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일꾼을 뽑는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선거에서 각 정당들이 후보를 공천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 소지가 있기 때문에 ‘폐지론’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지만 어쨌든 이번 선거에서는 끊이지 않는 잡음 속에서도 최근 각 당마다 후보들에 대한 공천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본격 선거전으로 돌입하였다. 올해도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천 탈락자들이 공천 결과에 승복하기보다는 근거 희박한 흑색선전과 상대 후보 비방은 물론 심지어 공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선거판을 거의 난장판으로 만들어 가는 듯한 모습조차 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선거의 기본은 ‘일 잘하는 일꾼을 뽑자는 것’인데 왜 하필 ‘나 아니면 절대로 안 된다’는 기이한 신념을 무리하게 관철시키려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선거전을 보는 유권자들의 비슷한 생각이다. 쉽게 얘기해서 자기 자신이 적임자로 간주되어 뽑히면 좋을 일이지만 다른 후보가 선출되었다 해서 다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공천되거나 당선된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않고 쟁송(爭訟)을 이어간다는 것은 분명 ‘유권자들의 참뜻’을 외면한 속 좁은 처사이고 본말이 전도된 인식이요. 자세라 할 것이다.경선을 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고 탓할 이유가 없겠지만 지나치게 승부에만 집착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무리수가 자신과 상대후보의 공멸을 초래하고 지역민들을 사분오열(四分五裂)시켜 모두가 서로 원수처럼 여기게 하는 동인(動因)을 제공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정보통신 수단의 급속한 발달에 의해 세상은 이미 더없이 밝은 대명천지(大明天地)가 되었는데도 미처 자신의 어두운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한 일부 후보자들은 여전히 음지(陰地)에서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설마 무슨 문제가 있으랴’ 하면서 자신을 헤쳐 나오기 어려운 나락으로 이끌고 들어가는 우(愚)를 범하곤 한다. 설령 남의 시선을 교묘히 피하고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온갖 부정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당선되었다 해도 뒷날 부정과 비리가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가족들과 지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등진 채 불명예 퇴진하거나 감옥으로 직행할 화근(禍根)만 심는 셈이 된다. 행여 신수(身數)가 그리 불길하지 않은 탓에 금방 들통나서 의법 처리되는 것은 면했다 하더라도 공범들에게 진 빚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임기 내내 불안초조 긴장 속에서 무슨 일인들 소신 있게 할 수 있겠는가?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나서 다른 단추들을 제자리에 끼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꼭 겪어봐야 알 수 있다면 뭔가 좀 덜떨어진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뛰는 모습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상대 후보를 축하해주며 힘껏 도와서 상대후보의 당선이 나의 당선만큼이나 기쁜 일로 만드는 것은 더욱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비록 공천에서 탈락되고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이러한 당당한 모습이야말로 군민들이 너나할 것 없이. 여야를 막론하고 한결같이 바라는 바가 아니겠는가? 미국의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연출한 대통령 선거전의 모습은 과연 세계강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位相)을 다시금 전 세계만방에 보여준 쾌거이고 그 뒤에 이어진 힐러리 국무장관 등용의 인사로 대국(大國)의 대인(大人)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한 것은 우리 정치인들의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멀리 미국을 논할 게 아니라 당장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나경원 예비후보가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후보의 승리를 인정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준 모습은 그리 흔치 않은 아름다운 풍경이라 하겠다. 무엇을 하든 우리는 기본적으로 정도(正道)와 원칙을 준수함으로써 끝까지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그러한 가운데 아름다운 사연들은 곳곳에서 꽃 피듯 피어나리라 확신하고 있다. 추잡스런 모습의 극치를 연출하여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혐오증을 심화시켰던 기존의 좋지 못한 선거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는 후보자들도 더욱 노력해야겠지만 유권자들 역시 부정(不正)과 비리(非理). 편법(便法)이 절대로 발붙일 수 없는 그야말로 명실상부(名實相符)한 공명(公明)선거의 장(場)으로 만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금년의 6.2 지방선거만큼은 공명선거가 뿌리내리는 원년(元年)으로 기록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피력해본다.<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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