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지상주의는 반드시 참담한 후회를 보여줄 것이라고 하신 추기경님의 말씀을 되새겨 본다.어느 자동차 회사가 ‘질주본능’이라는 광고 카피로 스피드광들을 자극하더니 이제 한 술 더 떠 경주차 이름을 본 뜬 페라리 아이언이라는 유모차는 ‘어릴 때부터 길들이는 질주본능’이라는 카피를 쓰고 있다. 질주본능에 길들여진 아이를 장차 다카르 랠리에라도 내 보낸다는 말인지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1978년 프랑스 사람 티에리 샤빈에 의해 만들어진 다카르 랠리라는 모터쇼 이벤트는 9.000km 거리를 사막이든 강이든 최단 거리를 찾아 가장 빠른 시간에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동차 경주인데 금년 31회 대회를 거치면서 50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지옥의 레이스로 유명하다. 물론 이 대회를 만든 샤빈 역시 86년 레이스 도중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 데 과연 무엇이 사람들을 이토록 위험한 질주로 내모는 걸까.또 달리기에서 말타기로 이어져 온 인간의 질주본능이 자동차경주를 지나 그 영역을 어디까지 넓혀갈 지 궁금하다. 아마도 더 빨리 더 멀리라는 인간의 본능이 잠재워 지지 않는 한 우주선을 타고 달이나 별을 반환점으로 돌아오는 경주가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밴쿠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전해오는 잇단 금메달 소식에 국민들 모두가 환호하고. 우리나라가 어느 덧 동계스포츠 강국의 반열에 들어선 느낌이다. 그렇지만 질주본능의 화신 대한건아들이 기어이 큰일을 내고 말았다고 한 아나운서 멘트는 어쩐지 거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인간의 보편적 질주본능과 인도 사람들의 느린 삶의 철학에서 나오는 고요한 명상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인도사람들의 영혼의 세계를 찾아 여행을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현세에서의 성취보다는 내세를 기다리며 선업을 쌓는데 더 가치를 두는 그들의 묵묵한 기다림은 질주본능과는 사돈의 팔촌만큼도 피가 섞이지 않은 전혀 다른 종이 아닌가 싶다.거칠고 가파른 질주본능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파생하면서 현대인의 영혼은 1등 지상주의가 불러온 지나친 경쟁으로 사하라 사막과 같이 황폐한 바람 속에 내몰리고 있다.각 급 학교 성적표에서 종합 석차란이 사라진 것은 성취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등수를 보는 1등 지상주의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1등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고. 명문대진학에 이어 사법고시 패스와 같은 거창한 목표를 정하고 자식들이 그 고독한 죽음의 질주에서 승리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우리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대기업들이 일등만이 살아남는다고 직원들을 독려해 온건 오래 전 일이다. 그 결과 우리가 여기가지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때 한국 전자산업의 총아로 불렸다는 연봉 10억대의 임원의 자살은 무엇이 진정한 성취요 행복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우리 주변에 사소하지만 앞만 바라보고 달림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은 부지기수로 많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인사권자의 눈에 들기 위해 가정사는 뒷전으로 제쳐두고 살다가 퇴직 무렵 문득 왜 그랬었나 싶어지고. 자식들 기죽을까봐 절 모르고 시주하듯 돈 써가며 뒷바라지 한 자식들 제 살길에 바쁜 것 이해하다 보면 어느 덧 북망산천이 눈앞이고. 한 푼이라도 더 벌자고 아등바등 해 봤댔자 정작 쓰는 사람 따로 있는데 .... 나눔과 배려는 실종되고 오직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삶을 당연한 사회생활로 받아들이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웬만한 술수와 거짓말은 대충 넘어가는 분위기다. 남이야 욕을 하든 말든 법이고 양심이고 스스로 한 말조차 요리조리 바꿔가며 술수에 술수로 권력과 부의 노예가 되어 사는 삶은 또 얼마나 많은가.인도 사람들이 가지는 느림의 미학. 내세를 바라보는 묵묵한 기다림을 뜯어보면 경쟁에 뒤져 어깨가 축 늘어진 사람들이 결코 바보도 아니며 패배자 또한 아니라는 메시지인 것만 같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높이 서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반드시 어느 순간에 참담한 후회의 시간을 만나게 해 준다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그의 1주기를 맞아 더욱 생생하다.‘앞만 보고 1등만을 위해 달리자’가 아니라 ‘주위도 돌아보면서 천천히 여유롭게. 좀 가난해도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아가자’로 생각부터 바꾸면 우리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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