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지어보니 쑥대밭이 농부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제대로 된 농부가 아니라서 그런지 밭에서건 들에서건 쑥만 만나면 그저 반가워 쪼그리고 앉는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바구니를 들고 나가 쑥 한 줌을 캐어다 쑥버무리로 만들어 오후 간식으로 먹었다. 아직도 내 입안에서는 쌉쌀한 쑥 향이 맴도는 것 같다. 보릿고개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무슨 소리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옛날에는 보리를 수확하기 전 춘궁기를 쑥으로 연명하며 살았다. 먹지 못해서 얼굴에 누렇게 부항이 들면 쑥을 먹어 부항기를 가라앉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쑥만 보면 배고프던 시절에 밥 대신 해먹던 밀가루로 만든 쑥버무리 생각이 난다. 쌀가루가 흔한 지금에도 밀가루를 묻히고 설탕대신 인공감미료(인공감미료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도 잊고 싶을 만큼 그리운 맛이므로)를 넣은 쑥버무리를 해서 먹어보곤 한다. 쑥은 식품으로. 민간약으로. 한약재로. 뜸의 재료 등으로 오랜 세월을 사람들과 같이 한 아주 요긴한 식물이다. 한의학에서는 애엽(艾葉)이라 부르며 성질이 따뜻하고 그 맛은 맵고 쓰다. 간(肝). 비(脾). 신(腎)을 이롭게 하며 맵고 쓰고 따뜻하기 때문에 우리 몸의 하초를 데워 한습(寒濕)을 제거하므로 특히 여성에게 좋은 약이라 ‘어머니 풀’이라 불리기도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므로 여성의 생리를 정상적으로 해주며. 지혈지통(止血止痛)을 시켜주며 태아를 안정시키는 작용이 있다. 초봄에는 양기(陽氣)를 품고 태어난 어린잎을 채취해 국. 떡. 전. 버무리 등으로 밥상에 올리며 때로 차로 덖어 마시기도 한다. 이런저런 음식들을 해먹다가 쑥쑥 자라 10cm 이상 크면 오월 단오에 잘라 말려두었다가 약재로 다려 먹기도 하고 뜸을 뜨는 재료로 사용한다. 또 더 자라면 낫으로 베어다 옷감에 물들여 여성들의 속옷으로 만들어 입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춘곤증을 이기는 쑥보양식 제안>♠ 쑥밥 - 평소처럼 밥을 짓다가 뜸이 들 무렵에 준비해둔 생쑥을 넣으면 쑥 향기가 식욕을 자극해 잃었던 입맛은 찾을 수 있다. ♠ 애탕국 - 다진 쇠고기에 쑥을 잘게 썰어 넣고 완자를 빚어 장국에 끓인다. 콩가루와 궁합을 맞춰 된장국으로 끓여도 좋다. ♠ 쑥부각 - 어린 쑥에 찹쌀풀을 묻혀 말렸다가 튀긴다. ♠ 쑥차 - 5cm이하의 어린 쑥을 뜯어다 3∼4회 덖어 차로 만들면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찬 여성들에게 좋은 차가 된다. ♠ 쑥버무리 - 생쑥에 쌀가루(혹은 밀가루)를 묻혀 찜기에서 약 10분간 찌면 떡과는 또 다른 느낌의 음식을 만나게 된다. 맹자(孟子)에 보면 '유칠년지병(猶七年之病). 구삼년지애야(求三年之艾也)'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7년을 앓던 병조차도 삼년 묵은 쑥을 구하여 치료하면 된다는 뜻이니 늘 쑥을 가까이 할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쑥이라도 열이 많은 사람이나 몸에 진액이 부족하고 화(火)가 끓는 사람은 조심해서 먹어야 하며 술과 함께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