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白虎). 즉 흰 호랑이로 상징되는 경인(庚寅)년이 공식으로 시작되는 기점(基點)은 설날인 2월14일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은 한 해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점으로서 선대(先代) 조상들을 추모하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하고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과 덕담(德談)을 나누기도 하면서 차분하게 한 해의 살림살이를 구상하며 첫걸음을 내딛는 날이다. 즉 신(神)과 인간. 사람과 사람이 한 해의 출발 기점에서 다 같이 서로의 용기를 북돋우며 좀 더 가치 있는 삶의 시간을 만들자는 다짐을 하는 날인 것이다.설이란 새로운 한 해의 첫머리라는 뜻으로 세수(歲首). 세초(歲初). 연수(年首). 연두(年頭). 연시(年始). 원일(元日). 원단(元旦).정조(正朝)라고 하며 ‘시작의 중요성’을 감안해 매우 신중한 자세로 새해의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경계의 의미를 담아 ‘신일(愼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설’이란 단어의 어원에 대해서는 대략 세 가지 설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낯설다. 설다’ 라는 말의 어근(語根)인 설에서 유래한 것으로 ‘새해에 대한 낯설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 이란 의미를 나타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 날 즉 개시(開始)라는 뜻의 ‘선다’라는 말에서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해석이다. 또 하나의 설은 삼가다(謹愼) 라는 말의 고어인 ‘섧다’에서 유래된 것으로 첫 출발에 앞서 ‘매사 삼가고 조심해야 하는 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필자의 생각에는 봄의 시작 기준점을 입춘(立春). 가을의 시작 기준점을 입추(立秋)라고 한 용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아마도 ‘한 해의 시작 기준점’이라는 의미의 ‘서다. 세우다(立)’에서 유래된 것으로 판단된다. 1년의 길이. 한 달의 길이를 정하여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만든 달력은 태양의 공전운동을 기준으로 하여 계산하는 태양력과 달의 공전운동을 계산하여 만든 태음력. 태양력과 태음력의 단점을 보완해 만든 태음태양력으로 구분되는데 달의 운동을 기준으로 하여 계산한 12달은 약 354.37일이 되고 태양의 운동을 기준으로 계산한 1년은 365.2422일이 된다. 따라서 태양력과 태음력은 1년에 약 11일 가량 차이가 나게 되는데 이 차이를 없애주고 날짜와 계절을 맞추기 위해 대략 2∼3년에 한 번. 더 정확하게는 19년에 7번의 윤달을 삽입하여 문제를 해결한 역법을 태음태양력이라고 하는 것이다.태양력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만든 율리우스력으로 발전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그레고리력이 되었는데 이는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양력’을 뜻하며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오랜 세월 이용해온 태음력의 단점을 보완한 태음태양력을 보통 ‘음력’이라고 부르며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우리 선조들은 오랜 옛적부터 음력. 다시 말해 태음태양력을 활용해 달의 모양으로써 날짜를 바로 알 수 있고 태양의 움직임에 근거한 24절기를 같이 사용함으로써 계절의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등의 지혜로운 생활을 영위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양력으로 2010년 1월 1일은 태음태양력으로 볼 때는 기축(己丑)년 병자(丙子)월 신해(辛亥)일이 되고 경인년의 시작 기준점은 경인(庚寅)년 무인(戊寅)월 을미(乙未)일인 2월 14일 오전 11시 51분부터이다. 이때가 합삭 시간이기 때문이다. 태음태양력에서 한 달의 첫날인 1일을 정하는 것은 합삭(合朔)이 들어 있는 날로 한다. 합삭은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로 들어가 태양과 달과 지구가 일직선상에 있는 순간으로서 달이 빛을 반사하지 않아 보이지 않으며 흔히 일식(日蝕)현상이 일어나곤 한다. 천문학상으로는 세 천체의 황경(黃經)이 같아지는 때를 의미하며 따라서 삭(朔)을 보통 ‘초하루’라고 말하는 것이다. 달의 변화는 합삭(合朔)-상현(上弦)-망(望)-하현(下弦)-합삭(合朔)의 순으로 변화하는데 달이 이동하는 궤도를 백도(白道)라 하며 1회 운행하는 기간은 29.53일을 주기로 순환한다. 태양과 달과 지구가 일직선을 이루며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시점에 서서 우리들은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을 어떻게 엮어나가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또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멋진 출발을 하고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며 원하는 모든 것을 원만하게 성취하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