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지리산 야생콩된장 장독대. 만드는 이의 정성과 오염원이라곤 전혀 없는 견불동의 물. 공기. 햇살이 어우러져 그 맛이 뛰어나다. 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有髮僧 이강영 가족을 찾아서“제 고향은 경기도 평택입니다. 젊었을 때 복싱을 했지요. 그 후 초정 권창윤 선생 휘하에서 10여년간 서예공부 하다가 산이 좋아. 선 공부가 좋아 서울생활 청산하고 이곳에 내려왔습니다. 된장? 허허허 그냥 우리 식구만 먹으려고 담근 건데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우리 집 된장이 좋다는 소문이 돌아 아름아름 주문이 들어오네요"함양이 좋아 귀농한 이강영 가족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수도승도 하기 힘든 하루 만배를 하며 용맹정진 # (1942년 경성 우미관 극장. 백호동 변사<辯士> 목소리)“어느 때는 그 역사의 물구비에서 어느 때는 깊고 깊은 산굽이에서 지는 해 피는 꽃 어여쁜 꽃송이를 바라보며!(이난영 변사 목소리로 바뀐다) 인간의 역사가 그러하듯이 노래의 역사 또한 길고도 깊도다. 남인수 선생의 산유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산에 산에 꽃이 피네 들에 들에 꽃이 피네 봄이 오면 새가 울면 님이 잠든 무덤가에 너는 다시 피련만은 님은 어이 못 오시는고 산유화야 산유화야 너를 잡고 내가 운다 # (2010년 2월 12일 지리산)우수(雨水)가 지나면서 봄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이른봄을 알리고 있다. 지리산 남쪽 한 산사에서는. 남도의 봄을 가장 먼저 알린다는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려 나그네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단다. 그 산사가 어디메뇨? 전남 순천 송광사. 선암사. 주말에는 벤또(도시락) 하나. 내가 좋아하는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시집 한 권 들고 순천행 버스를 타리라 그런 마음을 먹고 있는데. 지리산 문학회 곽실로 회장 나리께옵서 말씀하시길 “왜 비싼 차비 들여. 순천 갈라꼬 그랍니꺼. 행님. 견불마을 가면 사람꽃이 활짝 피어 있는데. 고게 함 가 보이소. 일생일대 추억이 될 낍니더”곽실로 시인. 견불마을 가이드는 계속된다.“견불마을에 혜암 종정한테서 계(戒)를 받은 이강영 유발승(52세)이 살고 있는데요. 아내하고 된장 청국장 같은 것 생산하몬서 삽니더. 눈 여겨봐야 할 꺼는. 그냥 된장을 담그는 기 아이라. 그 있잖습니꺼. 선(禪)하몬서 담군다 이깁니더. 슬하에 아들딸이 있는데. 글쎄 아들놈 있잔닝교. 초등학교도 안가고 아부지 닮아 그런지 365 면벽수련.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의미를 알려고 한다는 것 아잉교. 이들 가족은 새벽 3시면 어김없이 가부좌하고 참선을 한다 캅니더”고집멸도란 불교에서 말하는 4가지 진리 사체(四諦). 고(苦)는 생로병사의 괴로움. 집(集)은 고의 원인이 되는 번뇌의 모임. 멸(滅)은 깨달은 해탈의 경계. 도(道)는 그 해탈의 경계에 도달하는 수행이다. 곽실로 시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 아득타! 오직. 구름과 솔 그리고 중첩된 산만을 벗하며 첩첩 산중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그 모습을 취재해보고 싶다. 그래서 터벅터벅 견불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은 함양군 휴천면 유림 마천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가 용유담 조금 못 가서 오른 편 가파른 산언덕에 위치해 있다. 상당한 고지대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지리산 바라보면 누워 있는 붓다 형상이 보인다해서 견불 마을이란다. 