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회의 선물에는 세 가지 유형의 의무가 있다. 선물을 주어야 하는 의무. 선물을 받아야 하는 의무. 그리고 받은 선물에 언젠가 보답해야 하는 의무다"이 말은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셜 모스(Marsel Mauss 1954)가 인간사회에서 선물이 갖는 속성을 설명하면서 남긴 명언이다.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천안함의 침몰원인이 북한의 야비한 기습으로 가닥이 잡혀가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김정일 집단은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이라는 호의에 대해 빚진 감정을 어뢰공격으로 상환한 셈이다.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된다면 전면적 군사대응이나 직접타격에 의한 보복은 힘들겠지만 정말 어떠한 아픈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무자비하고 단호한 우리의 빚 갚음이 필요하다.선거 때가 되면 유권자들은 후보자나 그 운동원들로부터 원치 않는 호의를 받게 된다. 친절한 미소. 큰 각도의 인사. 시도 때도 없는 문자메시지. 그리고 은밀한 식사제공에. 야밤에 행해지는 어뢰공격에나 비길 돈 봉투 살포 등이 그것이다.흔히들 받아먹고 찍을 때만 정신 챙겨서 제대로 투표하면 된다고 말하는 유권자들도 많다. 그러나 그게 어디 내 뜻대로 되는 일인가? 모스가 말했듯이 원치 않는 호의라도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빚진 감정이 생기는 것이고. 인류의 보편적 속성인 상호성의 법칙이라는 거미줄에 옥죄이게 되므로 결코 자유로운 투표를 할 수가 없게 된다.이 상호성의 법칙이란 게 법이나 윤리보다도 더 구속력이 강해 봉투 받고 안 찍은 사람의 비율이 10%가 안 된다고 한다. 상대방의 의도가 훤히 드러나는 돈 봉투를 은근히 기대하는 부류의 사람이 점점 늘어나 그들이 선거를 좌지우지하는 세력들이 되어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이 부류의 사람들 즉 동원된 선거꾼들은 자신의 빚진 감정을 되갚기 위해 선거지령을 충분히 이행하고도 모자라 스스로 중독된다고 한다. 어느 후보는 욕심이 많다더라. 어느 후보는 여자관계가 어떻고. 그 부인은 어떻고. 숨겨놓은 돈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고. 검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어서 곧 뭐가 터질 것이고 당선이 되어도 무효가 된다 등등.이런 아니면 말고 식의 루머나 흑색선전은 돈주고 고용한 선거기획사의 작전에 따라 일당이랍시고 돈 봉투를 받는 아줌마부대들의 입을 통해 북한의 어뢰공격처럼 은밀히 감행되는 치졸한 선거운동이지만 당하는 쪽에선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하는 치명적인 공격이다.이제 돈 없는 후보는 선거에 나오지도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당연한 말로 들리기도 한다. 후보마다 자기 표를 지키기 위해 뿌리는 표단속용 봉투가 얻는 표의 절반은 되어야 선거를 치러낸다고 하니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한 사회적 문제가 되어 공직을 더럽히는 결정적 단초가 됨을 유권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연일 선출직 공직자들의 비리가 지면을 덮고 있다. 지난 선거에 들어간 경비와 다음 선거자금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인과관계인 셈이다. 더구나 더 큰 문제는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진흙탕싸움에다 돈 선거에 몸을 담그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매년 선거가 그 나물에 그 밥들의 전쟁으로 치닫는 점이다.근면. 자조. 협동은 70년대 새마을운동의 굳건한 정신적 이념이었지만 이제는 변화. 도전. 창조라는 이념으로 대체되고 있다. 우리의 선거행태도 바뀌어야 한다. 반대급부를 바라고 행하는 선심은 가면 쓴 얼굴이고 선물은 뇌물인 셈이다. 후보들은 선량한 유권자를 원치 않는 호의를 볼모로 빚쟁이로 만들지 말아야 하고 유권자들은 오로지 표만 바라보는 후보들의 두 얼굴을 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한 표 한 표가 얼마나 큰 힘인지 보여 주어야 한다. 동네가 같다고. 성씨가 같다고. 출신학교가 같다고. 계모임을 같이 한다고. 돈 봉투가 들어왔다고. 인사성이 밝다고. 당선가능성이 제일 높으니까 하는 이런 저런 이유로 투표하는 건 D급 투표이다.현실적이며 필요한 공약을 가지고 있는지. 평소 양심적이며 성실한 성품이어서 공직을 맡겨도 괜찮은 사람인지 또 우리의 지도자라고 내세워도 될만한 능력과 인품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고 그런 후보들이 정당의 공천도 받고 선거에서 당선되어야 한다.유권자 혁명이란 원치 않는 그 어떤 호의도 단호히 뿌리칠 수 있는 냉정함과 여러 후보들의 허와 실을 분간하는데서 시작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사실이고. 카더라 통신은 전부 거짓말로 보면 된다. 거짓말을 옮기고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가 고용된 선거꾼이라고 보고 상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