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끝이 없고 봄은 간 데 없는 것 같더니 어느 사이 여름인가 싶게 더운 날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백운산의 나무들은 동시에 초록으로 잎들을 내밀고 있어 이제는 제법 봄다운 느낌의 산을 보여주고 있고. 들에는 들대로 그간에 움츠리고 자라지 못하던 많은 식물들이 기지개를 켜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그 중에 내 발길을 잡아 쪼그려 앉게 하는 식물이 있으니 바로 개망초이다. 개망초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두해살이풀로 일제점령기 즈음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을사조약이 맺어지던 해에 유난스럽게 많이 번졌다하여 망국초(亡國草) 혹은 망초(亡草)라 부르기도 하였는데 암울했던 우리 역사를 반추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동네의 어르신들 중에 망초가 무성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아마 주인이 떠난 농촌의 빈 집터에나 묵정밭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고 퍼지는 풀이 개망초라서 그런가 보다. 농부들에게는 ‘망할 놈의 풀(亡草)’로 불리는 개망초는 한의학명으로는 일년봉(一年蓬)으로 불리는데 장염으로 인한 복통이나 설사. 해열. 해독에 쓰이는 약재이며 소화불량에도 효과적인 식물이다. 특히 급성 간염과 말라리아의 치료제로도 쓰였으며 줄기와 잎에는 혈당을 내려주는 성분이 있고. 꽃에는 퀘르세틴이라는 생리활성물질이 들어 있어 동맥경화와 알레르기에 대한 방어력이 입증되었고. 아피제닌이라는 생리활성물질은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는 것을 밝혀졌다. 개망초의 약효나 생리활성물질 따위는 몰라도 좋을 것이다. 요즘처럼 그 순이 연하고 부드러울 때는 뜯어다 데쳐서 조선간장이나 된장. 초고추장에 무쳐 먹을 수 있다. 조선간장에 무쳐 먹으면 나물 고유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어 좋고 된장에 무쳐 먹으면 된장의 깊은 맛이 느껴져 좋으며 초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집나간 입맛이 상큼하게 돌아오니 좋다. 그러다 지치면 된장찌개로 끓여 먹어도 좋고 너무 자라 억세다 싶으면 낫으로 베어다 염색을 해도 좋을 것이다. 이맘 때 너무 흔해 온 나라에 지천인 개망초를 잔뜩 뜯어다 데쳐 말려두었다가 돌아오는 겨울에는 묵나물로 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나물이 될지도 모른다. 6월 이후 꽃이 피면 꽃을 송이채로 따다가 튀김으로 해먹으면 현대인의 고민인 생활습관병의 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할 수 있으니 천대받는 개망초야말로 착하고도 착한 풀이 아닐 수 없다. 두보는 春望이라는 시에서 “나라는 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로요(國破山河在). 성안의 봄에는 풀과 나무만 무성하구나(城春草木深)”라고 하면서 슬픔을 시로 대신했었지만. 나는 수지가 맞지 않아 농사를 버리고 도시로 떠나간 주인의 자리를 대신하여 농촌을 지키고 있는 천덕꾸러기 개망초를 뜯어 나물로 만들어 먹으면서 눈물 대신 희망 한 줄기를 읽어내고 싶다. 왜냐하면 슬프고도 착한 망초는 우리들 농촌의 부끄러운 자화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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