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29년전인 1881년 10월 26일 오후3시 미국 애리조나의 신흥도시 툼스톤(Tombstone)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진 보안관 어프 형제와 훔친 소떼를 몰고 그곳을 지나가려는 악당 클랜턴 일가와의 30초 가량의 총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는 'OK 목장의 결투(Gunfight at the Corral)'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1957년 개봉 후 1년간 미국 내 입장료만 지금 가치로 4.000억 원 이상을 올린 흥행대작인 이 영화가 성공한 까닭은 먹느냐 먹히느냐는 2분법적 선악구도에다 화려한 압권의 총질에 관객들이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으로 몇 달 후 우리나라 전역에서 시도지사. 도의원. 시장군수. 시군의회의원을 선출하는 6.2 지방선거와 농·축협장이라는 감투를 건 현대판 OK 목장의 결투가 벌어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결투를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면서 줄을 설 건지 말 건지 등등 나름의 주판알을 튀기며 잔머리를 굴릴 복마전이 사뭇 기대된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지방자치의 꽃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것이나 이미 중앙정치 무대의 대리전에다 진흙탕 싸움이 된지 오래다. 또한 농·축협장 선거는 지방의 선거문화를 나쁜 쪽으로 이끌어 온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선거는 도중에 타협점을 찾아 서로 피해를 줄이며 최후의 대결을 피해 갈 수 있는 치킨 게임이 아니라 반드시 승자를 가려내야 하는 올인 게임이고. 2등이든 3등이든 낙선하면 국물도 없는 승자 독식게임이다. 그래서 낙선자는 거의 패가망신 수준의 상처를 입게 되고 어지간한 내공이 없이는 다시 일어설 수 없을 만큼 깊은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후보들로 인해 유권자들 또한 선거 패닉을 몇 달간 겪게 된다. 하루는 친구가 후보로 찾아오고. 하루는 집안 어른이 찾아오고. ......넘치는 후보들에다 누구는 뜨고. 누구는 가라앉고. 누구는 누구 편이고.... 누구는 어떻고.... 이래저래 유언비어도 많고 탈도 많은 데다 말 한마디 잘 못하거나 밥 한 번 잘 못 먹었다간 온갖 구설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선거 때만 되면 날아드는 파리 떼가 귀찮다 못해 초고독성 에프킬라가 필요할 지경이다. 우물쩍 후보군에 끼여 이 곳 저 곳 명함 내밀고 다니다 어느 날 소리 없이 사라지는 사이비 후보들까지 생기면서 파리 떼가 여간 아닌 셈이다. 그러는 것으로만 조용히 끝날 일인가?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선거법 위반이다 당선무효다 해서 줄 고소가 이어지고. 어떤 동네에선 유권자의 태반이 경찰서 출입을 해야 하는가 하면 한 동네 이웃 간에도 견훤지간의 원수가 되기도 하지 않던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결과치고는 참으로 어이없는 현상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패가망신에 이르게 할 정도로 깊은 내상을 남기는 그 원인 즉 선거자금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몇 억 씩 쓰지 않고서야 패가망신까지 가겠는가?  어지간한 군 단위만 하더라도 농·축협장에서부터 뭔 선거 뭔 선거 나중엔 교육감까지 후보자가 50명은 가볍게 넘을 수도 있다. 어림잡아도 100억의 몇 배쯤 되는 돈이 현대판 OK 목장의 결투로 인해 후보자들의 주머니를 떠나 어디론가 갈 텐데 과연 그 돈은 어디로 가나?  유권자 만나느라 하루에도 수십 군데 다니며 결투하느라 정신이 없는 후보자와 운동원들이 길가에 칠칠 흘리고 다니는 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평당 십 만원 하는 땅을 수십만 평이나 살 수 있는 그 많은 돈이 어디로 간단 말인가?   후보자나 유권자나 모두 정신 차릴 때도 되었다. 10∼20만원 쥐어주고 표를 사려는 후보자는 말할 것도 없고. 아닌 척 하면서 후보자들 뒤꽁무니 쫓아다니며 푼돈이나 건져 보려는 선거꾼이며. 누구는 돈을 쓰네 안 쓰네 하는 유언비어나 흘리면서 진흙 땅 선거판에 스스로 뛰어드는 유권자 모두 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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