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최고의 부자는 과연 누구일까? 미국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일본 소프트 뱅크의 손 정의를 위시하여 미 경제잡지<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갑부 명단에 오른 사람들은 대개 ‘부자’라는 호칭에 손색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시공을 초월하여 불멸의 지혜를 동서양 사람들에게 모두 전해주고 있는 중국의 위대한 철인 노자(老子)의 정신세계에서는 적어도 그런 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의 부자 축에는 못 든다.왜냐하면 그들은 세상의 ‘티끌’들을 모아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을 뿐 황금보다 소중한 정신적 재산의 축적에는 그렇게 성공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드러내 보였기 때문이다. 자기 딴에 열심히 그런 흉내라도 낸다고 노력한 흔적이 일부 보이기는 한다.예컨대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나 그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연구소 또는 대학에 거액의 연구비를 출연하기도 하고 뜻있는 일을 하는 기관이나 단체에 조건 없이 거금을 희사하기도 한 행위는 분명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자선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여타 좋은 일에 알게 모르게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석가모니의 불가적(佛家的) 입장에 비춰볼 때 그것은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가 못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에 견주어 봐도 그 부자들의 행위에는 철학적으로 곰삭은 고차원의 인품의 향기가 맡아지지 않는다. 더구나 그런 것을 엄청 따지는 노자의 안목에 비춰본다면 훌륭한 점수를 받기에는 애당초 그른 것이라 하겠다. 노자의 눈에는 세상의 황금조차도 티 검불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만족할 줄 앎으로써 자연계 전체의 보물들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 지혜로움을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가르쳤다.‘세상 최고의 부자는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知足者富)’라는 노자의 선언은 그래서 시공을 초월하여 지금껏 가장 빛나는 불멸의 금언(金言)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노자의 생각에는 세상에 굴러다니는 어떤 물질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그저 물질에 불과할 뿐이다.오래 살기 위해. 더 나아가 불로장생을 위해 삼신산 불로초를 구하려 애쓴 사람이 어찌 진시황뿐이었겠는가. 역대 왕조의 임금들을 위시하여 수많은 의학자와 호사가들이 비상한 관심을 갖고 불로초를 구득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지만 비자연(非自然). 부도(不道)의 노력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최종적으로 얻은 결과는 ‘명(命)재촉’이었다. 오래 살기는커녕 주어진 자연 수명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비명(非命)에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다. 노자는 비애의 눈길로 그런 종류의 사람들을 보면서 조용히 한 마디 하였다. “육신의 내구연한이 비록 끝났을 지라도. 즉 육체적 수명이 다하였더라도 그 이미지와 인품의 향기와 사상과 언어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장수자(長壽者)이다(死而不亡者壽).”억만 장자는 그것을 모을 때 그만큼 고생스럽고 그것들을 놓고 이 세상을 떠날 때 그만큼의 허망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이상으로 ‘돈이 돈다’는 엄연한 사실을 깨닫는 것 역시 부자들이 반드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명제 중의 하나라 하겠다.돌고 도는 돈의 순환을 만약 자신의 욕심으로 지체시키거나 정체시킨다면 그 거대한 힘에 밀려 결국 나동그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 그런 식견 없는 졸부들이 얼마나 많은 삼류 소극(笑劇)을 연출하였던가.철인 노자는 그래서 더욱 돈 곁으로 가지말고 정신세계 속에 놓인 길. 좀 더 차원 높은 도(道)로 나아갈 것을 끊임없이 강조한 것인지도 모른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명예나 권력ㆍ재물 욕심에 눈이 어두워져 도를 볼 수 도 없고 따라서 도로 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진다는 점을 노자는 인류에게 분명한 어조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철인(哲人) 유영모 선생 역시 노자의 이 대목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사람에게 매이려 하고 재물을 모으려하는 매임(소속)과 모음(축재)은 그만 두어야 한다. 이 세상의 것을 잔뜩 모아서 가지고 있으려 하여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사람이 모으는 것과 매이는 것을 전제로 공부를 한다면 아예 공부를 하지 말든가 해야지 그래서 세상에 나와서 무슨 짓을 하겠는가. 매이고 모으기만 하려고 하면 영원과는 융합될 수가 없다. 꿈같은 이 세상에서 꿈꾸듯 지나가는 것밖에는 안된다.”<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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