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린지 50년쯤 되었을 때 정말로 세상이 태평스러운지. 백성들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평민의 옷으로 갈아입고 거리를 나섰다. 아이들이 뛰놀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우린 모두모두 잘 살고 있지. 임금님의 덕이라네. 요임금의 법을 따르세- 어느 동네를 가니 사람들이 불룩하게 나온 배를 북처럼 두드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해가 뜨면 열심히 일하고 해가 지면 편히 쉬는구나. 밭을 갈아 배불리 먹고 샘을 파서 물을 마시니 임금이 누구인지 알아서 무엇하리- 요임금은 이 노래를 듣고서야 비로소 빙그레 웃고 안심하고 궁궐로 돌아갔다.요임금은 허유라는 선비가 매우 훌륭한 사람임을 알아내고 왕위를 넘기고자 하였다. 이 소문을 들은 허유는 산 속으로 숨어버리고 매일같이 강가에 나가 귀를 씻었다. 친구인 소부가 소의 물을 먹이러 왔다가 귀를 씻는 이유를 물었다. “요임금이 글쎄 나에게 임금자리를 넘겨준다고 하지 않겠나. 그게 말이 되는가!” 이 말을 들은 소부는 물을 먹이려던 소를 끌고 상류 쪽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왜 갑자기 소를 몰고 위로 올라가는가?” “자네 귀는 못 들을 말을 들었네. 그런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소에게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상류 쪽으로 가서 깨끗한 물을 먹이려고 한다네”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온 짧고 재미난 이야기다. 진정한 태평성대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말해 주고 있다. 백성이 열심히 일하고 배불리 먹고 마시며 살면 굳이 나라의 임금이 필요치 않다는 일종의 정치불필요론이다. 소까지도 더러운 이야기를 들었다며 깨끗한 물을 먹이려 상류로 데리고 가는 소부의 모습은 지금 지방선거가 흑색선전의 클라이막스에 올라 있는 이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극치에 닿는다. 사기를 지은 사마천은 2000년 전 사람이다. 5천 군사로 10만의 적을 상대로 싸우다 패배한 명장 이능을 변호하다 사마천은 황제로부터 처형을 받게 되나 남자의 생식기를 자르는 궁형을 요청하여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후에 죽을 때까지 130권에 이르는 불후의 명작 사기를 완성한다. 친구 임안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람이란 본래 한 번 죽을 뿐이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의미가 있지만 어떤 죽음은 터럭보다 가치가 없습니다.(九牛一毛). 내가 오직 살아 이 글을 쓰는 것은 과연 역사는 어떻게 이뤄질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파헤치는 것입니다’고 밝힌다. 과연 그의 말처럼 역사에서 문(文)은 무(武)보다 강했을까? 과연 오늘날 펜은 칼보다 강할까? 백성이 잘 살면 위의 이야기는 맞다. 태평성대라면 백번 맞다. 임금의 이름을 알아 무엇하고. 권력 또한 무슨 힘을 갖겠는가.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백성들이 배불리 먹지 못하고. 행복과 만족의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하늘에게 원망하게 되는 것이 상정이다.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세종시에. 4대강에. 검찰비리 연루에. 더구나 천안함 사건으로 대한의 젊은 용사 46명이 졸지에 목숨을 잃었으니 슬픔은 크다. 요순시대처럼 우리는 아직 태평성대가 아닌 모양이다. 5월은 주간함양이 창간 8주년을 맞는 달이다. 문이 무보다 강한 시대가 아니라 요즘은 무가 문보다 강한 시대인 것 같아 씁쓸하다. 함양을 대표하는 지역신문 주간함양의 발자취도 돌이켜 보면 어려운 굴곡이 있었다. 한 신문이 그 지역에서 신뢰를 받고 좋은 신문으로서 사명을 다 하려면 먼저 사마천과 같이 살아있는 사명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리사욕에 빠지고 아류에 편승된다면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인 바람에 날리는 휴지에 불과할 신문이 될 것이다. 정론직필이 없다면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역사에서 사라질 것이다. 다행히 주간함양은 얼마 전부터 정보지나 홍보지와 같은 구 신문의 답습을 버리고 시대의 새 정신과 지역의 전통 문화와 고향의 정서를 올곧게 이끌려고 많은 새로운 방향성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군민이 참여하는 객원기자제도. 신문지면평가위원회. 주간논단. 구본갑의 지리산여행기. 전국지사장 참여 보도 등은 주목된다. 요순의 시대가 빨리 와 돈이나 권력에 물든 정치와 법이 없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아름답고 즐겁게 사는 사람다운 세상이야기만 실려 있는 문(文)이 무(武)보다 강한 주간함양시대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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