지리산을 돌만큼 돌았건만 이런 원시풍 마을은 처음 본다. 견불마을에 당도하야. 지리산야생콩된장을 찾았다. 꽃 두송이 이강영 부부가 곶감을 말리고 있다. 주인이 나그네에게 우전을 따라주며 왜 이곳에 귀거래했는지 그 사연을 들려준다.▲ 주인이 나그네에게 우전을 건네주며 말한다. "바로 이 마을이 무릉도원. 이곳에서 우리 가족. 새벽 참선을 하며 이뭐꼬?를 찾지요?"“제 고향은 경기도 평택입니다. 젊었을 때 복싱을 했지요. 그 후 초정 권창윤 선생 휘하에서 10여년간 서예공부 하다가 산이 좋아. 선공부가 좋아 서울생활 청산하고 이곳에 내려왔습니다. 된장? 예 담그죠. 허허허 그냥 우리 식구만 먹으려고 담근 건데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우리 집 된장이 좋다는 소문이 돌아 아름아름 주문이 들어오네요. 대량생산하면 뭐랄까요? 된장에 저희들 마음에 사(詐)가 낄 것 같아 일정량만 생산하고 있습니다”이강영씨 우거에 혜암 종정 영정이 있다.“서예를 하다보면 선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선지식을 얻기 위해 소싯적 만행을 자주 했습니다”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 부산 범어사 등지를 순례하며. 수도승도 좀체 하기 힘든 하루 만배를 했다. “만행 중 혜암 큰스님을 친견하게 되었지요. 당시 큰스님께서는 해인사 원당암에 주석하고 있었답니다”큰스님은 이강영의 선지식 공부를 유심히 지켜보고선 마침내 유발상좌로 받아드렸다. 혜암 종정은 1946년 해인사에 출가한 이래 평생토록 눕지 않고 정진하는 장좌불와와 하루 한끼만 먹는 일일일식을 했다. “그렇습니다. 오로지 한결같이 위법망구의 두타 고행정진으로 참선수행을 하셨죠. 그분은 본분 종사이며 우리나라 불교 대표적인 선승이셨죠”혜암 선지식을 이어받아서일까? 이강영씨는 다시 우전을 내려내면서 이렇게 말한다.“오늘따라 스님 법어가 생각나네요. 선악시비(善惡是非)와 이해득실(利害得失)은 거품 위의 거품이요 생사열반(生死涅槃)과 지옥천당(地獄天堂)은 꿈속의 꿈이로다. 탐욕과 이기심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무리들이여! 허망한 나를 버리고 참 나를 깨달아 영원한 행복이 넘치는 이 장엄한 세계를 바로 볼지어다. 꾀꼬리 시냇물 태평을 노래하니 푸른 솔 흰 바위 덩실덩실 춤을 추네" # 나는 이강영씨의 된장비법이 알고 싶었다.“저라고 해서 뭐 특이하겠습니까? 다만 견불마을 바람 물 공기. 그리고 법화산 산 정기를 장 속에 집어넣는 것이 다른 집 된장과 다르다면 다르겠네. 하하하. 폐암 말기 환자에게 저희집 옻 된장을 전했더니 몇 달 후 완치했다는 낭보를 들었답니다. 구 선생. 이 이야기 너무 과대보도 하면 안됩니다” 이강영씨가 방금 법화산(法華山)이라고 말했지? 법화산. 언젠가 함양 조각가 김형구가 그랬다.“저는예 어릴 적에 법화산 아랫마을에서 살았는데. 그 산에서 묘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 느꼈심더” 옻술은 옻 수용액에 쌀. 보리. 찹쌀 또는 현미 술밥을 넣고 이강영씨가 말을 받는다.“대저. 지리산 제석봉에는 제석보살님이. 법화산에는 법화산에는 법화경 기운이 감도는 법이지요. 구 선생께서도 아시겠지만 <법화경(法華經)>은 대승경전의 하나로 산스크리트어(범어)로 '살달마 분다리가 수트라'라고 하지요. '백련화(白蓮華)와 같은 올바른 가르침'이라는 뜻으로서 이 법화경을 읽으면 모든 인간들이 부처의 깨달음을 열 수 있는 대도(大道:一乘)를 얻을 수 있으며 그 대도를 실천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나는 물었다. - 저 법화산을 하나의 경전으로 봐도 괜찮겠죠?“그럼요!” 나는 이강영씨에게 견불동 된장 비법을 알려고 했으나 그는 끝내 그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옻 된장은 옻나무 뿌리 위 줄기와 가지를 열풍 건조의 방법으로 탄화수소유도체인 우루시올을 휘발시킨 옻나무를 물에 넣어 끓여서 추출한 옻추출물에 느릅나무껍질을 첨가하여 끓여 느릅 성분이 첨가된 옻 추출물을 만든다.그 옻 추출물에 콩을 담가서 불린 후. 