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이 젖은 상림을 걸어 봅니다.느티나무를 돌아 작은 숲길이 열리는 모퉁이에 늘 보이던 모습 하나가 보이지 않습니다.죽은 나무를 베어 내고 떨어진 잔가지들을 치우느라 정신없던 바쁜 손놀림이 사라졌습니다. 거뭇한 얼굴에 줄줄 흐르는 땀을 목에 걸친 수건으로 씩- 닦곤 하던 익숙한 모습도 이젠 만날 수 없습니다 순간에 우리는 소장님과 헤어졌습니다. 늦은 저녁 소장님의 떠나심을 통보받은 우리는 한동안 믿지 못했습니다.지친 몸 잠시 쉬고 나면 옛날처럼 숲을 누빌 줄 알았는데떠나기 얼마 전 병원에서 만났던 소장님의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이 우리와 웃고 과자까지 건네주었는데. 씽씽 숲 속을 달려야 할 오토바이가 안내소 바깥에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언제나 몸에 붙이고 다니던 드라이버 펀치 같은 연장은 그 자리에 그냥 있고잔디밭에 물을 뿌리던 휘어진 어깨와 허리 밑으로 쳐진 바지춤이상림이 전부라는 걸 말해주었는데 정말 순간에 이별을 했습니다. 비가와야 된다고 했는데 나무뿌리까지 푹 젖었습니다.아무런 준비가 안 되었다고 울부짖던 식구들의 애달픔이하루 종일 눈물 비를 만들었습니다.베어낸 가지에 뾰족이 새순이 돋아 솜씨 좋은 소장님의 손길이 보이는데 숲 속 어디에도 소장님은 보이지 않네요.담배 한 모금 휴식이 있던 석불 벤치에 소장님의 그림자가 보입니다.이젠 남들처럼 숲 속 구경도 하고 힘들었던 일손도 내려놓으세요.소장님 그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안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상림관광안내소에서 함양문화관광해설사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