃이 우릴 반기며 꽃비를 내려준다. 봄의 향연이 내려주는 축복에 모두 탄성을 지르며. 준비해온 쑥설기 떡을 나누어 먹으며 아침 고요수목원으로 향했다. 12시 즈음에 수목원 입구에 도착하여 우선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하고 찾아간 곳은 “옛골”이라는 고풍스러운 한식당이었다. 여행은 보는 것 못지않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옛골은 인터넷에서 많은 검색을 통해 찾았던 식당으로 주 메뉴는 콩 음식이었다. 콩으로 만든 음식이 요즘 웰빙 음식으로 뜨고 있어서 그런지 식사를 마치고 장 종류를 사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된장찌개와 청국장찌개를 시켜 먹고 나오면서 우리 고장 함양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도시인들에겐 된장찌개와 청국장이 새롭고. 우리가 늘 대해 오는 신토불이 잡곡이나 나물들도 귀하기만 한데 우리는 함양에 살면서 이 같은 소중함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언제라도 시장에 나가면 지리산이 주는 제철에 나는 농산물을 손쉽게 접할 수 있으니 이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선물인가. 항상 가까이 하면서도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곳이 바로 내 고장 함양이라 생각하니 여행이 주는 의미가 새롭다.“아침고요수목원”은 한국적 정서를 담은 정원을 만들려는 뜻을 가지고 1996년에 한상경 교수(삼육대학교 원예학과)가 설립한 “원예수목원”이다. 약 300여종의 백두산 재생식물을 포함한 총 45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20개의 주제정원과 2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입장료는 1인 8.000원으로 30인 이상 대형버스를 타고 가면 미리 예약을 해야만 한다.올 듯 말듯 참아주던 날씨가 수목원을 들어서면서부터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모처럼 나들이에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내리는 비야 맞으면 그만이겠지만 추위 때문에 여유롭게 수목원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늦게 찾아온 봄 때문에 꽃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산의 지형을 변화시키지 않고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려한 것이 우리나라 고유의 원림의 멋을 최대한 살리려 한 듯싶다.수선화와 튜율립이 한창인 하늘 정원을 돌아 정겨운 초가집과 삶의 애환이 담긴 장독대가 있는 고향집 정원. 대한민국 지도 모형의 하경정원. 푸른 잔디가 곱게 깔린 아침 광장 등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마음 같아선 시가 있는 정원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시도 음미해 보고. 천천히 산책길을 거닐며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당일 여행이라는 짧은 시간에 쫓기어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역사관에 들려서 아침고요수목원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한상경 교수가 쓴 “나의 꽃”이라는 시를 마음에 담아왔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 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 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 속에 이미 피어있기 때문이다.”정원가게라는 이름을 가진 허브샵에서 라벤더 향을 지닌 바디크린저를 하나 사서 들고 뒤돌아서 보니 회원님들도 허브 양초와 각가지 허브 제품들을 고르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가슴 속에 시 한 소절을. 손에는 허브 향을 가득 담고 수목원을 뒤로 했다.아침고요 수목원을 나와 다음으로 찾은 곳은 서울근교의 유원지로 80년대에는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최근에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진 남이섬이다. 평상시엔 육지였다가 홍수 땐 섬이 되던 곳으로 1944년 청평댐이 만들어지면서 북한강의 물이 차서 생긴 섬으로 강원도와 경기도 경계에 있는 내륙의 섬이다. 면적 46만 평방미터에 둘레는 약 5킬로미터에 이르며 하늘까지 뻗어 오르는 나무들과 광활한 잔디밭과 강물로 에워싸인 자연생태문화 정원이다. 최인호의 “겨울 나그네”촬영지 및 강변가요제 개최지로 그리고 2001년 12월 KBS 드라마 겨울연가의 성공으로 대만. 일본. 중국.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권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문화관광지로 탈바꿈하였고. 최근에는 북미. 유럽. 중동에서의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가장 찾고 싶어 하는 청정환경의 국제적 관광휴양의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운전을 하며 친절하게 남이섬의 이곳저곳을 설명해주는 가이드에 따르면 지금은 남이장군의 묘는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겨울연가 첫 키스 장소를 돌아 편백나무 군락지. 갈대숲길. 콘도별장이 있는 잣나무 길. 가을이면 아름다운 은행잎이 쌓인다는 은행나무 길을 구경하면서 우리는 마치 드라마속의 주인공을 꿈꾸며 기념사진을 찍었다.그러나 이번 남이섬 여행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역시 메타세쿼이아 길이었다.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걷는 우리는 최지우가 되고. 배용준이 되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들로 온통 북적이는데 비가 온 덕분에 우리 회원님들이 모두 독차지 하였으니 오늘의 날씨가 결코 여행의 훼방꾼이지만은 않다. 언제 봄비를 맞으며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 길을 이리 한가롭게 걸어 볼 수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남이나루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함양으로 돌아오는 차에 오르니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 역사의 불세출 남이장군이 함양의 학사루에 걸려있던 현판의 주인공인 유자광의 모함으로 이곳 남이섬에 묻히고. 그 현판을 떼어 불에 태웠던 함양 현감 김종직은 다시 유자광의 모함을 받아 부관참시를 받게 되었으나. 유자광 역시 유배지에서 비참한 최후를 마치게 되니 역사의 순리에 자못 숙연해진다.이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우리 회원들이 얻은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가져온 또 하나의 큰 선물은 내 고장 함양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아름다운 상림 숲과 지리산의 사 계절. 그리고 청정 농산물을 가진 함양이 언젠가는 세계 곳곳의 여행객을 불러 모으는 국제적인 청정 자연생태 여행지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는 자부심을 갖게 해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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