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의 양진(楊震∼124)은 박학(博學)과 청렴으로 당대 사회에 알려진 인물인데 그가 더욱 널리 알려지고 후대 사람들의 입에도 심심찮게 오르내리게 된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준 사건이 하나 있었다. 이 사건은 ‘세상에 영원히 숨길 수 있는 비밀이란 없다’는 엄연한 진리를 재확인시켜주는 고사성어로 널리 쓰이게 된 ‘사지(四知)’라는 말을 탄생시킨 배경이 됐다.양진의 천거로 벼슬길에 오르게 된 왕밀(王密)이란 사람이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황금 10근을 준비하여 야밤에 은밀하게 양진을 찾아가 준비해온 황금을 선사하려고 하자 양진은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이 “도로 가져가게!”하고 딱 잘라서 거절한다.어쩌면 당시의 관행이거나 성행하던 관습일 수도 있는 일이련만 뜻밖에 단호하게 거절당하자 왕밀은 몹시 당황하긴 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혹시라도 대가성 여부를 떠나 뇌물수수 사건이 들통날까봐 자신을 한번 떠보기 위해서 혹은 누가 본 사람은 없는지 걱정되어서 으레 하는 제스처려니 하고 다시금 낮은 목소리로 설명을 한다.“영감님. 아무 염려 마십시오. 제가 여기 올 때 아무도 본 사람이 없고 또 제가 혼자서 극비리에 황금을 준비했으므로 그 누구도 모릅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저의 조그만 성의일 뿐이오니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거두어주시기 바랍니다”왕밀의 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양진의 벽력같은 호령이 떨어졌다.“너 이놈! 나는 너의 재능이 나라의 소임을 감당할만하다 판단되기에 너를 천거했을 뿐인데 너의 이 뇌물로 인해 벼슬을 사고판 매관매직(賣官賣職)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너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지만 이 일은 이미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내가 알고(我知) 네가 안다(汝知). 이래도 아무도 모른다고 할 수 있단 말이냐?”이 사건은. 양진이 이미 왕밀을 천거해 벼슬길에 진출한 만큼 대가성이 전제되지 않은 단순 고마움에 대한 성의 표시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고 따라서 그것을 착복해도 별 뒤탈이 없으리란 것쯤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조금의 주저나 망설임 없이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준엄한 꾸짖음을 통해 ‘부정(不正)과 불의(不義)를 용인하며 사익(私益)을 좇아서는 안된다’는 공직자의 바른 길을 당당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길이 ‘청사(靑史)에 남는 한 마디’로 기록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져오는 것이다. ‘6.2지방 선거’를 앞두고 전국은 벌써 치열한 선거전으로 돌입하였고 이미 곳곳에서 과열 혼탁선거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으며 나라가 쇠망할 때나 잠깐씩 성행하던 매관매직의 추태 역시 근절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안타까운 정치의 후진성이 스포츠. 경제. 과학. 음악 등 여타 부문에서 세계 일등 선진국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의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는 현실을. 국민 모두 공범이 된 듯 언제까지나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참으로 허술하게 나라를 관리하다가 일본 제국주의에 나라를 빼앗긴 경술국치(庚戌國恥) 100주년을 맞으면서도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나라의 부강(富强)과 백성들의 번영을 위한 지혜로운 국리민복(國利民福) 우선주의 정치의 부재(不在)를 수수방관만 해서 되겠는가?제발 이번 선거부터는 당리당략을 떠난 ‘하나의 한국’만을 생각하고 모든 당을 떠나 함양 사람들은 ‘하나 된 함양’만을 생각하며 선거로 분열되어 지역사회에서의 도리(道理)와 의리(義理)도 저버린 채 부모형제. 친구 선후배도 외면한 채 오로지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 당선되기만을 추구하는. 정치인인지 사기꾼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인물을 ‘일꾼’으로 뽑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말았으면 한다. 길에서 아무런 족보 없는 개가 자동차에 치어죽으면 받게 되는 보상비에 해당하는 20∼30만원의 돈 봉투에 신경이 쓰여 돈을 돌린 범죄행위를 저지른 현행범을 신고하지 않고 고귀한 자신의 한 표를 던져 범법자를 지역 일꾼으로 뽑는 우(愚)를 유권자들 스스로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바이다. 우선 돈을 돌리지도 말고 돌린다 해서 받지도 말아야 하며 타 후보를 비방하는 흑색선전에 휘말리거나 부화뇌동해서도 안 될 것이다.‘양진의 사지(四知)’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에 감출 수 있는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임을 감안해 자신도 망하고 지역사회에도 누를 끼치게 되는 범죄행위만큼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대가를 받도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고 법의 심판에 앞서 유권자와 후보들이 스스로 범법행위를 하지 말기를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재삼 당부 드린다.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