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번영의 숲 하림전영순 논설위원    숲길.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찬다. 하루도 쉬지 않고 숲을 찾는 사람들을 본다. 상림안내소에 근무를 서는 날은 늘 보는 사람을 늘 같은 시간에 만난다. 비가 와도 우산을 들고 숲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꼭 운동 때문만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심지어 하루에 두 번씩 아침 저녁으로 숲을 찾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귀담아 듣고 산책로를 따라 운동을 하는 걸 보면 상림 숲에 치명적으로 빠져 버린 매니아들이란 걸 알 수 있다. 상림 숲의 역사와 특징을 얘기하지 않아도 함양사람들에게 상림 숲은 어머니 품속과도 같은 안식과 위안을 주고 가장 으뜸으로 자랑하는 문화재이기도 하다.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상림을 다녀갔다. 작년 문화관광과에서 하루하루 상림일지를 적어 기록한 방문객 수를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여기엔 월별의 특징상 쏠림현상과 드문드문 찾는 방문객의 수가 다르긴 하지만 꾸준하게 상림을 찾는 관광객의 수는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의 수학여행이 시작되는 4월과 5월에 상림을 방문하겠다는 문의전화가 벌써부터 오고 있다. 관광버스로 실어 나르는 단체 여행객에게 천 년의 숲 상림은 정말이지 아까운 곳이다. 그들이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는 쓰레기는 상림의 역사를 무색하게 만들고 숲을 조성한 최치원선생의 발자취는 도시락과 캔 음료수에 떠밀려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그 어떤 것도 나타나지 말라고 주문을 걸었던 선생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개미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단체관광객이 올 경우엔 관광안내소는 비상이다. 버스가 놓여 질 자리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는 자가용 주인을 찾아 자리를 확보해야 하고. 음식물을 들고 숲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알려야 함은 물론이요. 쓰레기까지 함부로 버리지 못하도록 얘기해야 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숲을 돌며 집게로 쓰레기를 줍는 일손이 없다면 상림은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상림을 아끼는 사람들은 숲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숲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찾았듯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상림 숲을 사람들 발길이 덜 가게 조금 쉬게 해주자는 것이다. 숲 탐방을 통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교수진은 숲의 휴식보다도 나무가 병들어 감에 더 안타까워한다. 나무에 주사를 놓고 약을 치는 작업이 계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도 베어진 나무를 보면 살리지 못한 서운함에 마음이 무너진다.정말 상림 숲에 칸막이를 치듯 발길을 차단시켜야 할까? 상림이 사람들 발길에 몸살을 앓는 동안 하림은 점차적으로 모양을 잡아가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하림복원 사업은 2009년도까지 기본적인 틀을 갖추었고 숲에 어울리는 조경사업도 꽤나 진행되어 나무만 자라 주면 상림에 버금가는 숲이 될 것이란 기대를 불러모은다. 사실 하림은 훼손되어 단절된 숲이었다. 숲을 복원해 상림과 연계해서 아름답게 가꾸고 관광과 휴양을 겸하고자 하는 것이 하림복원사업이다. 숲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해진 기간에 나무를 심고 조경을 한다고 숲이 되는 건 아니지만 발상이 중요하다. 상림에 집중되는 관광객을 분산해 하림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고 기타 전시관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나무가 빈약하더라도 충분한 관광요소가 된다. 새로이 단장한 철갑상어전시장은 속이 훤히 보여 물길을 따라 도는 상어가 훨씬 생동감있게 보인다. 민물생태관도 꾸준히 방문객을 맞이하는데 좀 더 다양하고 많은 물고기를 볼 수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입장료 없이 전시관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새로 심어진 나무를 따라 돌다 보면 재미있는 것이 눈에 띈다. 무당벌레 모양 화장실이다. 민물생태전시관이 가재모양으로 만들어진 까닭인지 들어서는 건물들이 자연친화적인 모양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하림엔100가지 나무와 100가지 야생화를 심어 시간만 지난다면 훌륭한 숲이 될 밑그림이 충분하다. 상림의 활엽수와 비슷한 나무를 심어 참나무 종류와 산딸나무. 함박꽃나무. 수수꽃다리. 보리수. 박태기나무도 군락지어 잎들이 무성해지면 썩 괜찮은 수목원을 연상시킬 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한 가지 아쉽다면 다양성을 갖췄지만 특징화된 수목이 없다는 것이다. 상림하면 참나무를 떠올리듯이 하림하면 한 가지 나무이름만 대기가 곤란할 만큼 종류가 많다. 그러나 함양을 연상시키는 물레동자 신비 천령 상림옹의 캐릭터가 신비스런 장관을 연출하고 있어 숲을 거닐 때 지루하지가 않다.역사와 문화재가 있기에 상림 숲이 존엄하다면 볼거리와 수목의 다양성으로 하림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하림을 들어서는 건강문에서 한들문을 지나 하림정 정자에서 위천수를 따라 온 물줄기를 내려다보고. 유구한 상림의 역사를 행복문에서 완성짓는 하림이 되도록 나무가 어서 자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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