옻 추출물과 불린 콩을 솥에 넣고 옻 추출물의 약성이 콩 낱알에 충분히 충진되도록 끓여서 익힌 콩에 메주균을 첨가하여 27℃ 전후의 온도에서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여 24 시간 전후로 발효시킨다 한다. 옻술은 옻 수용액에 쌀. 보리. 찹쌀 또는 현미 술밥을 넣고 거기에 엿기름이나 흑설탕 중 하나를 약 10∼20 중량부 투입하여 약 30℃까지 가열시킨 다음 42∼43℃의 품온을 유지하면서 4∼9시간 1차 발효시키고. 다시 효모나 누룩 약 6∼15중량부를 첨가하여 3∼10일간 2차 발효시킨다 한다. ▲ 붓다의 모습으로 메주를 달고 있다. 올 봄. 산수유 피는 날. 이곳에 가. 恒時禪의 경지 누려 보시길. 견불동 이강영씨 된장공장 어? 말이 좀 요상스럽다. 공장이라고 하니까. 여하튼 공장 앞에서 저멀리 지리산을 바라보니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이 절로 떠오른다.선인들은 지리산을 두류산이라고 불렀다. 왜 두류냐? 백두산의 산맥이 뻗어 내렸다하여 두류산(頭留山)이다. 또 다른 이 해설에 따르면 “지리산의 전체적인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고 두루뭉술하며 또 사방이 산들이 첩첩이 둘러쳐 있기 때문에 이를 뜻하는 우리말 ‘두루’. ‘두리’. ‘둘러’가 한자로 표기 전착되는 과정에서 두류(頭流)로 되었다”한다. 여하튼. 나는 견불마을에서 어깨 쫙 벌리고 지리산을 바라보았다. 순간. 나는 옛 선인 성여신 아바타(둔갑)가 되어 오죽장(지팡이) 하나 들고 지리산을 유람하기로 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유람에 동참하시라!성여신(成汝信. 1546∼1632). 본관은 창녕. 조선시대 문인이다. 호가 기막히다. 부사야로(浮査野老).·부사. 일찍부터 문명(文名)을 떨치고 1609년(광해군 1) 64세로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했다. 진주(임천서원(臨川書院)과 창녕 물계서원(勿溪書院)에 제향 되었으며 문집에 <부사문집(浮査文集)>이 있다. # 나. 성여신은 방금 승려 신심(견불마을 이강영 유발승)이 우려내 준 우전을 마신 후. 견불마을 소나무 뿌리를 베고 봄바람 쐬며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깨어나 표연히 낭풍을 타고 견불마을에서 두류산을 비행. 신선세계를 향했다.바람을 타고 두류산 향로봉 반야봉을 유람하다가 지상에 놓여있는 두류산을 노래했다. 노래 제목은 선유사(仙遊辭). 산 높고 푸름이여. 푸른 빛을 모았도다 물 차디 참이여 푸른 물 흘렀가네신선들의 모임이여. 옷소매 연이었네정갈한 여덟 밥그릇에 푸른 옥 지팡이호랑이와 표범에 걸터 앉음이여. 용을 타도다약 1분 정도 지났을까? 5백여년 조선조시대로 잠시 시간여행을 마치고 현세로 돌아오니. 견불마을 이강영씨. 아내와 함께 저만치에서 곶감 손질을 하고 있다. “취재일랑 인자마 그만 하고 어서 하산하시라” 그런 표정이다. 필자 눈칫밥 먹은지 오래. 알았소. 신문에 실릴 사진이나 찍읍시다" 카메라를 들여대자 이강영 아내는 손사래 한다.그 손짓이 한떨기 야생화가 “날 꺾지 마세요” 하는 듯하다.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참. 경박한 말을 했다. “딱 한번만!”아내는 계속 손사래하며 장독대 욜로졸로(이쪽저쪽) 옮겨 다니며 파안대소한다. 그 웃음이 견불마을 이곳저곳으로 확 번진다. 그 번짐을 지켜보고선 나는 내 친구 장석남이가 쓴 시 번짐을 노래했다.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희 밝힌다 또 한번 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자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사족=곽실로 시인이 모두에서 한 예언 딱 맞네. 견불마을. 내게 있어서 좀체 잊혀지지 않을 풍경이다. 그 풍경 마음 속에 담고 터벅터벅 견불마을에서 하산했다. 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